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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생성형 AI 챗GPT 열풍을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3. 2. 25.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열풍입니다. 챗GPT는 미국의 스타트업인 오픈AI사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로, 회원 가입 후 무료 혹은 유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신 분도 계실 텐데요, 그래서 챗GPT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챗GPT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기능: AlphaGo는 보드 게임 바둑을 세계적 수준으로 플레이하도록 설계된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며 chatGPT는 텍스트 기반 입력에 대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도록 설계된 자연어 처리 모델입니다.

입력: AlphaGo는 보드 위치를 입력받아 이동하고 chatGPT는 텍스트를 입력으로 받아 응답을 생성합니다.

학습 데이터: AlphaGo는 인간 게임에서 수백만 개의 보드 위치에 대해 학습한 다음 개선을 위해 스스로 대결했으며 chatGPT는 인터넷의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 모음에서 학습했습니다.

학습 알고리즘: AlphaGo는 심층 신경망과 Monte Carlo 트리 검색의 조합을 사용하여 결정을 내리는 반면 chatGPT는 변환기 기반 신경망 아키텍처를 사용합니다.

도메인 특정성: AlphaGo는 바둑을 두는 특정 작업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chatGPT는 언어 생성, 언어 번역 및 언어 분류와 같은 광범위한 언어 관련 작업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응용 프로그램: AlphaGo는 주로 바둑 게임을 높은 수준으로 플레이하는 데 사용되며 chatGPT는 챗봇, 언어 번역 및 텍스트 요약과 같은 자연어 처리에서 많은 잠재적 응용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언어 학습을 한 인공지능이란 것 정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답변 내용이 일목요연하여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설명해줘도 될 정도입니다. 사람과 대화하며 질문에 답하는 언어 AI 모델은 그동안 많았지만, 챗GPT는 관련 전문가들이 인정할 정도로 단연 높은 수준의 챗봇입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출처 - zdnet / UBS

 

그러서일까요? 챗GPT는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이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투자은행 UBS가 지난 한 달 동안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의 수(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추정하여 내놓은 결과인데요, 이렇게 급속도로 이용자 수가 급등한 경우는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알파고 이후 최대의 AI 열풍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군요.

 

출처 - JTBC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추가로 100억 달러,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2조 원이 넘는 투자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빌 게이츠는 챗GPT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이며 과거 인터넷의 발명만큼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금까지 AI는 읽고 쓸 수는 있었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며 챗GPT와 같은 새 AI는 인간과 대화하여 청구서나 편지 쓰는 일을 도움으로써 사무실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과연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출처 - 전자신문

 

챗GPT가 촉발한 대화형 AI 전쟁은 기업의 가치를 좌지우지할 지경입니다. 과거 알파고를 내놨던 IT 공룡인 구글은 챗GPT에 자극을 받아 이에 대항하는 AI 챗봇 '바드'를 급히 내놓았다가 수백조 원을 날렸습니다. 지난 8일 파리에서 구글의 신기술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시연된 바드는 CEO인 순다 피차이의 질문에 오답을 내놨습니다.

 

출처 - ELLE

 

단순한 사실 확인 수준의 질문에 바드가 오답을 내놓자 구글의 지주 회사인 알파벳의 주가가 7.68% 급락했습니다. 한화로 약 216조 원이 증발한 겁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 시장에서 구글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였지만, 일찌감치 챗GPT에 투자한 결과 분위기가 반전되어 이 분야에서 라이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받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출처 - JTBC

 

이런 챗GPT를 긍정적으로만 봐도 괜찮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구권 교육계는 챗GPT의 등장으로 실시간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부정행위 빈도가 당장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는 시험과 숙제를 전면 중단하고 챗GPT 사이트를 차단하는 해프닝도 있었죠. 교계에서는 챗GPT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저하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간의 학업 능력 효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언어적 계산기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기도 합니다.

 

출처 - SBS

 

챗GPT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챗GPT는 MBA와 의사 면허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어떤 정보를 암기하고 요약해서 답하는 문제라면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챗GTP과 관련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대필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관련 사건이 터졌습니다.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 재학생 7명이 영문에세이 과제를 챗GPT로 써내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학교는 'GPT 제로'라는 프로그램으로 대필한 사실을 잡아내어 모두 0점 처리했다고 하죠. 3월이면 개강해야 하는 대학들은 챗GPT 때문에 그야말로 비상 상황입니다. 대필 검증 프로그램 도입과 가이드라인 마련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까요.

 

출처 - 유튜브

 

한편 챗GPT는 노래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커맨드스페이스'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요한 씨가 챗GPT로 4분짜리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우선 챗GPT와 대화하며 G 코드로 진행되는 곡을 써달라고 한 다음, AI가 만드는 이야기로 간단한 가사도 붙여달라고 했습니다. 첫 가사가 좀 직설적이어서 "좀 더 시나 문학 작품같이 가사를 바꿀 수 있을까?" 하고 요청했더니 수정본을 내놨습니다. 음악도 재즈풍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한 결과 노래가 완성됐습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음악을 하는 인간의 작업 방식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출처 - 전자신문

 

챗GPT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학계에서는 연구 설계 단계부터 실제 논문 작성까지 다양한 활용 사례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논문 초록의 글자수 요약부터 목차 작성을 불과 수초 만에 처리하고 창의적인 연구 제목까지 제안했습니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챗GPT를 활용해본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챗GPT로 특정 개념의 요약을 요청하고 추가로 교수님이 가르친 관점에 따라 정리해달라고 해서 나온 결과물을 외우는 방식도 소개됐는데요, 주요한 핵심을 다 챙기면서 기말고사 시험공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동아일보

 

챗GPT는 코딩까지 가능해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아주 활발하게 쓰입니다. 간단한 코딩은 그냥 맡기거나 코드의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분야에서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만든 프로그램 플랫폼이 유료화되어 무료 배포 중인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바꿔야 했는데, 예전 같으면 일일이 다시 짜야 했겠지만 챗GPT에게 부탁하자 순식간에 다시 짜주었다고 합니다. 90% 이상의 코드가 제대로 작성되어 시간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었다고 하죠.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 카피, 보고서 작성 등에서 준수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을 할 경우 스프레드시트와 챗GPT를 접목해 다양한 화장품 카피를 한 번에 작성하는 방법도 공유되었습니다. 화장품 종류, 브랜드 이름, 검색 키워드, 타깃층, 특징 등을 입력하면 적합한 문구를 한 번에 표로 제시해준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보면 실로 놀라운 발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챗GPT가 미숙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우선 영어권 국가인 미국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영어로 하는 대화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한국어 같은 다른 언어에는 대응이 늦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얼마 전 누군가가 챗GPT에게 "역사적으로 꼽히는 비극적인 사건 10개를 뽑아줘"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동여지도 연금술사들의 폭동 (1392)"이 5번째 항목으로 나왔습니다. 대체 어떤 사건일까요? 챗GPT에게 "대동여지도 연금술사들의 폭동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줘" 하고 물었더니 1392년 조선 시조인 태조의 즉위 후 일어난 사건으로,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불평등이 겹쳐져 연금술사들이 과세 정책에 반발하여 일으킨 폭동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답변이 이상해서 영어로 다시 물어보면 챗GPT는 장영실이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는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한 연금술 실험을 했다고 하고 허준도 연금술에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질문을 거듭해한 결과 챗GPT가 '한의학'을 '연금술'로 생각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챗GPT의 답변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출처 - 트위터

 

기술의 발전에 따른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그만큼 큰 법입니다. 챗GPT 말고도 생성형 AI는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는 키워드를 주면 그림이나 사진을 그려내는 AI 모델도 있습니다. 위 사진은 2월 7일 발생한 프랑스 시위 집회에서 촬영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실제 보도 사진이 아닙니다. 가만히 보면 경찰관의 손가락이 6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사진이나 영상까지 곁들여 가짜뉴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앞두고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가짜뉴스를 쏟아낼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누구든 쉽고 정교하게 가짜를 만들고 조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런 신기술의 악용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도무지 알 수 없군요. 현재의 AI 모델은 인간과 대화하거나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학습을 거듭할수록 점점 정교해지고 똑똑해지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월 21일 챗GPT 등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가에 대한 미국 당국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미 저작권청은 이미지 생성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애초 이 문제는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로 만들어진 만화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픽 노블 작가인 크리스 카슈타노바는 자신의 그래픽 노블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스토리와 대사를 작성한 후 이에 기반해 미드저니에게 만화를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내용을 구상하고 대사를 썼지만 그림은 AI가 그린 작품인 셈이죠. 미 저작권청은 작가가 직접 쓴 글과 그가 한 편집, 그러니까 이미지 선택과 배치와 관련하여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했지만, AI인 미드저니가 생성한 이미지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작가인 카슈타노바 역시 이미지 자체의 주인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고, 이미지 자체도 인간에게 귀속되지 않는다는 결정인 셈입니다.

 

 

알파고 열풍이 불 무렵 언론에서는 단순 노동이 AI 자동화에 대체될 확률이 높고 인간의 감성이나 예술성이 부각되는 분야는 대체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생활에서 쓰이기 시작하는 AI를 살펴보면 그림, 사진, 글쓰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점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판사나 변호사가 그간 하던 일 중에서 막대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정보를 요약하고 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사람보다 AI가 나을 수도 있다는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인간이 몸으로 하는 단순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다소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는 중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출처 - 머니투데이

 

AI는 챗GPT로 다시 한번 우리를 새로운 경지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할지 해롭게 할지는 명확하지 않은 시점입니다. 이 때문에 안심 반, 불안 반의 심정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로운 세상을 만드는 건 역시 도구를 활용하는 인간의 마음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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