《오동명의 바다소풍 16》인심(人心)으로 나는 여름


바다로 가려면 올레길을 지나야 합니다.
바다에 닿기 전에 먼저 만나는 사람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오후, 동네 어귀 팽나무 아래 정자에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동생과 더위를 나고 있습니다.
아이들 곁에는 진짜 옛 장군이 들었을 법한 창과 방패를 지닌 장수풍뎅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장수풍뎅이여서 모조품이 아닐까 싶어 물었습니다.
“어디서……?”
밭에서 따온 마늘을 다듬고 있던 아이들 엄마가 마늘을 든 손으로 가리킵니다.
뒷산, 오름입니다. 그곳엔 많다는 얘기인 듯합니다.
바다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동구(洞口) 정자에 털썩 주저앉아 아이들과 놉니다.
아이들의 노는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힙니다.
가려던 바다를 잊고 마시던 커피를 펜에 찍어 아이들을 그려봅니다.
바다에서 건너왔을까. 오름에서 내려왔을까.
시원한 바람이 우리 곁을 스쳐 갑니다.
벌렁 누워 한참을 잔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 여행객인가 봐…….”
뭐, 이런 소리에 깼습니다.
수박 한 조각을 건네옵니다.
덥석 받습니다.
그냥 올 수 없어 앞 구멍가게에서 1.5리터짜리 음료수를 사 동구 정자에 놓고 옵니다.
바다를 가지 않아도 될 듯한 어느 무덥던 날의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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