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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민식이법 합헌 결정을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3. 3. 6.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상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처벌한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의 13, 이른바 '민식이법'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2020년 변호사 2명은 민식이법이 자유권, 신체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27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며 일단락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민식이법은 2019년 충남 아산시의 한 스쿨존에서 9살 김민식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민적인 분노가 일어 도입된 법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 12살 미만 어린이를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다치게 할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민식이법에 관해 블로그 기사로 여러 차례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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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할 텐데 사실상 오랫동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운전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자 악용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대립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민식이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죠.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8대 1로 민식이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행자보다 차량을 우선시하는 후진적 차량 중심 문화"와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의 상해, 사망사고 다수 발생"을 근거로 민식이법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겁니다.

 

출처 - MBC

 

헌법재판소는 어린이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보행 중 사망자 비율 및 인구 10만 명 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최근까지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 등 아직도 보행자보다 차량을 우선시하는 후진적인 차량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의 상해, 사망사고도 지속적으로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어린이보호구역을 설치하고 엄격한 제한속도 준수의무와 안전운전의무를 부과해 위반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 예방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민식이법이 운전자에 대한 과도한 형벌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과연 일리 있는 문제 제기일까요? 시행 3년째를 맞이한 민식이법 위반으로 기소된 운전자는 대부분 집행유예와 벌금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억울한 운전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법 폐지 혹은 개정 주장과는 사뭇 다른 결과입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개정안'(민식이법)이 적용된 스쿨존에서의 아동 치사·상 1심 판결 173건(2020년 3월~2022년 3월)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8건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76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벌금형이 67건,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7건이었습니다. 무죄가 선고된 사건은 8건으로, 실형 선고 건수와 동일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헌법재판소는 "운전자가 보다 높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불이익보다 어린이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해서 얻게 되는 공익이 크다"면서 민식이법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물론 반대가 1 있기는 했습니다.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차 차량이나 갑작스러운 무단 횡단 등으로 경미한 과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경중의 폭이 너무 넓다는 점, 운전자에 대한 지나친 형벌은 경각심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운이 없어 처벌받게 됐다는 인식만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그리고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형벌 강화만으로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점을 소수의견으로 내놓았습니다.

 

출처 - MBC

 

민식이법은 언론에서 선정적인 제목으로 '민식이법 놀이'니 어쩌니 하면서 어린이 혐오와 운전자들에게 지나친 공포를 심어줬지만 방어운전을 생활화한 운전자자라면 걱정할 법이 아닙니다. 민식이법으로 첫 구속된 운전자만 봐도 그렇습니다. 김포시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7살 어린이를 치어 다치게 한 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된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스쿨존에서 과속하다 아이를 친 사람이었습니다. 동승했던 여자친구는 운전을 자기가 했다면서 경찰에 거짓진술까지 했다가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민식이법' 운운하기 전에 관연 이런 사람을 일반 운전자 취급할 수 있을까요?

 

출처 - 쿠키뉴스

 

헌재의 결정문대로 민식이법은 운전자의 불편함보다는 어린이의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현저하게 더 큽니다. 이번 합헌 결정을 계기로 불필요한 논란이 종식되고 어린이와 보행자 모두가 안전한 운전 문화가 자리 잡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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