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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민식이법, 하준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 나머지 어린이생명법안은?

by 생각비행 2019. 12. 12.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드디어 처리됐습니다. 민식이법은 법안 발의 2개월 만에, 하준이법은 법안 발의 약 2년 만입니다. 두 법 다 아동이 교통환경으로부터 더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법이었으나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을 정쟁의 도구로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인 양 취급해 부모들과 국민의 분노를 샀죠.


출처 - 오마이뉴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민식 어린이의 이름을 딴 법입니다.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민식이법의 경우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 전자의 경우 재석 242인 중 찬성 239인, 기권 3인으로 압도적으로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찬성 220인, 기권 6인, 반대 1인으로 가결 처리됐죠. 반대 1은 자유한국당 의원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국회의원들에게 지칠 대로 지친 민식이 부모에게 다시 한번 대못을 박은 셈입니다.


출처 - KBS


민식이법과 관련해서 자유한국당과 비상식적인 운전자들이 악질적인 선동에 나서기도 하여 사람들의 분노를 야기했습니다. 민식이법에 대해 자동차나 운전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스쿨존에서 난 사고를 무조건 가중처벌하는 악법이라는 주장이 돌았던 것이죠. 규정 속도로 운전해도 스쿨존에선 무기징역이라느니 스쿨존에서 사고 나면 최소 징역 3년에서 무기징역이라느니 하는 소리가 떠돌았습니다. 게다가 스쿨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애들이 문제이니 스쿨존을 노키즈존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무식한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출처 - KBS


이런 주장들은 당연히 사실이 아닙니다. 이번 개정안은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이게 모든 어린이 교통사고에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쉽게 말해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주행속도 시속 30km 이하를 준수하고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를 입게 한 경우에 한합니다. 즉 운전자의 부주의나 중과실로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에 국한된다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인 30km 이상으로 달리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건데, 애초 어린이보호구역은 그 이전에도 30km 미만 서행 구역이었고, 안전운전 의무는 운전자라면 누구든 당연히 지켜야 하죠. 여기에 '13세 미만 어린이'를 넣었을 뿐인데, 말도 안 되는 선동이 난무하는 것은 참으로 악질적인 대응이 아닙니까? 모든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시정지가 당연한 겁니다. 이런 상식조차 몰랐다면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될 일이죠. 현실 운운하며 그동안 어겼던 법을 계속 어기고 싶다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겁니다.


출처 - 한겨레


하준이법은 2017년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경사도로에서 굴러 내려온 차량에 숨진 최하준 어린이의 이름을 딴 법입니다.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는 등 주차장 내 운전자 안전 의무와 주차장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하준이법 역시 찬성 244인, 기원 2인으로 가결 처리되었습니다.


출처 - 뉴스핌


민식이법이 통과되자 민식이의 부모님은 국회 본회의 현장에서 오열했습니다. 그동안 쌓인 감정 때문이겠죠. 하지만 하준이법이 통과된 직후 하준이 엄마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국회에 전혀 고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숨쉬기도 어려운 유가족에게 국회가 한 짓을 생각하면 이 당연한 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들 고마운 마음이 들겠습니까?


출처 - KBS


사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대부분은 아직도 법안 심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해인이법은 어린이 안전에 대한 주관 부처를 명확히 하고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2016년 교통사고 후 뒤늦은 어린이집의 응급조치로 세상을 떠난 해인이의 이름을 딴 법입니다. 한음이법은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가 버스에 영상기기를 장착하고 모니터로 자동차 내부, 후방, 측면 등을 확인하게 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2016년 광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동행 교사의 방치로 통학 차 안에서 세상을 떠난 한음이의 이름을 딴 법입니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으로 포함되도록 하는 법입니다. 올해 인천 사설 축구클럽 승합차 운전자가 과속 및 신호 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어 태호와 유찬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린이용 노란 승합차였지만 사설 축구클럽은 법적으로 어린이통학버스 운영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교통사고로 처리되었습니다.


출처 - 팩트TV


법안심사를 받지 못한 이러한 법들은 앞으로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폐기될 상황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이 모든 민생법안과 어린이생명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원흉입니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다른 당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당리당략에 의해 거래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리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국회의원과 정치인의 본령일 테니까요. 내년 총선에서 민생 관련 법안과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을 소홀히 취급한 국회의원들을 물갈이하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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