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감투 하나 내던지면 정순신 아들 학폭 사태 무마되나?

by 생각비행 2023. 3. 2.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학폭 사태가 부른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피해자 주변의 이야기와 학폭위에 참가했던 사람들 그리고 재판 내용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타오르고 있습니다. 학폭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 법을 이용해 아빠 찬스를 쓰고 서울대에 진학한 것까지 모든 것들이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죠.

 

출처 - MBN

 

당시 학폭위에 참석했던 담당 경찰관의 증언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7시간 넘게 진행된 가장 긴 학폭위였다고 합니다. 이 7시간 내내 정순신의 아들은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하듯 말했다고 하죠. 일반 고등학생의 말투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변호사가 뒤에서 코치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학폭위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버지의 직업을 언급한 것을 보면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덤빌 테면 덤벼보라는 태도였다고 하죠.

 

출처 - 채널A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아버지인 정순신이 학교폭력을 일으킨 아들을 감싸고 피해자에게 사실상 법을 이용한 2차 가해를 할 당시 검찰에서 인권감독관이란 직책을 맡고 있었다는 겁니다. 피해자가 부당한 피해를 입었는지 검찰 내부에서 감독하라고 앉힌 사람인데, 제 자식만 감싸는 사람이 인권감독관 직책을 맡고 있었으니 검찰 조직의 인권 의식이 얼마나 낮은 수준이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런 사람을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경찰 2인자의 자리에 앉히려고 했던 겁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며 법무부에서 인사검증단을 꾸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하겠다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당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제가 책임" 지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순신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다. 검증의 한계"라는 초라한 말만 내뱉었습니다. 국가의 온갖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권리를 가진 인사검증단이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 검색만 해도 나오는 학폭 무마 사실을 몰랐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진짜 몰랐을 리 만무하니 알고도 이 정도가 무슨 문제야 하고 밀어붙인 것이겠죠. 사악한 족속들입니다. 이제는 검찰이 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까지 도맡을 권리가 있는 건지 변명하기가 궁색하게 됐습니다. 정순신으로 경찰까지 장악하려던 검찰의 시도가 일단 실패한 셈이니까요. '조국 사태' 운운하며 공정의 가치를 앞세우던 윤석열이 학폭과 입시 경쟁에 아빠 찬스를 쓴 정순신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밀어붙인 걸 보면 참으로 한결같이 내로남불이구나 싶습니다.

 

출처 - 춘천지법

 

한편 학폭 가해자의 아버지인 정순신뿐 아니라 어머니도 똑같았습니다. 나쁜 부창부수의 표본이랄까요? 2018년 춘천지방법원의 판결문에 학폭 담당 교사가 강원도교육청 심의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을 보면 가해자와 그 부모가 어느 정도로 인간 말종이었으면 심의 자리에서 교사가 이렇게까지 말했겠나 싶습니다. "교사로서 처벌보다는 선도의 목적이 있으니까 회유도 하고 타일러보고 피해학생의 아픔에 대해서도 공감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조금 공감하려고 하면 원고 부모님께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되게 두려워하셔서 2차 진술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조금이라도 선도를 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나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실 교사 입장에서는 많이 실망했다"고 말입니다. 또한 학폭의 중심이 되는 언어폭력이 학교 측에서 판단하기에도 피해학생이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건은 거의 유례가 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니 말 다 했죠. 정순신의 아들이 피해 학생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빨갱이 새끼라고 모욕한 걸 보면 집에서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을지, 아버지인 정순신을 비롯한 가족들이 어떤 작자들인지 뻔히 보입니다. 당시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문제였는데 피해자 측에서 고소하지는 않아서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정순신 쪽에서 대법원까지 끝장 소송을 벌였다고 하죠. 이런 가해학생과 그 부모들의 지저분한 대응 때문에 피해학생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의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물론 중증의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죠.

 

출처 - MBC

 

이런 상황인데도 정순신이 피해자를 2차 가해하면서 대법원까지 소송을 집요하게 끌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가장 낮은 처분인 서면사과를 받더라도 생활기록부에 기재됩니다. 그렇게 되면 생기부를 반영하는 수시 등 입시에 큰 차질을 빚게 되죠. 이 때문에 가해자 측 부모는 집행정지부터 신청한다고 합니다. 생기부에 학폭이 기록되는 걸 지연시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법원 판결이 끝날 때까지 학폭 사실이 생기부에 기재되는 것이 미뤄집니다. 고교 생활은 3년뿐이니 1년이고 2년이고 시간을 끌면서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그때 가서는 학폭으로 기재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식입니다. 실제로 학폭 사건에서 가해학생이 승소하는 비율은 20%가 채 안 된다고 하죠. 이렇게 이길 확률이 낮은 소송을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 이유는 시간을 끄는 것 외엔 달리 없습니다.

 

출처 - 뉴스1

 

결국 돈과 시간이 많은, 있는 집 자식들은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법 절차를 이용해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학생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립니다. 정순신 아들의 학폭 사태가 이런 부작용의 전형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학폭 소송이 법률 시장에서는 이른바 '블루오션'으로 통한다는 겁니다. 승소 여부와 상관없이 시간만 끌면 되는 소송이고, 대부분 돈 있고 힘 있는 부모가 의뢰하는 것이어서 여러모로 남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피해자의 고통 따윈 끼어들 틈도 없습니다.

 

출처 - MBC

 

이런 부조리 때문일까요? 국민들은 이번 정순신 사태에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요즘 학폭을 겪은 당사자가 복수를 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아버지가 감투 하나 내던지니 모든 죄가 사라진 것처럼 되고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문제에 열을 올리던 조중동은 왜 정순신 아들의 학폭 사태에 대해 침묵하는 걸까요? 정순신 아들의 학폭은 질적으로 범죄로 가득한데 말입니다. 《국민뉴스》에서 <조민 양으로 도배하던 조중동 정순신 아들 학폭엔 침묵!>이란 기사로 다뤘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 서울신문

 

극단적 선택까지 했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피해자의 인생값이 가해자의 아버지가 감투 하나 내던지는 현실, 너무 서글프지 않습니까? 정순신 아들 학폭 사태를 계기로 하여 피해자에 대한 지원 강화와 더불어 고위공직자들이 '사퇴'로 면피할 수 없도록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진실 규명을 무마하고 지나가는 관행도 반드시 고쳐야 할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