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성남어린이집 성폭행 사건, 2차 가해 멈춰라!

by 생각비행 2019. 12. 5.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행복을 누려야 할 어린이집 아이들이 끔찍한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요즘 화제가 된 성남어린이집 성폭행 사건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성남시의 한 국공립유치원에서 6살 여자아이가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가해자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6살 남자아이라고 하여 모두가 경악했습니다. 피해 아이 부모가 경기도 해바라기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관련 내용을 공론화하여 사건이 알려지게 됐는데요,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결과 지난 10월 15일 피해 여아가 남자아이 4명과 함께 책장 뒤에서 바지를 추스르고 나오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6일 산부인과 진료에서 피해 여아의 몸에서 성적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고도 하죠. 이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은 각각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습니다. 경찰은 논란이 된 사건인 만큼 바로 사실관계 착수에 돌입했으나 그 이상 뭔가를 할 도리가 없어 큰일입니다. 범죄 행위가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났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아이는 6세여서 법적인 조처를 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YTN


이런 상황 때문일까요? 가해 아동의 부모는 적반하장으로 자기 아이를 가해자 취급하지 말라며 오히려 화를 내고 있습니다. 가해 아이의 아빠는 14년째 럭비 국가대표로 활동한 선수라고 하죠. 피해자인 6살 여자아이는 불안에 떨며 심리센터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어린아이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놀라고 분노한 시민들은 피해자 부모의 글을 복사해 올린 국민청원에 대해 이틀 만에 13만 명 넘게 동의의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같은 날 피해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동 간 성폭력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강제력을 가진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고, 하루 만에 20만 명 넘게 동의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겨를도 없이 성남어린이집 성폭행 사건은 2차 가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피해자인 여자아이를 탓하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출처 - 국민일보


몇 달 전 CCTV를 보니 피해 아이가 남자아이 손을 먼저 잡아 이끌었다는 둥, 피해자 부모가 5000만 원을 요구했다는 둥 여자아이도 100% 피해자는 아니라는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악성 루머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피해 아동의 부모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CCTV는 한 달 치밖에 없고 돈은 더러워서 필요 없다는 말을 어린이집 측과 한 적 있고 녹취록까지 있으니 2차 가해를 멈추라고 요구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런데 피해 아동의 부모는 성남어린이집에 가서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 부모가 왜냐고요? 다른 학부모들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분란을 만들었다며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피해자 부모에게 공감해주었으나 일부 극렬한 부모들은 '글이 너무 자극적이다', '공론화 동의를 구했느냐'라며 피해 가족에게 참으로 무신경한 2차 가해를 계속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어처구니없게도 2차 가해의 끝판왕은 복지부 장관의 발언이었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남자아이의 성폭력이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아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가해자 부모가 부풀려졌다고 변명하긴 했지만 아이의 성추행 행위 자체가 있었음을 인정한 마당에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도 이 정도까지 부족한 것은 문제가 큽니다. 대체 언제부터 성추행, 성폭행이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 중 하나가 된 걸까요?

 

출처 - 서울신문

 

논란이 커지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는데 정작 그 발언을 한 장관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도 하지 않은 장관은 과연 어떤 발달 과정을 거친 걸까요?


출처 - 서울신문


철없는 6살짜리 남자아이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을 거치는 와중에 성폭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말과, 6살짜리 여자아이가 영악해서 여우처럼 먼저 남자아이들을 끌어들인 것이라는 말이 양립할 수 있습니까? 성남어린이집 성폭력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성을 얼마나 남성 위주로 인식하고, 피해자인 여성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세계관에 얼마나 깊이 젖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호소할 법이 제대로 마련되지도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공정한 법제의 마련과 더불어 이제는 어린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이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올바른 성교육을 해야 할 때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