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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윤석열 공안통치, 국정원 민간인 사찰 부활시켰나?

by 생각비행 2023. 2. 28.

최근 간첩사건 얘기가 나돈 적이 있습니다. 창원과 제주에 간첩단이 암약하고 있다는 이른바 간첩단 사건이었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이 사건은 '자주통일민중전위'와 'ㅎㄱㅎ'라는 이름의 단체라고 합니다. MBN 등 보수언론은 이들이 동남아 공작활동을 하고 국내에서 반국가 단체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북한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이들 단체에 제2의 촛불시위를 일으키라는 지령을 내린 것을 파악했다고 했죠.

 

출처 - MBN

 

시대착오적인 왕조 국가인 북한이라면 간첩단을 저렇게 구시대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보도되었던 내용은 너무나 기막히게 극우보수들이 원하던 소식과 워딩이어서 믿기가 힘들죠. 대한민국의 현대사적 사건 몇 가지를 일개 간첩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폄훼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숱한 인명이 희생된 10.29 참사에 대한 시위가 북한 지령이라니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도 북한 간첩의 농간에 대한민국 국민이 단체로 속아 넘어갔다는 소리일까요?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정권의 입맛 따라 조작된 간첩 사건을 생각하면, 이번에 간첩단이 나타났다는 보도 내용에 놀라기보다 어떻게 국정원의 조작질 레파토리가 70년째 변화가 없는가 하는 생각부터 드는 게 사실입니다.

 

출처 - 평화뉴스

 

지난 2016년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추적해서 내놓은 최승호 PD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자백>만 봐도 알 수 있죠. 마지막 5분이 넘게 흐르는 엔드 크레디트 내용은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상 내용은 죄다 똑같은 사건입니다. 굵직한 것들로만 넣었을 텐데도 그렇습니다. 모두 최종 무죄 판결이 났거나 수사 도중 사망해 진실을 알 수 없어진 간첩 조작 사건들 목록이죠. 70여 년에 걸친 원죄가 있는 국정원이다 보니 간첩단이 나타났다는 얘길 하는데도 믿음이 가기보다는 의심부터 드는 건 왜일까요?

 

출처 - JIBS

 

국정원이 말하는 소위 제주 간첩단 사건으로 엮인 분들은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농민회 간부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들의 체포 과정에서 국정원이 형사소송법을 어겼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변호인단은 헌법 위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악용하여 윤석열 정권이 국면 전환을 위해 종북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적법절차 위반과 인권 유린을 저지른 국정원을 규탄하면서 말이죠. 국정원 같은 사법기관이 진보 인사와 민주노총 같은 진보 단체에 무차별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걸고넘어지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출처 - JTBC

 

조작 없이 간첩도 못 잡는 국정원의 솜씨가 어디 가겠습니까? 지난 23일에도 몰래 민간인을 사찰하다 현장에서 걸려 망신을 당한 국정원 직원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이 국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자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이 회견을 국정원 직원이 기자를 사칭하고 촬영하다 노조원들에게 들킨 겁니다. 기자회견 중 검은 마스크를 쓴 남성이 수상하여 눈여겨보던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그에게 신분을 밝히라고 하자 처음에는 기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하니 갑자기 도망을 쳤습니다. 노조원들이 붙잡아 경찰을 부르니 자기가 경찰이라고 했다고 하죠. 하지만 가방 안에서 국정원 직원증이 나오고 나서야 국정원 요원임을 자백했다고 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민간인들에게 걸려서 정체가 털리는 정보부 요원이 있다는 것도 한심하지만, 국정원은 지난 2017년 해외 파트 업무만 하기로 하고 국내 파트는 없앤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당시 국정원 국내 파트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이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혐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공안통치를 되살리고 싶은 걸까요? 대통령 취임 1년도 안 돼 국정원 직원이 민간인을 다시 사찰하고 다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출처 - 굿모닝충청

 

황당하게도 국정원 책임자는 이번에 걸린 요원이 신입이라 당황해서 기자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에 해명 내용이 또 바뀝니다. 기자라고 사칭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노조로부터 신분증과 휴대폰을 강탈당하고 그 과정에서 다쳤다고요. 최초 해명도 어이가 없지만 바뀐 해명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내용입니다. 이들이 과연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정보활동을 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걱정이 듭니다. 안보는 보수라는 정권이 들어서기만 하면 죄다 이런 일이 터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지만 이번 소동은 그저 웃고 넘길 일은 아닙니다. 국가공무원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불법적으로 촬영하는 건 수사의 연장이 노조에 대한 엄연한 사찰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국내 파트 활동을 접겠다던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면 국정원법 위반의 소지도 다분하죠.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등이 총력으로 국민은 물론 야당, 시민단체, 노동조합, 언론과 전 정권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일당에 의해 다시 망가지기 시작한 국정원의 폭주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여러 가지로 암담한 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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