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 2024년 12월 29일, 우리나라 항공 역사상 가장 큰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불시착하여 탑승 인원 대부분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출처 - JTBC
제주항공 참사로 승객 175명(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탑승인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승무원 2명은 구조되었습니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고입니다. 지난 1월 10일 국토교통부는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공식 명칭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정했습니다.
출처 - BBC
참사 여객기는 방콕을 떠나 12월 29일 오전 무안공항으로 착륙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무안공항에 도착했지만 모종의 문제가 발생해 동체 착륙을 시도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활주로 끝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한 뒤 반파되어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충돌로 인한 파손과 화재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게 된 참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테러가 아닌 이상 항공기 사고 조사는 원인을 밝히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참사의 큰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 즉 새떼가 항공기의 엔진이나 동체에 부딪힌 것이 문제였다고 지목되고 있습니다.
출처 - MBC
지난 1월 7일 국토부는 제주항공 참사기가 사고 당시 조류 충돌을 겪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다만 한쪽 엔진은 조류 충돌이 확실하게 보이는데, 양쪽 엔진에서 같이 일어났는지, 다른 엔진에서 덜 심하게 일어났는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참사 당일 관제탑에서도 제주항공 참사기에 조류 충돌을 주의하라는 경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고나서 불과 2분 뒤 참사기 기장이 긴급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 요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죠. 이후 참사기가 애초 착륙 예정이던 1번 활주로에서 방향을 반대로 바꿔 19번 활주로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고, 불과 3분 뒤인 9시 3분 랜딩기어 없이 착륙하다 방위각 시설인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습니다.
출처 - 문화일보
무안 공항은 활주로 확장 공사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조류 충돌 우려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 협의 기록을 보면 "멸종위기종(큰기러기, 황새) 등 다양한 조류가 확인되고 있으므로 항공기-조류 충돌 및 조류 서식지 저감 대책을 수립, 이행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은 조류 충돌의 여파로 인한 고장으로 보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고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라 불리는 비행기록장치를 수거해 분석해야 합니다.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FDR(조종과 비행 정보)과 CVR(조종석 음성 녹음) 모두 국토부에서 수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여파로 FDR은 일부 손상되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죠. 통신 교신 등 음성 정보가 들어 있는 CVR의 경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1월 2일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해 조사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출처 - JTBC
조사 과정에서 "메이데이" 요청 직후 중대 전기 결함이 발생해 충돌 직전 4분간의 기록이 블랙박스에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전기 결함이 조류 충돌로 인한 것인지 다른 기체 결함이 있었던 것인지 역시 조사 대상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참사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 부분의 지지대인 콘크리트 둔덕입니다. 둔덕에 충돌하면서 참사기는 꼬리 날개 부분을 제외하고 크게 파손되었고 엔진 폭발로 인한 화재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로컬라이저는 비행기 착륙 시 방위각을 보정해주는 일종의 착륙 내비게이션 안테나 같은 구조물입니다. 무안공항뿐 아니라 다른 공항에도 존재하는 구조물입니다. 그런데 이번 참사의 문제는 그 로컬라이저를 세우기 위한 지지대에 있습니다. 무안 공항은 바다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지지대를 콘크리트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출처 - 뉴스1
국제항공규정이나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방위각 시설인 로컬라이저를 세울 때는 파손되기 쉬운 소재를 적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만에 하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들이받더라도 사람이 탄 비행기가 손상을 입는 것보다는 로컬라이저가 부서지는 편이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재료 특성상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출처 – BBC
이 때문에 해외의 항공 전문가들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에 대해 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BBC와 인터뷰한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이 '장애물'이 없었다면 참사기 탑승자 대부분이 생존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랜딩기어 없이 동체 착륙했지만 날개 균형도 그렇고 꼬리 부분이 부러지지 않도록 기수를 너무 쳐들지 않는 모습 등을 보면 양호하게 이뤄졌다고 했죠. 동체 착륙이지만 활주로를 따라 미끄러지면서 큰 손상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활주로 끝의 단단한 구조물과 충돌하지만 않았다면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출처 - 스카이뉴스 유튜브 채널 / 한국경제
같은 인터뷰를 한 48년 경력의 조종사인 크리스 킹스우드도 활주로에서 일정 거리 내에 설치된 장애물은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 다른 공항에서도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경우 충돌 시 쉽게 허물어지도록 철골이나 흙 등으로 세워놓는다고 하죠. 때문에 이번 참사가 일어난 무안 공항처럼 콘크리트로 만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출처 - 동아일보
이에 대해 국토부는 해당 기준이 2010년부터 적용되었기 때문에 이를 세울 당시에는 적용되지 않는 구조물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둔덕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기준에 부합하도록 조치했어야 했는데 미진한 구석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출처 - 국민일보
지난 1월 13일 국토부가 전국 공항의 로컬라이저 시설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안공항을 포함한 7개 공항의 9개 시설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에 무안공항 같은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김해공항과 사천공항에는 콘크리트 기초가 일부 땅위로 튀어나온 구조물이 있었고, 제주공항에는 H형 철골 형태의 단단한 구조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토부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연내 개선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비슷한 사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국토부는 지난 12월 30일부터 미국 NTSB, 사고 기체 제작사인 보잉 등과 합동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빨라도 6개월, 길게는 3년도 걸리죠. 블랙박스 전체 해독에는 최소한 한 달 이상이 걸리는데, 미국에서 복구에 걸릴 최소 기간이 6개월 정도는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적기로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고인 2013년 아시아나 항공 방파제 충돌 사건은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1개월이 걸렸습니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와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 1999년 아메리칸 항공 활주로 이탈 사고의 경우,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2년 4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진상을 규명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안공항은 저가 항공 위주의 국제선 공항이어서 단체 여행객이 탑승하는 여객기가 많은 곳입니다. 참사 희생자의 대부분이 효도관광 내지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었기 때문에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습니다.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합니다. 아울러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참사 규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여 참사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한편 이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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