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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전쟁을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6. 4. 3.

2026년 2월 6일 미국과 이란이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간접 핵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외교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2월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시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지하 시설에 고농축 우라늄을 숨겼다고 발표했습니다. 2월 27일 오만 외무장관은 이란이 우라늄 비축 중단과 IAEA 완전 사찰에 동의하는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이 트럼프와 IAEA의 말이나 발표와 다른 지점이 있긴 해도 외교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 사이에 오랜 숙제이던 평화가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 동부시간으로 2월 27일 오후 2시 38분, 트럼프는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 개시 명령을 내렸습니다.

출처 - U.S. Central Command

 

2월 28일 현지 시각 오전 9시 45분,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 공습이 이란 전역에서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이스라엘 공군은 전투기 약 200대를 투입해 이란 서부·중부의 군사 목표물 500여 곳을 타격했고 미 해군의 전투기도 항공모함에서 출격했습니다. 엄청난 공습으로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혁명수비대 사령관 모하마드 파크푸르, 군 최고사령관 압돌라힘 무사비 등 다수의 이란 군 수뇌부도 사망했습니다. 트럼프는 이 공습의 목적을 이란의 정권 교체라고 공개적으로 시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작전을 '포효하는 사자 작전(Operation Roaring Lion)'으로 명명했고요. 

출처 - 중앙일보

 

4월 1일(한국시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전쟁이 개전 33일 차이던 때였죠. 트럼프는 승리 선언에 가까운 전황 보고를 한 뒤 2~3주 이란을 추가 타격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그리고 이란은 왜 전쟁을 멈추지 않는 걸까요? 이번 전쟁은 겉으로 보면 단순한 전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 이스라엘, 이란 세 나라의 국익이 겹겹이 겹쳐 있는 아주 복잡한 전쟁입니다. 이스라엘의 시간, 미국의 시간, 이란의 시간이 각기 다르게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이익과 목표가 충돌하다 보니 이 전쟁은 어느 누구의 의도대로도 움직이지 않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서로 다르게 흐르는 전쟁의 시간

이스라엘의 시간은 아주 오래된 공포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이란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위협이 아닙니다. 네타냐후는 수십 년 동안 이란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자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규정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쟁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돼 온 경계심과 강경노선이 실제 군사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타냐후는 친이스라엘 입장을 띤 트럼프를 등에 업고 이란을 궤멸시킬 적기가 왔다고 생각하여 엄청난 화력으로 이란을 타격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에게는 전쟁을 빨리 끝낼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쟁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전쟁을 오래 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강한 타격을 주어 이란을 압도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협상 우위를 누리거나 승리를 선언한 뒤 빠져나오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쟁은 그의 의도대로만 굴러가지 않고 있습니다. 4월 1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은 뒤늦게 전쟁의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조급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란의 시간은 네타냐후나 트럼프보다 훨씬 느리고 단호한 상태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란 정권은 현 전쟁을 국지적 위기가 아닌 체제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쟁점은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군사력만 놓고 보면 승산이 없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이란은 정권이 유지되는 한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려고 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 때문에 이번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 구조를 띠게 됐습니다.



네타냐후의 전쟁: 신념과 생존 사이

네타냐후가 견지하고 있는 대이란 강경노선을 단순한 정치적 연출로 보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란의 핵 능력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이스라엘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해 왔으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전쟁은 그의 일관된 안보 인식의 연장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안보관만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타냐후가 그간 국내 정치적으로 벼랑 끝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가자전쟁의 장기화, 2023년 10월의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론, 연정의 불안정, 그를 둘러싼 부패 문제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그의 정치적 안정성을 끊임없이 흔들어 왔습니다. 이렇게 내몰린던 상황에서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은 네타냐후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기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치의 초점을 가자에서 이란으로 옮기고, 스스로를 '이스라엘을 지키는 지도자'로 각인시킬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출처 - 지식의 발견


네타냐후의 안보 신념과 정치적 계산이 같은 방향으로 겹쳐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은 전 세계인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네타냐후는 전쟁이라는 기회를 잘 살리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이란 정권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죠.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이스라엘의 목표는 전자에서 후자로 기울고 있는 듯합니다. 전쟁 목표가 확대되면 전쟁의 종료선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네타냐후보다 더 보수적인 정치 세력이 그를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는 것도 지금의 이스라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네타냐후가 극우의 꼭두각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극우 세력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정치 구조상 총리는 연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합니다. 현재 구도에서 네타냐후는 자신보다 더 강경한 우파·극우 정당들의 협조 없이는 정권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벤그비르나 스모트리치 같은 인물들은 네타냐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강경 대응을 요구하며, 휴전이나 완급 조절의 가능성을 꾸준히 좁혀 왔습니다.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황에서는 애초 강경 노선을 취하던 네타냐후가 더 강경한 파트너들의 압박을 받으며 정책의 수위를 더 높이는 쪽으로 끌려가기 쉽습니다. 네타냐후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길에서 뒤로 물러설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전쟁: 강한 타격, 흔들리는 목적

트럼프가 이란과 전쟁하는 이유를 공식적인 언어로 요약하면 아주 분명합니다. 2월 28일 개전 당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을 보면, 임박한 위협 제거, 이란 정권 교체, 핵무기 불허로 정리할 수 있죠. 그러니까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장을 막고, 미사일 능력을 제거하여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진행될수록 그의 구상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핵·미사일 위협 제거, 미군 보호, 이란의 지역 영향력 축소, 이스라엘과의 공조, 나아가 이란 정권 교체를 암시하는 메시지가 뒤섞이며 전쟁 목표가 계속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의 문제가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목표가 흔들리면 승리의 정의가 흔들리고, 승리의 정의가 흔들리면 전쟁을 끝낼 명분과 기준도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트럼프는 전통적인 의미의 장기 점령전을 선호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강한 어조나 군사 행동을 통해 우위에 서서 정치적, 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좋아하죠. 이 때문에 강하게 때리고, 전쟁을 관리 가능한 범위에 가두며, 협상 우위를 확보한 뒤 빠져나오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그의 예상대로 깔끔하게 봉합되지 않았습니다. 이란은 예상보다 강하게 버텼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여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유가와 물가 상승은 미국 국내정치에 직접적인 부담이 됩니다. 트럼프는 전쟁을 통제 가능한 이벤트로 만들고 싶었지만, 전쟁은 점점 그의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고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대목이 있습니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단순한 군사적 성과 이상일 수 있다는 측면입니다. 인도-중동-유럽을 잇는 경제 회랑(IMEC) 프로젝트를 놓고 보면, 이란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계하며 이 구상의 핵심 길목을 막아 온 지정학적 장애물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이번 전쟁은 순수한 안보 전쟁적인 측면 외에 미래 글로벌 경제 인프라의 주도권을 둘러싼 거대한 지정학적 재편 작업의 일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와 이란 전쟁 사이의 균열

이 지점에서 마가(MAGA) 진영의 반응이 중요해집니다. 트럼프를 지지해 온 핵심층 가운데는 해외 개입과 장기전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MAGA 세력은 오랫동안 미국이 중동전쟁에 발목 잡혀 왔다고 믿어 왔고, 트럼프에게서 그 고리를 끊어낼 대통령의 모습을 보려 했습니다. "우리는 중동전쟁을 하라고 투표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은 MAGA의 핵심 정서를 정확히 요약합니다. 미국 내 영향력 있는 일부 보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인물들은 이미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남성층과 비개입주의적 'America First' 성향을 띠는 세력 사이에서는 전쟁이 길어지고 경제적 비용이 커질수록 균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MAGA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완전히 한 목소리도 아닌 형국입니다.



이란의 계산: 패배하지 않는 법

'이란이 왜 항복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군사력의 논리만으로는 답할 수 없습니다. 이란은 지금 이 전쟁을 정책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 존속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 프로그램 포기, 미사일 능력 제한, 역내 동맹 네트워크 축소 같은 문제는 이란 정권으로서는 체제 약화와 권력 기반의 흔들림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항복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지입니다. 그래서 이란은 정면 대결이 아니라 소모전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 해상 교란, 에너지 공급망 위협을 통해 전쟁 비용을 끌어올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치적·경제적으로 먼저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란의 군사 기술이 정밀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과거에 비해 정확도 상당히 높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미군 자산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죠. 이란이 단순한 재래식 군사력이 아니라 러시아·중국과 암묵적 연계를 통해 비대칭 전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전쟁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출처 - SBS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전략의 핵심을 승리의 정의를 바꾸는 데 두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목표 달성'을 보여야 하지만, 이란은 '정권 생존'만 유지하면 됩니다. 살아남는 것 자체가 승리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란 정권으로서는 외부의 강한 타격이 정권 붕괴가 아니라 민족주의적 결속을 꾀할 기회로 작용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징후만 놓고 보면, 이란 내부에서 체제가 단기적으로 무너질 조짐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이란은 계속 버틸 수 있습니다.



군사력과 정치적 지구력의 충돌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군사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공군력, 정밀 타격, 정보력, 장거리 작전 능력에서 이란이 정면으로 경쟁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그런데도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군사력의 우위가 곧 전쟁 종료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전장에서 밀리더라도, 세계경제에 타격을 주고 전쟁 비용을 폭증시켜 상대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 구조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이란은 전쟁 양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 수는 있습니다.

 

출처 - YTN



한편 이스라엘의 방공망도 무한정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란의 지속적인 미사일·드론 공세는 요격 자산의 소모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란이 '포화 공격'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이스라엘의 방어 능력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미국 백악관 내에서도 이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 미국에게도 예상보다 힘든 싸움이 되어가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결국 이 전쟁은 "누가 더 강한가"보다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주변으로 번지는 불길: 걸프 국가, 파키스탄, 이집트

이번 전쟁의 전장은 이란과 미국-이스라엘만이 아닙니다. 전쟁의 피해가 주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보장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게 됐습니다.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 레이더가 타격을 받는 장면은 상징적이었습니다. 막대한 국방비를 미국에 지불하면서도 전쟁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자국이 직접 공격받는 상황은, 미국 중심의 안보 구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파키스탄·튀르키예와 상호 방위 조약을 모색하는 등 안보의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출처 - 글러벌이코노믹



파키스탄은 더욱 복잡한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수십 년간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강대국으로부터 안보와 경제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모든 나라로부터 청구서가 동시에 날아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상호 방위 조약, 이란과의 국경 갈등,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문제, 중국 부채,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원유 수입 차질과 외화 고갈이 겹치면서 국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집트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관광 수익 악화, 수에즈 운하 불안정,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지원 위축,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이집트 경제는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이 압박이 정치적 불안정과 대규모 난민 발생으로 이어질 경우 그 충격은 중동을 넘어 유럽까지 파급될 수 있습니다.



이후의 전개: 현실적인 시나리오들

앞으로의 전개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장기 소모전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해 공습과 정밀 타격을 지속하고, 이란은 남아 있는 미사일·드론 전력과 해상 교란을 통해 전쟁 비용을 계속 높이는 식입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하기 어렵고, 세계경제의 불안정이 전쟁의 일부가 됩니다.

그다음으로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소모전 끝에 이뤄지는 불안정한 휴전이나 제한적 합의입니다. 트럼프는 장기전에 깊게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이란은 체제 붕괴를 피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러므로 중재국을 통한 간접 협상이나 일정 수준의 군사행동 축소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포괄적 평화협정이 아닌, 각자가 서로 다른 언어로 승리를 선언한 채 일단 전면전의 양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에 가까울 것입니다. 나토 회원국이자 무슬림 국가라는 이중 정체성을 바탕으로 튀르키예가 이 과정에서 중재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최악의 경우, 협상이 실패하고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에 집중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공세적 행동에 나설 유혹을 느낄 수 있고, 이란이 '홀로 지지 않겠다'는 결기로 호르무즈를 완전 봉쇄하거나 주변국 공격을 확대할 경우 중동 전체가 통제 불능의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란 내부 체제의 붕괴는 지금 단계에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혁명수비대 중심의 통제 강화가 더 현실적인 흐름으로 보입니다. 밖에서 보면 이란은 큰 상처를 입은 정권이지만, 상처 입은 정권이 언제나 약한 정권인 것은 아닙니다.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번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각 주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승리를 정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타냐후는 이란의 위협을 실제로 믿는 동시에, 그 전쟁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여깁니다. 트럼프는 빠른 성과와 제한된 전쟁을 원하지만, 목표가 흔들리고 출구전략이 분명치 않습니다. 이란은 군사적으로 열세이지만, 항복하기보다 버티는 편이 체제 생존에 유리하다고 봅니다. 주변 걸프 국가들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피해를 보고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4월 1일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 내용을 보면 전쟁의 출구를 탐색하는 신호가 여럿 감지됩니다. "핵심 전략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는 표현, "2~3주 내 마무리"라는 시한 제시, "정권교체는 목표가 아니었지만 사실상 일어났다"는 재규정, "새 이란 지도부는 더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상대방에 대한 의외의 긍정적 평가, 이 모든 발언이 군사적 승리 선언을 위한 내러티브를 쌓는 작업으로 읽힙니다. 그러니까 트럼프는 전쟁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우리가 이겼다"는 승리에 대한 인식을 국민에게 주고 싶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블룸버그는 이 연설 자체를 "전쟁 출구 모색(War Off-Ramp)"의 맥락으로 보도했고, BBC는 트럼프가 "두 개의 출구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나는 협상, 다른 하나는 추가 타격으로 이란을 굴복시키는 것인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또한 이번 전쟁은 출구를 찾아 트럼프 혼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트럼프의 의지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죠.

 

출처 - 뉴스원



첫째, 호르무즈 해협 문제입니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장벽입니다. 이번 대국민 연설에서 합의가 발표되지 않은 직접적 이유도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겠지요. 이란 강경파는 호르무즈 해협의 단독 관리권과 통행료 징수권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은 호르무즈 석유가 필요 없다"며 동맹국에 떠넘기려 하지만, 어느 나라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했듯이, 호르무즈를 이란 손에 남겨두고 나가면 트럼프는 승리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이란이 30억 원의 '통행료'를 내라고 했자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사우디 등 이슬람권 4개국이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해적 행위에 면죄부를 준 위험한 선례라고 지적합니다만, 이번 전쟁을 일으킨 트럼트는 그 죗값을 어떻게 치러야 할까요?

출처 - 환경감시일보



둘째, 이란의 거부 전략입니다. 이란은 15개 항목의 미국 휴전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오히려 5개 항목의 역제안을 했습니다. 이란 측 내부 인사는 국영 TV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란은 자신이 결정할 때, 자신의 조건이 충족될 때 전쟁을 끝낼 것이다." 그리고 이란 외무장관도 "현재 협상은 없다"고 공개 부인해 왔습니다. 워싱턴 인스티튜트의 분석대로, 이란은 이념적 국가로서 군사적 손실과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버티는 능력이 일반 국가보다 훨씬 높습니다.

 

출처 - 아시아투데이



셋째, 이스라엘 변수입니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2~3주 내 마무리" 구상에 과연 동의할까요? 이스라엘로서는 이번 전쟁이 실존적 문제입니다. 트럼프가 발을 빼려 할 때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전쟁을 이어간다면 미국은 다시 끌려들어 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출처 - MBN

 

결과적으로 이 전쟁은 승패가 갈리며 끝나기보다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끝은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각자 서로 다른 승리를 주장하는 불안정한 중단의 형태가 될 테지요. 전쟁은 시작한 쪽의 의도대로만 굴러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역사가 반복해서 알려주는 교훈입니다. 전 세계가 이번 전쟁으로 그 교훈을 다시 한번, 비싼 값을 치르며 되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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