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비가 많이 오는 변덕스런 날씨였지만 그만큼 날이 시원해져 슬슬 가을이 옴을 느낍니다.
그 독서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갔던 대한민국 출판계의 랜드마크 광화문 교보문고가 공사를 마치고 27일 재개장했습니다. 출판이란 업 이전에 책을 사랑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죠. ^_^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등이 아니라 표지가 보이도록 도입했다는 페이스 진열대였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에 도입된 서비스인 iBook으로도 친숙해지기 시작한 진열 방법이죠. 광화문 교보문고의 페이스 진열은 벽뿐 아니라 원통형 등 다양한 형태로 되어 있어 여러 사람이 순환하며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더군요.
모든 디자인이 순환하는 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리노베이션 전의 광화문 교보문고가 전체적으로 ㄷ자 형태였다면 재개장한 교보문고는 ㅁ자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언제 어디로든 소통할 수 있게 길이 트여 있었어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요소요소가 서로 통하는 目자 형태로 길이 나있다고 할까요?
재개장한 교보문고의 슬로건이 '소통하는 미래서점'인 걸 보면 일관된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물론 기존의 진열대도 건재합니다. 이렇게 소실점에서 뻗어나오는 듯한 많은 서가가 골목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죠. 앉아서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광경입니다.
이번에 광화문 교보문고가 리노베이션하면서 신설한 코너로 구서재와 삼환재가 있습니다. 먼저 구서재는 월별 테마를 선정해 테마별 추천도서를 진열하는 곳입니다. 첫번째 테마는 창조지성.
그래서인지 SF소설이 에디터의 편지와 함께 단상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도서 정보를 즉시 불러올 수 있는 큐알QR코드까지 붙여서요. 아, 잊을 뻔했는데 광화문 교보문고는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면서 와이파이WiFi를 개방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큐알코드를 도서 정보뿐 아니라 매장 정보에도 적극적으로 사용해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구서재와 함께 생긴 삼환재는 우리시대 지식인들이 선정한 이 시대의 키워드와 추천도서로 구성하는 코너라고 합니다. 첫번째 테마는 시대공감. 테마에 맞는 책은 구작과 신작을 가리지 않고 같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_^
우리나라 우리시대의 구작과 신작을 진열하는 코너가 있는가 하면, 이번 광화문 교보문고 리노베이션으로 외서 코너를 크게 확충했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서 부문의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 한창 인기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번역서가 아닌 원서 매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였어요. 다른 한쪽 매대에는 요즘 한국에서도 개봉한 영화 <골든 슬럼버>의 원작 소설가이자 <사신 치바><마왕> 등으로 유명한 이사카 코타로의 친필 사인이 '한국 분들께서 읽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란 코멘트와 함께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작지만 다양한 테마의 매대가 마련되어 있더군요.
조금 놀라웠던 건 작가나 출판사가 아닌 일본의 유명 서점의 추천 서적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진에는 일본의 교보문고라 할 수 있는 기노쿠니야쇼텐의 베스트라는 푯말이 붙어있네요.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 한쪽에 보입니다.
재개장 첫날이라 그런지 갖가지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사인회처럼 시간대별로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가 마련되어 있었고, 사인 도서 판매 및 풍선 아트를 하는 삐에로가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광화문의 문화쉼터라 그런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젊은 경찰들이 책을 보며 잠깐의 휴식과 교양을 쌓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_^
이번 리노베이션에서 많이 바뀐 부분 중 하나입니다. 도서 검색대인데 시대의 대세를 따랐는지 키보드를 치우고 풀 터치 스크린을 채택했습니다. 밑의 구멍은 도서 위치 프린트지가 출력되어 나오는 부분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사랑의 승자》가 리노베이션된 광화문 교보문고에 있을까요? 도서 검색대를 이용해 보니 있었습니다. 3부의 책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른 맞이해주세요. ^_^
다만 새로운 도서 검색대의 아쉬운 점은 대세를 따른 건 좋지만 터치 스크린의 감도가 좋은 편이 못 된다는 점입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오타가 많이 나네요.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독자 편의 시설이 보강되어 한결 책을 사기가 편해졌습니다. 짐이 많은 독자를 배려하는 편의 시설로 물품보관함이 마련되어 있었고, 장애인을 위한 대여용 휠체어와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도 있더라고요. 사소한 배려가 참 고맙군요.
또 하나 눈여겨볼 서비스는 책공방이라는 코너였습니다.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도서를 주문생산하는 서비스인데 맞춤 출판, 개인 출판 등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소 비용은 들겠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희소식이겠네요.
여담이지만 재미있었던 건 광화문 교보문고 리노베이션 공사에서 가장 멋지게 바뀐 곳이 화장실 세면대였다는 사실입니다. 세면대 역시 원을 그리고 있는데 센서에 손을 갖다 대면 유에프오UFO 같은 곳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물을 토해내는군요. 멋지긴 한데 생각보다 손씻기가 어려워져서 안내해주는 분이 서 계셨습니다. ^_^;; 너무 앞서 나가도 사람들이 따라가기 버거운 부분이 있지요.
새로 돌아온 광화문 교보문고는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독자에게 한층 더 다가서는 모습이었습니다. 늦여름에서 가을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요즘. 오늘이라도 짬을 내어 책과 함께 가을을 예비하시는 건 어떨까요? ^_^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