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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윤석열 정부의 국민은 누구인가? 각자도생 복지예산

by 생각비행 2022. 12. 16.

윤석열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습니다. 특히 복지예산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복지예산을 둘러싸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정한 예산'이라고 질책하는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다정한 예산'이라고 주장합니다. 집권 첫해의 예산안 편성이 향후 5년 복지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복지예산에 주목하게 됩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지난 11월 8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생,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분야 전체 예산이 올해보다 10조 9000억 원 증가했는데 민주당이 특정 사업 예산이 줄어들었다며 거짓 선동을 한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11월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가 복지예산을 축소했다며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지난 10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직접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출처 - 한겨레

 

총액만 놓고 보면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이 맞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해 본예산과 내년 예산안을 비교 분석했을 때 전체 복지 분야 사업 869개 중 322개 사업에서 13조 2000억 원이 삭감됐습니다. 증액된 사업은 414개로 모두 24조 1000억 원입니다. 이걸 합계하면 복지 관련 예산이 10조 9000억 원 늘어난 건 분명합니다.

 

출처 - 참여연대

 

하지만 핵심은 총액이 아닙니다. 복지 정책이라는 게 딱 하나로 된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중요한 건 어떤 부문이 늘고 어떤 부문이 줄었느냐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사회복지 분야 예산이 전체적으로는 늘긴 했지만, 지난해 본예산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분야에서 삭감이 이뤄졌습니다. 사회복지 예산에 이어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 부문이 8조 원 삭감되어 그 뒤를 이었고, 국방비가 6조 원 삭감되어 세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 나라살림연구소

 

분석 결과를 보면 예산이 어디서 줄고 늘었는지가 명확하다고 합니다. 임대주택과 고용에서 예산을 대폭 줄였고 공적 연금에서 예산이 늘었습니다. 이는 65세 이상 어르신 증가와 물가 상승 추세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쉽게 말해 연금을 받을 사람이 늘었고 물가 상승을 반영해야 하니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증액하는 게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법을 아예 무시하는 독재자가 아니라면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반면 주택 시장이 요동치고 경제 위기가 코앞에 몰려온 지금 임대주택과 고용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건 국민 피부에 닿는 가장 중요한 복지 혜택을 줄이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닙니다.

 

출처 - 나라살림연구소

 

다른 정권과 비교해봐도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공약 이행 등을 위해 복지예산이 상승하고 임기 후반에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좌우 가릴 것 없이 적어도 초기에는 공약 이행을 위해서나 일하는 시늉을 위해서나 전 정권의 마지막 해보다 복지 예산에 힘을 싣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번이 첫 예산안인데도 사회복지 예산에 맥이 빠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연금처럼 자연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금액이 대부분일 뿐 적극적으로 힘을 싣는 사회복지 사업이 없다시피 하다는 사실 때문에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보건복지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약자 복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5.47%를 인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내세울 점이 못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 내년 인상률은 2015년 기준중위제도 도입 이후 최대 수치이긴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 초입이라는 현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올리던 관성대로 올린 것일 뿐 실질적으론 기존 복지 급여의 실질 구매력도 확보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니까요. 경제 상황은 엄중한데 약자들의 수입은 되레 줄여버렸다는 얘깁니다.

 

출처 - 페이스북

 

실제 사례를 들어볼까요? 중소, 중견 기업 재직자를 위한 청년재직자의 내일채움공제가 당장 올해 말로 종료됩니다. 재직자와 회사, 정부가 각자 1:1.7:1.5로 적립해 최종적으로 3000만 원+이자라는 목돈 형태로 돌려주는 제도였는데요. 이를 내년부터 내일채움공제 플러스로 개편한다고 통보했습니다. 플러스지만 사실상 혜택은 대폭 축소되었죠. 가입 기간이 5년형에서 3년형으로 축소되고 모든 중소, 중견기업 노동자에서 제조, 건설 분야 노동자로 한정됩니다. 가장 중요한 최종 적립액은 3000만 원+이자에서 1800만 원+이자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적립 구조도 노동자에게 불리합니다. 원래 노동자:기업:정부가 1:1.7:1.5였는데 1:1:1로 바뀌게 되니까요. 이전엔 기업과 정부가 더 많이 보조해주었는데, 이제는 똑같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겁니다. 이마저도 선착순으로 연 1만 명 규모로 지원한다고 하죠. 선착순 마감되면 다음 연도에 신청해야 합니다. 사회에 첫 진출하는 청년들의 앞길을 밝히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려서야 되겠습니까?

 

출처 - 문화일보

 

사실이 이런데도 여당과 기레기들은 예산안과 관련해 거야가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포퓰리즘 정책 예산만 늘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내역을 보면 가당치도 않습니다. 감액하거나 감액 대상으로 삼은 주요 예산은 대부분이 윤석열 아방궁 예산으로 편성된 것들이니까요. 영빈관 신축에 무려 497억이 넘는 돈을 달라고 해서 삭감했고, 대통령실 이전 시설관리에만도 54억이 넘는 돈을 달라고 해서 삭감했죠. 게다가 이태원 참사를 통해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걸 증명한 행안부 경찰국 예산도 6억 넘게 감액했습니다. 명목만 보아도 한 사람 좋자는 예산이 한눈에 보이는데 무슨 포퓰리즘 타령인지 모르겠군요.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요구한 예산안이 그나마 투명하기라도 하면 모르겠습니다. 11월이 다 지나가도록 정부는 24조 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 세부 내역을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12월 15일 밝힌 16조 원의 지출구조조정 내역도 코로나19 관련 예산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왜 코로나19가 이렇게 급속히 확산하는지 알 것 같군요. 이 밖에도 지역화폐, 앞서 예를 든 내일채움공제, 공공형 노인 일자리, 초등돌봄교실 과일 간식 지원, 어르신 돌봄 예산, 미숙아 지원 예산 등은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출처 - 윤석열 페이스북

출처 - 서울의소리

 

밝혀진 내역만 봐도 이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하는 건정 재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복지예산을 늘렸다고 자랑질할 수 있는 걸까요? 제정신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서민들은 당장 겨울철에 땔 등유 가격이 치솟아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등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특히 기름보일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저소득 취약계층은 생활비 상당 부분을 등윳값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급속도로 추워진 날씨를 생각하면 난방비 폭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등유 외의 난방 방법을 찾다가 자칫 대형 화재 사고가 날 우려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던 공정은 물 건너갔고, 건전 재정은 거짓말로 드러났으며, 약자 복지는 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혹독한 겨울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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