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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코로나 상황 심각한 북한, 국제사회 도움 받아들여야

by 생각비행 2022. 5. 19.

북한의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대규모 열병식 이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이 밝힌 공식 코로나 환자는 1일 최대 40여만 명입니다. 지난 5월 12일 1만 8000명이던 신규 발열자가 3일 만에 39만 2920명으로 폭증했습니다. 지난 17일 기준 북한의 누적 발열자는 150만 명, 누적 사망자는 50명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1억 7200만 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할 때 북한의 검사 건수는 6만 건 남짓이라 현실적으로 북한의 확진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대동란'이라 지칭하고 의약품 유통에 인민군 동원 특별 명령까지 하며 북한 내 코로나 사태를 심각하게 공개하는 걸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은 듯합니다. 지금까지 코로나 청정국임을 자랑하던 북한이 스스로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요? 외신을 비롯한 각종 매체는 최근 코로나 상황을 공개한 북한의 목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BBC는 탈북의사 출신인 최정훈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실제 심각했던 위기 상황은 이미 지났다"라고 했습니다. 김정은이 행보를 드러내지 않고 잠행하던 2020년 태양절 무렵 코로나가 진짜 심각했던 것이라며 말입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역시 김정은의 현재 행보를 정치적 효과를 노린 퍼포먼스라고 보는 쪽입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치명률을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상 김정은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북한 사회를 안심시키는 리더십을 보이려는 속셈이라는 겁니다. 중국마저 오미크론에 굴복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모습을 보고서 북한 입장에서 코로나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겠구나 하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겠죠.

 

출처 - 연합뉴스

 

다는 한편으로 북한의 상황이 심각해 정말로 당황하여 내놓은 발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보기관 출신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WHO에서 북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공식 반응이 나온 걸 볼 때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을 김정은 정권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단계로 보는 건 시기상조의 분석이라고 합니다. 중국조차 오미크론 변이를 통제하지 못해서 상하이처럼 대도시를 봉쇄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 리 없다는 얘기입니다. 자국 도시를 봉쇄한 중국이 북한 항공기에 코로나 의약품과 방역품을 긴급 공수해준 정황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증거입니다. 북한과 동맹관계라서 중국이 도와주는 걸로 볼 수도 있겠으나 달리 생각하면 북한의 코로나19가 중국 단둥, 선양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일 수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산 그 자체도 문제지만 외신들이 보도하는 기사들을 보면 북한의 코로나 사태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BBC는 수액을 맥주병에 담고 주사바늘을 녹슬 때까지 재활용한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탈북의사인 최정훈 연구원은 북한 홍역 대유행 당시에도 지속적 검역과 격리를 위한 자원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증상이 발견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격리해야 하는 지침도 존재하기만 할 뿐 지켜지지 않는다고요. 대북인권단체 루멘의 백지은 씨도 특권층인 평양 주민 200만 명을 제외하면 북한 주민 대부분의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마스크나 소독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상상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건 전문가들은 사실상 백신 접종률이 0%에 가까운 북한에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항바이러스제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 내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사망자가 3만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백신보다 치료제와 의료진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코로나 초기 아프리카 빈국들처럼 국토 전역을 관할할 행정력이 미비하고, 의료 시스템이 미비하고, 백신을 제공해도 제대로 보관하기 어려운 의료 인프라의 문제를 놓고 보면 백신만 제공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출처 - BBC

 

이 때문에 극단적인 추측이지만 북한이 인권을 무시하는 굉장히 낙후된 방법, 즉 어느 규모까지는 주민을 그냥 죽도록 내버려두는 독재국가의 전형적인 방법으로 대처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국이 대책 없이 도시를 봉쇄하고 공안까지 동원해 국민을 폭력으로 통제하는 것처럼 말이죠. 실제로 유엔인권사무소는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이 인권 상황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봉쇄를 택한다면 안 그래도 힘겨운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북한은 28개월 동안 국경 봉쇄를 고수해 스스로 고립을 택한 바 있는데요, 이 때문에 경제가 무너지고 식량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5월부터 6월까지는 북한의 벼농사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노동집약적인 농사는 코로나 확산에 기름을 붓는 일이 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많은 확진자들 때문에 노동력 자체가 감소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봉쇄령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CNN은 2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1990년대 북한 대기근을 언급하며 "북한은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발생이 대기근 급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 JTBC

 

북한의 코로나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WHO의 백신 지원 제안을 거절한 바 있죠. 지난 16일 통일부가 북측에 의약품 공급 등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제안하며 실무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측이 거부의 뜻으로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외신들도 북한이 남한의 도움을 직접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때문에 국제단체에 한국이 백신과 의약품을 기증하고 그 국제단체가 북한을 돕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합니다.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북한은 핵실험보다는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아들여 주민들부터 살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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