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는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지난 12월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에서 참다못한 유가족이 고성과 오열을 쏟아냈습니다. 국민의힘은 참사를 예방했어야 했고, 해결해야 하는 여당인데도, 사실상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아무리 같이 슬퍼한다 해도 유가족의 마음을 1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로 입을 뗐습니다. 유가족을 향해 국조 특위가 가동되기 시작하는데 수사든 국정조사든 실시하겠다, 나중에 필요하면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 물을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배상이 될지 보상이 될지 모르지만 재발방지 대책을 촘촘히 짜고 국민이 오래도록 기억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듣기 좋은 얘기는 다 늘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모관에 나타난 적이 없었습니다.
출처 - YTN
주호영 원내대표의 말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는 "그렇게 저희가 녹사평 역에서 외치고 부탁드리고 했는데도 추모관이 아직도 준비가 안 돼서 저희가 임시로 만든 너무 조촐한 곳에 꽃 한 송이 없이, 제단 없이 영정과 위패만 올려놓고 저희가 추모관을 운영중입니다"라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출처 - 연두 / 자주시보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 회의인가,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냐"라며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볼모로 잡고 예산안 심의를 고집하는 데 대해 분노한 겁니다. 이종철 유가족 대표는 이태원에서 아깝게 돌아가신 분들, 특히 자신의 아들은 죽을 때 눈을 못 감았다며 제발 내일이라도 당장 국정조사를 위해 복귀해달라고 흐느꼈습니다. 그러자 참석한 유가족도 모두가 울음을 터뜨리며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 SNS
유가족 측에서는 이태원에서 희생되신 분들이 잘못한 건지, 아니면 간담회장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뭔가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뭐를 무서워해서 못 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미나 의원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놓고 자식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는 식의 혐오 표현을 한 것을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2차 가해를 한 것에 대해 유가족 측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지난주에 녹사평에서 추모제를 열 때 현장에서 짐승 같은 욕설을 늘어놓던 자들 역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극우 유튜버들이었죠.
출처 - 뉴스핌
잘못한 이들은 정부와 여당인데 간담회는 유가족들이 읍소하는 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유가족들은 2차 가해를 막아달라고 읍소할 뿐만 아니라 예산안 처리를 핑계로 늦어진 국정조사의 기간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현재는 연장 여부를 고려하지 않지만 나중에 상황을 보고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던지고 간담회장을 나섰습니다. 이번뿐 아니라 지난 11월 21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사퇴, 국정조사 등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었죠.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에서는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출처 - JTBC
간담회 덕분인지 몰라도 다음 날인 21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구성된 후 처음으로 현장조사에 나섰습니다. 그간 불참했던 국민의힘도 이날부터 복귀해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특위는 현장 방문 후 이태원 파출소와 서울경찰청, 서울시청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습니다. 특위는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이유, 참사 전후 대처 과정의 문제점 등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하죠. 일부 유족들은 현장조사 때 제발 진정성 있게 조사해달라고 요구하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피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의 염원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번 참사를 제대로 해결할 마음이 없는 듯합니다. 2차 가해에 열을 올리는 자들이 국민의힘에 즐비하기 때문이죠.
출처 - 시사IN
지난 21일 첫 현장조사 날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조문하려고 하자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가지고 오라"면서 한 유가족이 항의했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네,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고 하죠. 대한민국의 총리라면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충분한데도 사과는커녕 참사를 제대로 다룰 마음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유가족의 요구를 남의 일처럼 흘려버린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더구나 《시사IN》이 보도한 기사를 보면 한덕수 총리는 돌아갈 때 건널목을 무단횡단하여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수행원들이 도로를 달리던 차량을 억지로 멈춰 세운 겁니다. 교통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말문이 막힐 뿐입니다.
출처 - JTBC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행보는 더 기가 막힙니다. 그는 이태원 참사의 가장 핵심적인 책임자라고 해야겠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증거인멸 시도 및 책임 회피 논란이 있어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유력합니다. 선거 당시 박희영의 지지 유세를 위해 개설한 대화방에는 그가 초대한 사람들이 가득했는데요, 이 대화방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방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속한 대화방에서는 2차 가해를 넘어 저주에 가까운 표현이 오갔습니다. "이태원에 뭐 볼 게 있다고 끝까지 남아서 재수 없게 죽었으면 부모로써 반성을 해야지?", "서양 귀신 놀이에 참여한 게 부끄러운 줄 알라", "분향소를 부수자" 등등 혐오와 악담을 쏟아내기 바빴습니다. 이 대화방에는 국민의힘에서 지방자치 관련 직책을 맡고 있는 자도 있었는데, 그는 "유가족 협의체는 정권탈취를 위한 것이지 유족을 위한 협의체가 아니다"라며 유가족을 폄하하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대화방에 있던 용산구청장과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보지 않는 대화방이라 몰랐다는 겁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벌인 2차 가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것은 어떤 의도일까요? 이처럼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질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참사 49일 째인 지난 12월 16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주관해 치른 시민 추모제의 주제는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였습니다. 추모제에서는 유족이 공개에 동의한 희생자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추모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여당이 보인 추태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현 국민의힘을 향해 유가족들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출처 - YTN
출처 - MBC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망언하는 여권 인사들을 '독버섯'이라 표현하며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국정조사를 방해하다시피 한 것,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당내 인사들이 한 가혹하고 용인할 수 없는 망언, 2차 가해에 대해서 사과하고 문책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SBS
유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잘못을 바로잡을 힘은 결국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연대에서 나옵니다. 가족의 정이 더 그리운 연말에 2차 가해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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