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새벽에도 내내 비가 내렸는데 잠은 잘 주무셨나요? ^_^;;
광화문 교보문고가 재개장 하는 날도 아열대 지방 스콜처럼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어요. 다행히 저는 광화문 교보문고 안에 있을 때라 비를 맞지 않았지만 많은 분이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어쩔 줄을 모르시더라고요.
그런데 어쩔 줄 모르는 게 또 하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가장 화려하게 바뀐 광화문 교보문고 종로 쪽 출구였어요. 공사가 잘못됐는지 한쪽 회전문 위 틈새에서 물이 떨어졌습니다. 가뜩이나 폭우를 피하려 들어 오던 사람들이 물을 한 번 더 맞아야 됐지요.
설상가상으로 출구 밖은 강남 교보문고 입구처럼 계단식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배수시설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폭우가 지나쳤는지 거짓말 조금 보태 저수지 같이 물이 고여버렸습니다.
저는 속으로 '광화문 교보문고, 신고식 한 번 제대로 하네'라고 생각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말 큰일이죠.
이때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사람들의 신속한 일 처리가 돋보였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빨간 깔판을 깔기도 하고 폭우가 집중되던 때에는 심지어 징검다리를 놓아주었어요. 물론 비가 새는 회전문은 출입을 통제하고 새지 않는 문으로 출입을 유도하더군요. 양복을 입으신 분들까지 다 같이 나서서 그 일을 하셨습니다. 진짜 개그 콘서트에서나 볼 정도로 흰 와이셔츠가 폭삭 젖었어요.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고객들을 위한 무료 우산 대여였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 하는 건 좀 의외였습니다.
종로 쪽 입구에서 고객들을 위해 우산을 나누어주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검은 우산이 다 교보문고에서 우산이었어요. 저는 우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간단하게 연락처만 작성하면 누구에게든 대여해주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분이 비를 피할 수 있었네요. ^_^
여기서 조금 생각해봤습니다. 가장 좋은 상황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이날의 사건 역시 공사에 빈틈이 없어 물이 새지 않고 배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해 물이 고이지 않았다면 좋았겠죠.
하지만 조금 다르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사고가 사람이 대비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터지나? 해야 할 일을 마칠 때까지 사고가 기다려주나?
물론 아니지요. 사고란 늘 예상치 못한 때 제멋대로 터지죠. 이때 중요한 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입니다. 이른바 리스크 관리겠죠. 광화문 교보문고의 대처는 그런 면에서 차선이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즉시 조치했고, 우산 대여라는 고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처를 했으니까요. 특히 폭우 속에서 양복을 다 버릴 정도로 고객의 편의를 우선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사드리고 싶을 정도였어요. ^_^
결국 리스크 관리도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누구를, 어떻게, 얼마만큼 위해줄 것인가.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문제고 사람이 답인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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