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명의 바다소풍 15》이제 쉬어, 이제 가자


이튿날 아침 바다산책 때 어제 본 무동연인을 같은 바닷가에서 만났습니다. 아주 오래 전 갓난 아들의 겨드랑이에 두 손을 넣고 들어주던 장난을 이번엔 그들이 바닷가에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두 달 전 서울에 올라가서 중간고사 준비하느라 애쓰고 있는 다 큰 아들을 들어 안아주려 했더니, 피하더군요.
“남세스럽게….”

허락했다 해도 아마 들어주지 못했을 겁니다. 몸무게는 나만 못하지만 머리 하나는 더 크게 훌쩍 자란 아들을 이 짧은 팔로는 이젠 들 순 없을 테니까요. 젊은 연인이 부러워서 다시 어제처럼 힐끔 남상거립니다. 그들의 시간이 한없이 부러워서 또 어제처럼 힐끗 기웃거립니다. 지난 시간들, 지나가버린 것들을 힐끔거리고 힐끗거리는 거겠지요.

쉬라는 여자의 말이 들려옵니다. 땅에 발을 딛는 여자의 몸이 불편해보입니다. 처음엔 균형을 잡지 못해 기웃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 가자며 다시 목말을 태우는 남자, 그리고 다시 목에 안기는 여자. 무심코 그들을 따라갑니다.

이제 쉬어, 걷다 다시 내려놓을 때도 여자는 스스로 몸을 가누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가자, 또 이 말이 들려옵니다. 이제 쉬어, 이제 가자, 이 말이 참 정겹습니다. 다시 무동이 되는 여자와 말이 되어주는 남자.

남들보다 불편하기에, 남들의 기준에 부족하기에 더 하나가 되고 있구나. 더는 따라가질 못하고 그들을 멀찌감치 보냅니다. 눈앞에서 사라진 어여쁜 그들을 마음에 오래오래 두고 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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