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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역사를 퇴행시키는 윤석열 정부, 검열의 바람이 분다

by 생각비행 2022. 12. 7.

윤석열 정부가 문화 검열과 역사 수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차' 사건으로 징후가 포착되었다면 지난 10월 16일 부마항쟁기념식에서 일어난 일은 이런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증거입니다.

 

출처 - JTBC

 

부마항쟁은 박정희의 유신체제 철폐를 위해 1979년 10월 전개된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올해 부마항쟁기념식이 행안부의 요구로 갑자기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부마항쟁기념재단 측은 "행안부가 무색무취한 기념식을 원한다"고 했다면서 예정되어 있던 연출자와 가수를 빼버렸습니다. 노래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출처 - 유튜브

 

<늑대가 나타났다>는 지난해 8월 가수 이랑이 발표한 곡으로,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드물게 처연한 가사와 경쾌한 후렴구가 대비를 이룹니다. 변화를 호소하고 연대를 외치는 노래로 가난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마녀, 폭도, 늑대로 내몰리는 풍경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랑은 집회에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만든 곡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랑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바 있으며, <늑대가 나타났다>는 2022년 제31회 서울가요대상에서 올해의 발견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수나 노래 모두 대중적인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JTBC

 

이 노래를 기념식에서 불러달라고 먼저 요청한 쪽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었습니다. 이랑은 곡에 정확히 맞는 기념식에서 노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공연 2개월 전부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연주자들과 기념식 연습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연을 3주 앞둔 지난 9월 말 재단 측이 갑자기 이 노래를 빼달라고 요청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재단 측에 "이 노래를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당시 감독을 맡은 강상우 씨는 이 노래를 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그 지시를 수행하지 않으면 재단의 존립이 위험하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행안부 담당자가 반대하는 데다 재단은 행안부에서 예산을 받는 입장이어서 거부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출처 - JTBC

 

그러면서 재단 측은 행안부가 별 탈 없는 무색무취한 기념식을 원하니 가수 이랑에게 <늑대가 나타났다> 대신 <상록수>를 불러주면 어떻겠느냐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랑은 물론 감독도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결국 재단 측은 이들을 대신할 다른 가수와 감독을 뽑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출처 - JTBC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재단 측이 일방적으로 감독과 가수를 바꿔놓고는 정산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감독 연출료로 1000만 원, 가수 공연비로 700만 원이 책정되어 있었는데, 행안부와 재단 측 사정으로 일이 틀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지급하기로 되어 있던 비용을 지급하거나 계약서에 명시된 취소 수수료를 지급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랑이 '찍힌 가수'가 되자 행안부는 돈을 안 주고 책임 돌리기만 했습니다. 행안부는 재단에게 물어보라 하고 재단은 행사 용역회사에서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고 하고, 용역회사는 두 사람에게 합쳐서 700만 원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감독과 가수가 상급 기관과 직접 얘기하겠다고 하자 출연료 지급 자체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돈으로 옥죄며 문화를 검열하는 더러운 처사는 이명박근혜 정권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출처 – 행정안전부

 

일이 커지자 행안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는데,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기념식 행사에서 특정 곡을 검열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선곡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재단에 전달한 바 있다"는 겁니다. 엄혹한 유신체제에 맞서 목숨을 내던져 저항한 시민들의 뜻을 기념하는 식장에서 흥겨운 댄스곡이라도 부르라는 말인가요? 검열했다는 사실을 숨기려다가 부마항쟁 기념식 취지 자체를 모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변명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국 감독과 이랑은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를 선임해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9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문열 등 문화예술계 원로라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비공개 오찬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며 "한국 문화예술을 위해 힘써준 분들을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문화를 검열하고 옥죄는 윤석열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중 대체 어느 쪽이 실체입니까? 입을 열기만 하면 거짓말을 남발하고, 국민의 심사를 어지럽히고,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행태를 언제쯤 멈출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으로 암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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