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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다

by 생각비행 2022. 12. 12.

지난 10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만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발족했습니다. 참사 발생 40여 일 만입니다. 협의회는 참사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대표는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씨가 맡았습니다.

 

출처 - YTN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창립선언문에서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 2차 가해에 적극 대처할 것,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마음으로 행동할 것 등을 결의했습니다.

 

출처 - KBS

 

이와 동시에 국정조사와 성역 없는 수사,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윤석열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유가족 소통공간과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을 포함해서 말이죠. 창립선언문 낭독 후 유가족들은 무엇보다 먼저 행정안전부 장관인 "이상민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자가 아직까지도 자리에 연연해 눌러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유가족은 기자회견 중 오열했고 한 명은 실신해 119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출처 - MBC

 

유가족들의 요구에 국회가 답하는 듯 지난 11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할 여당인 국민의힘이 해임안을 보이콧하며 전원 퇴장하는 바람에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했습니다. 해임 건의안은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의결되었죠. 표결에 앞서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상민 장관은 재난 및 안전 관리의 총책임자로서 사전 안전관리 대책을 면밀하게 수립하고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했다"며 해임 건의안 제출 배경을 분명히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은 해임 건의를 묵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으로 국민에게 듣기평가를 강요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처럼 말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두 번이나 의결되었습니다. 이승만부터 윤석열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로 여덟 번 일어난 일인데, 그중 두 번이 윤석열 정부 장관에 대한 건입니다. 여덟 차례 해임 건의 중 다섯 번은 대상이 된 장관이 자진 사퇴하며 마무리가 됐습니다. 국회가 의결한 국무위원 해임안을 묵살한 건 박근혜 때 한 번, 윤석열 때 두 번 이렇게 딱 세 번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와 윤석열, 이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가진 정부로군요.

 

출처 - 민중의소리

 

이 정도면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입조심을 해야 할 텐데 국민의힘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이른바 윤핵관인 국민의힘 권성동은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발족된다는 소식에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하나의 문장으로 대체 몇 개의 단체와 몇 명을 모욕하는 건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돈푼이나 벌겠다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극우 유튜버와 무엇이 다른지 당최 모르겠군요.

 

출처 - MBC

 

윤석열이 임명했던 대통령실 전 종교다문화비서관 김성회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 큰 자식들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깁니까?!"라고 말이죠.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됐냐며 왜 국가와 대통령에 뭐 해내라고 하냐는 망언과 더불어서 말입니다. 그는 국민의힘처럼 세월호 참사 역시 모욕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될 것이며 감성팔이를 할 거라는 2차 가해도 서슴없이 해댔습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자를 다른 직책도 아닌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점찍은 것만 봐도 윤석열 정부에 뭔가 기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오는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 예정입니다. 협의회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참사 생존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지금 모인 사람들은 유가족이지만 생존자분들도 매우 힘들 거로 생각한다며 생존자분들이 그날 상황에 대해 제발 증언하는 용기를 내달라고 읍소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올 한 해 대학 교수들이 꼽은 사자성어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입니다. 응답자의 50%가 넘는 압도적 득표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반년 남짓한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대한 평가로 손색이 없는 듯합니다. 다른 사자성어 후보로는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2위·14.7%),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3위·13.8%),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4위·13.3%),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5위·7.4%) 등이 있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태도를 보면 이번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질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족들이 보인 용기에 생존자들이 화답하고, 생존자들이 보일 용기에 시민들이 화답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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