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아스팔트 바닥에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 시위를 벌이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로공사가 항복을 선언한 것이죠.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일 요금수납원들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선고에서 도로공사가 일부 패소함에 따라 해당 인원을 포함한 현재 1심 계류 중인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과 이번 김천지원 판결을 분석한 결과 정년이 지났거나 사망자 등을 제외한 수납원들의 근로자 지위가 모두 인정됐기 때문에 나머지 재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동안 도로공사는 확정판결을 받아와야 정직원으로 고용하겠다고 우겨왔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2015년 이전 입사자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됐습니다.
출처 - MBC
애초 도로공사는 무리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29일 대법원에서 패소했고 이번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도 패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패소할 때마다 그 소송에 관계된 사람만 정직원으로 고용하겠다며 이상한 고집을 부렸습니다. 다음 달 10일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수납원 180여 명에 대한 판결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지난달에는 도로공사가 경북 김천에 있는 본사 점거 농성을 벌인 수납원과 민주노총 간부 등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건 일도 있었죠.
출처 - 한겨레
점거농성 때문에 현관 회전문이 부서지고 본관 잔디가 훼손됐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도로공사가 정말로 돈을 아끼고 싶었다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재판에 국민의 혈세를 쓰는 낭비하는 것부터 하지 말았어야죠. 하지만 그간 도로공사의 행태는 끝없는 소송과 고소 고발로 노조를 말려죽이려 드는 전형적인 악덕 사업주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출처 - 뉴시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하고 국토부 장관과 여당 대표 사무실까지 점거하며 투쟁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특이한 자격이나 신분을 달라는 것도 아니라 법원이 판결한 대로 자신들이 하던 일을 그냥 계속하게 해달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원래 하던 일인 요금 수납을 하면서 그에 대한 고용안정과 노동인권 보호 등 노동자라면 응당 받아야 할 최소한의 대우만 해달라는 것이었죠. 그러니 판결까지 나온 마당에 버티고 있던 도로공사의 행태야말로 법을 어기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 경향비즈
도로공사가 법원 판결을 뒤늦게 수용하면서 2015년 전 입사자 전원을 정규직화하기로 했으나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대법원 판결로 직접 고용된 수납원들이 엉뚱한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데다, 2015년 이후 입사 수납원 150여 명은 도로공사가 임시직 기간제로 채용할 방침이라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소가 어떻든 입사연도가 어떻든 도로공사가 직접 지휘, 감독한 것이 입증되었죠. 이번 대구지법 김천지원 판결이 명확하게 짚고 있는 부분입니다.
출처 - 프레시안
도로공사 점거농성이 100일에 다다를 때까지 직접 대화를 거부하던 도로공사의 이강래 사장은 노조 집행부와 직접 만나 교섭할 예정입니다. 이강래 사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해 오는 17일 퇴임할 예정이라고 하죠. 하지만 정말 그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3선 의원 출신인 이강래 사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라죠. 어차피 출마 때문에 물러나야 하는데 좋은 핑곗거리를 찾은 셈입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사장이 된 사람에게 휘둘려온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강래 사장은 아마 자신의 출신지인 남원/순창/임실 쪽으로 공천을 받으려고 혈안일 겁니다. 이쪽에 사시는 분들은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한 자를 엄하게 심판해주시길 바랍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청 또는 외주는 갑과 을을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끈입니다. 원청업체는 독점적 지대를 향유하며 갑이라는 압도적 우위에 서게 됩니다. 고용의 외주화로 을은 몸이 아파도 일터로 나가야 하는 이른바 '프리젠티즘'이라는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갑의 지대추구행위에 정보기술과 첨단매체가 가세하면서 일터의 외주화 현상과 근로자의 근무여건 악화, 사생활 침해, 노동강도 증가 등의 부정적 영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청사회로 변모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분절화되고 개인화된 관계를 어떻게 청산하고, 원청과 하청 사이의 책임 있는 관계와 연대의 끈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요?
첨단기술의 발달로 단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대변되는 최신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기 바빠 정작 노동자의 고용형태가 악화되어온 하청사회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노동자는 기술이 발전하면 당연히 사라져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노동자를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거나 고용을 유지하려는 노력 없이 무한경쟁 시장을 들먹이며 경영의 실패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을과 을들이 서로 피튀기는 경쟁을 하게 하는 사회가 제대로 된 곳일리 만무합니다. 노동자들도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경쟁에 앞서 부정의한 현실을 똑바로 보고 이를 바꿔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을들이 하청사회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힘, 특히 갑의 '지대추구행위'와 '외주화'를 보기 시작한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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