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한일관계의 향방은?

지난 22일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기한을 몇 시간 앞둔 시점에 우리 정부는 조건부로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을 믿고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할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시민들은 실망감을 표출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협상의 열쇠를 우리나라가 쥐고 있는 형태로 지소미아를 유예한 것이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7월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했을 뿐이며 이 조건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 WTO 제소를 현 단계에서 멈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로 한일갈등이 잦아들길 기대했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일본 정부가 사실을 왜곡하고 언론 플레이를 일삼으면서 오히려 2차 갈등 양상이 보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으로부터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한다는 통보를 받은 지난 22일 경제산업성을 통해 한국과 수출관리에 관한 국장급 대화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선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애초에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발표가 공식적으로 있기 몇 시간 전 일본 언론이 이를 사전 보도한 점을 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누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충분합니다. 게다가 그 일본 언론의 보도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사실을 왜곡하여 한일 갈등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일본이 7월 이전으로 경제보복을 되돌린다는 전제하에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한 것인데 말입니다. 일본이 규제 철회에 한 달여 정도 걸리는 시간까지 언급하며 대화를 먼저 제안했기에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라는 큰 결정을 내린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총리라는 작자가 일본은 아무 양보도 안 했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니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출처 - 뉴스1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발표 이후 일본 정부가 한 일련의 행동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강력히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사과한 적이 없다며 양국 간 진실 공방 양상으로 끌고 갔습니다. 청와대는 즉각 일본 입장을 반박하며 일본 측이 사과한 것이 사실이며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우리나라에 항의해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쨌든 일본 '정부'로서는 사과한 사실이 없다면서 한국 측 발언 하나하나에 논평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뭉개고 넘기려 했습니다. 한일관계를 생각할 때 격하게 항의하는 게 아니라 어물쩍 넘어가려는 일본 정부의 꼴을 보면 어느 쪽이 사실을 얘기하고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과거 식민통치에 대해 사과 아닌 사과를 했던 아키히토 일왕의 발언을 기억하실 겁니다. 일본이란 나라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이런 외교 결례를 통해 명백히 드러납니다.


출처 - MBC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일본 외무상은 사과 했다 안 했다, 지금 그런 것보다 이제부터 확실히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눙치고 넘기려 했습니다. 그나마 방위상인 고노 다로가 이번 지소미아 종료 유예 통지의 정지란 의미는 일시적인 정지라는 것을 인정한 것 정도가 다입니다. 아베를 비롯해 다른 각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침묵을 유지했죠.


출처 - 연합뉴스


불명확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양국 간 협의 조정이 시작됐습니다. 강제노역 판결로 인해 촉발된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는 다음 달 초에 과장급, 말에는 국장급 협의를 연다고 하죠. 문제는 이번 사태의 시작이었던 강제노역 문제 협의입니다. 일본 측은 양국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기금을 조성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들과 우리 국민은 이를 거부하는 입장입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밀실 한일위안부 협의가 이런 식이었죠. 피해자의 요구를 무시하는 협의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입니다.


출처 - MBC


한일 지소미아 문제의 뒤에는 미국의 입김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배후에서 한국과 일본을 압박하며 합의를 독려했죠. 미국 오바마 정부 당시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 이면에도 미국의 힘이 작용했습니다. 무리하게 추진된 합의의 결과가 지금 파탄 난 한일관계입니다. 미국으로서도 자업자득입니다. 그나마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결정으로 이번 문제가 일본의 무역 제재가 원인이었음을 일본 정부가 인정하게 함으로써 주도권을 쥐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지소미아 협상에서 한발 양보를 함으로서 미군 주둔 비용 협상에서 써먹을 만한 카드를 하나 얻게 된 셈이기도 합니다. 향후 일본이 시간 끌기 같은 꼼수를 쓴다면 그때 가서 지소미아를 종료해버리면 됩니다. 미국도 지소미아 유예의 조건으로 일본이 7월 이전으로 경제 보복을 되돌린다는 합의 사항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한 달간 지켜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역시 일본은..."보다는 "웬일로 일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연말을 맞이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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