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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17조 8000억 추징금의 향방은?

by 생각비행 2019. 12. 16.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향년 83세의 일기로 숨을 거뒀습니다. 중년 이상 되시는 분들은 그의 책 제목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말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기억하실 겁니다. '세계경영'과 '탱크주의'라는 표어로 IMF 이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기도 했죠. 김우중 본인 역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대재벌 기업인 대우그룹을 일궈내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인정받았죠. 하지만 대우라는 신화의 껍데기는 IMF를 통해 드러난 김우중의 민낯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김우중의 경영방식은 군사독재 시절 정경유착의 표본이자 IMF를 초래한 한국 재벌 체제의 모순이 그대로 농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경유착을 통한 방만한 차입경영, 대마불사라며 문어발식으로 외형을 확장한 사업들, 천문학적인 부채에도 불구하고 군사정부의 뒷배경으로 부를 쌓아올린 대우는 그야말로 사상누각이었습니다. 결국 42조에 가까운 터무니없는 회계부정이 드러나 그룹이 무너지면서 안 그래도 IMF 사태에 부닥친 우리나라 경제는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대우 그룹이 남긴 총 부채는 60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대우가 무너지자 그동안 밑도 끝도 없이 대출해준 금융기관마저 부실로 흔들렸고, 외형이 큰 대우와 관계된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이어졌습니다. 대우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소액주주들은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된 대우 주식을 들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죠.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간 공적자금, 즉 국민의 혈세가 30조 원에 이릅니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1999년 당시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이 84조 원 정도, 1년 국방 예산이 14조 정도이던 때입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이란 나라 전체의 1년 예산과 맞먹는 부채와 우리나라 육해공군 전체를 3년동안 먹여살릴 수 있는 돈을 분식회계로 해먹고, 김우중은 해외로 도망쳐버립니다.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김우중 체포 결사대를 만들어 해외 원정 투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도피 후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김우중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 6개월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 9253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한국은행과 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한 돈과 해외로 도피시킨 재산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판결문에서도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보다 회계부정 등의 불법 경영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끼친 과가 훨씬 더 크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김우중은 틈나는 대로 자신은 IMF와 정치권이 하라는 대로 하다가 이렇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공감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해외금융 점조직을 이용해 거액을 빼돌린 사실을 비롯해 치부가 너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죠. 여담이지만 2009년 그는 자기 항공 마일리지 29만 9000마일을 돌려달라며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소송을 걸어 뉴스에 나기도 했죠. 국민 세금 30조는 날려먹어도 되는 돈이고, 항공 마일리지는 소중하게 챙기는 쪼잔한 사람이었던 겁니다.


출처 – JTBC


인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베트남에서 도피성 창업 양성을 했지만 죽은 지금도 그의 미납 추징금은 17조 8000여억 원에 이릅니다. 전체 추징금의 0.5%에 불과한 887억 원을 납부하고선 그대로 해외를 전전하다 죽음에 이르렀죠. 김우중은 14년 동안 전두환조차 제치고 부동의 체납자 1위였습니다. 여기에다 지방세 35억 1000만 원, 양도소득세 등 국세 368억 7300만 원도 체납한 상태였죠. 김우중은 전대미문의 추징금과 거액의 재산 은닉 의혹, 국세 체납 등 더러운 유산만을 남겼습니다. 노에경영의 끝은 막대한 추징금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김우중이 죽었다고 추징금을 거둬들일 방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이 추징금을 함께 물도록 판결받은 전 대우그룹 임원들로부터 남은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김우중이 해외도피 중이던 2005년 강병호 대우 전 사장 등 임원 7명에게 추징금 23조 358억 원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김우중은 이 임원들과 공범으로 묶여 추징금을 연대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임원들을 상대로 확보한 건 5억 원뿐입니다. 검찰은 다른 일보다 이런 사건에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오마이뉴스


법원의 판결문대로 김우중은 공보다 과가 너무나도 큰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그 과를 갚기 위한 사죄나 배상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죠. 기업인, 인간으로서의 김우중을 추모하고 싶다면 이 문제를 바로잡은 이후라야 가능할 것입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죽음은 대한민국 재벌체제의 비정상성을 드러내고 재벌개혁이 더 미룰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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