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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바다소풍

우연히 찾아온 일상의 기쁨, 길고양이 '연이' 이야기

by 생각비행 2011. 7. 17.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시는 오동명 선생님께서 최근 우연히 입양하게 된 길고양이와 맺은 인연을 글로 엮어 보내주셨는데요, 그 내용이 재미있어서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최근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편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오동명 선생님의 글을 보며 이 땅 위에 있는 그 어떤 생명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연히 찾아온 일상의 기쁨, 길고양이 '연이' 이야기

- 1 -
연이[각주:1]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연이? 왜?”
“인연을 맺었으니까. 처음엔 '인연이'라고 했는데 발음을 해보니 이상하게 들리더라. 그래서 줄였어.”
어떤 인연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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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살고 있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 지하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쓰레기통 뒤에서 고양이의 신음이 들려왔다. 쓰레기통과 통 사이에 숨어 있는 아주 작은 고양이를 발견했다. 신음은 단지 먹을 것을 못 먹어 우는 소리가 아니었다.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 어미를 잃었거나 크게 다친 게 틀림없었다. 좁은 틈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좀 전에  끙끙 앓던 신음이 경계하는 울음으로 바뀌어 캭 하며 세운 발톱과 이빨로 닿은 손을 마구 할퀴고 물어댔다. 한 움큼 손에 들어오는 새끼 고양이. 엉덩이와 배에 난 큰 상처로 몸이 썩어가고 있어서 어미 고양이에게서도 버림받은 갓난 고양이었다. 집 앞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냥 놔뒀더라면 요즘 같은 장마철에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죽었을 거라며 친절한 수의사는 입원을 시키자고 했다.
“학생 같은데….”
“네.”
“입원시켜서 수술하려면 돈이 꽤 많이 들 텐데, 집에선 아시니?”
아빠는 제주에 계시고 서울서 대학 다니느라 혼자 자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상처가 심해 유기된 동물들은 보통 안락사를 시키거든?”
“그럴 수는 없어요!”
7일간 입원을 시키고 수술도 했다. 너무 어린 고양이라 마취를 할 수도 없었다. 수술하는 동안 수의사를 보조하며 아파서 발버둥치고 두려워 할퀴어대는 새끼 고양이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두 손과 팔은 온통 고양이가 할퀸 상처로 흉해졌다. 이게 뭐 대순가.
“치료는 잘됐다.”
이 말 한마디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 수의사는 기특하다며 치료비와 입원비를 깎아줬다. 깎아준 비용이 무려 20여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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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아빠, 집에 고양이가 있는데….”
“응? 뭐?”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나를 공항으로 마중 나온 아들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연이와의 인연을 얘기했다. 약 10년 전 집에서 키우던 치와와를 불시의 사고로 졸지에 저승으로 보내고 난 뒤 아들은 어느 동물도 키우지 못하고 있었다.
“착하네, 그런데 키우려면….”
“나도 아는데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 그랬다면 아마 죽었을 거야. 수의사님도 그랬을 거라 했어.”
아들의 꿈은 유기된 동물을 보호해주는 동물보호센터를 자비로 운영하는 일이다. 지금은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해 그쪽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지만, 훗날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동물보호다.
꿈을 미래로 미뤄둬서만은 안 된다고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당장 실현할 수 있고 실천하고 있는 꿈을 오불관언하며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 공부할 시간을 많이 빼앗길 텐데, 괜찮겠니? 다시 외국으로 떠나야 하는 6개월 뒤에는 어떻게 하니?”
“아빠가 키워야지.”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네가 결혼해서 손주가 생기더라도 나한테 봐 달라하면 절대 안 해준다고 한 적 있었을 텐데?”
“내 자식은 내가 키우지. 이건 동물이잖아. 아무 힘도 없고 의지할 데 없는 가엾고 불쌍한 동물이잖아. 내 자식은 의지할 곳도 있고 또 불쌍하지도 않잖아!”
서울에 있는 동안 동물병원을 두어 차례 다녀왔다. 예방주사 비용만도 앞으로 족히 20만 원은 더 든다고 한다. 속으로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한편 걱정이 하나 생겼다. 연이는 지금 손바닥 안에 들어오지만 6개월 뒤에는 엄청 클 텐데 나는 강아지는 무척 좋아해도 고양이는 싫어한다. 새끼 고양이 연이와 놀아주면서 아들을 쳐다보았다.
아들이 어떤 어른으로 크길 바랐던가? 올해 성인이 된 아들이다. 어려운 이들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을 진심으로 도울 수 있는 어른. 난사람보다는 든사람으로 심성이 곧고 바르며 또 든사람과 더불어 된사람으로 고운 마음을 지닌 어른이 되길 바라지 않았던가.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더 넓은 곳에서 공부를 시키고 공부를 하게 했던 게 아니던가.
지금 스무 살 아들의 실천을 보고 있노라면 6개월 뒤를 걱정하는 모습은 나의 모순이며, 이율배반이며, 자기안위이며, 자기기만이 아닐 수 없다. 자신만이 아니라 자식을 속이는 일이다.
‘좋다, 좋아. 6개월 뒤 어떻게 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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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와 함께 보낸 나흘 동안 그 작은 녀석에게 정이 폭 들고 말았다.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하려면 너무 안쓰러워 밖에 나가서도 빨리 일을 마치고 먹을 것을 챙겨주러 서둘러 집으로 들어와야 했다.
집 문을 열면서 하는 첫 마디.
“연이야, 잘 있었어? 심심했지?”
나도 모르게 잊었던 노래가 입에서 절로 흘러나왔다.
“정이란 무엇인가. 주는 걸까 받는 걸까~”
정이란, 주기만 한 것 같더라도 이렇게 받기도 한다.
보고 있자면, 몸으론 다 큰 아들과 아직 병치레를 하고 있는 새끼고양이 연이 모두 흐뭇하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가슴이 따뜻해진다. 웃는 내 얼굴을 가슴으로 본다.



  1. 상처 입어 버려진 길고양이의 이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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