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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윤석열 정부의 인사, 친일과 불통이 스펙인가?

by 생각비행 2022. 5. 18.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人事)는 취임 전부터 말썽이었죠. 등용한 인물들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휘말려 비판 여론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 지목한 장관 후보자의 면면, 윤석열에게 '공정'을 묻는다 : https://ideas0419.tistory.com/1277 

 

지난 4월 10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보균은 과거 친일 행보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2014년 한림대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세미나 당시 《중앙일보》 대기자로서 세계대전의 촉발 과정을 설명하다 세계에 식민지를 두고 지배해봤던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출처 - MBC

 

우리는 틈만 나면 예외를 자꾸만 두려고 그러는데 법이 정해지면 지키는 게 세계를 경영했던 나라들의 차이라며 일본은 아시아를 지배해봤기 때문에 준법정신이 좋다고도 했습니다.

 

“일본도 아시아를 지배해봤고 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도 보면 준법 정신이 좋은데... 민족적인 교육도 있지만 세계를 경영해본 습관입니다.”

 

기자 출신이라면 아니 적어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런 헛소리를 늘어놓으면 안 될 일이었죠. 일본의 한국 강제 병합은 국제법상 원천무효에 해당하는 불법 조약이라고 법학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2018년 대한민국 대법원은 한일 병합 자체가 원천 무효임을 확인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아시아를 지배해봤기 때문에 준법정신이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박보균 장관 지명자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출처 - 굿모닝충청 / MBC

 

사실 박보균 지명자의 친일 발언은 이뿐이 아닙니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 한국인들이 일본산 수산물과 방사능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호들갑을 떤다고 하는가 하면 광개토대왕비를 발견한 건 일본이고 우리는 발굴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는 칼럼 곳곳에서 친일 역사관을 드러내기도 했죠. 동일본대지진 직후 일본인의 대응을 칭찬하며 한국을 향해 "호들갑에 익숙하고 남탓하기와 떼법의 싸구려 사회 풍토가 득세했다"라고 하며 노예처럼 한국을 비하하고 일본을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2013년 일왕 생일 축하연에 참석하고는 취재 과정이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이쯤 되니 그의 친일 행적에 '진정성'이 느껴져 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한국의 문화 정책을 세우고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세계에 K-컬처를 알릴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이런 사람을 지명한 윤석열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부실, 역사관 등을 이유로 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3일 박 장관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죠. 

 

출처 - 연합뉴스

 

아무래도 윤석열 정부의 필수 스펙 중 하나는 '친일 행적'이었나 봅니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된 일본 인사들의 면면으로도 윤석열 정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지원하는 의원 모임의 회장 등 일본 국회의원들이 참석했으니까요. 이 모임의 유력 인사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일본 극우 세력의 거물들입니다.

 

출처 - MBN

 

문제는 일본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 중인 사도광산이 군함도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조선인 강제노역 장소라는 사실입니다. 군함도의 경우 일본은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강제동원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밝히겠다고 했으나 나중에 나 몰라라 하며 역사적 사실 관계를 지우며 우리 뒤통수를 친 바 있습니다. 이런 전례가 있다 보니 지난 2월 우리나라는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천에 반대했습니다. 이때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독자 의견일 뿐이라며 무시했고 아베 신조는 한국이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지 않겠다며 적반하장 격으로 나왔죠. 그런 사람들이 속한 사도광산 모임의 일본 국회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니, 대체 무슨 속셈으로 오는지 뻔하지 않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일본은 사도광산 등재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발 벗고 뛰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라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와는 관계가 삐걱대고 있습니다. 일본이 미국 등 서방과 대 러시아 제재에 적극 참여하자 러시아가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유산위 위원국인 러시아는 일본의 사도광산 등재 찬성 요청 문서에 회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일본으로서는 대한민국에 친일파 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것으로 보여 우호적인 관계를 회복하려고 밑작업을 하고 싶을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와 관련하여 숱한 하마평이 있었습니다. 윤석열이 4월 초 보낸 한미정책협의단은 현재 외교부 장관인 박진을 단장으로 하여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커녕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조차 만나지 못한 채 돌아왔습니다. 이러니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하여 술렁이는 세계경제 상황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외교를 제대로 펼치기나 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나치게 일본과 밀접한 윤석열 정부의 관계는 큰 문제입니다. 윤석열은 당선 전에 한 번, 당선 후에 한 번 주한일본대사를 만났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 측은 총리는커녕 외무상이나 관방장관조차 강창일 주일대사를 1년이 넘게 만나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릴 만나주지 않는 국가의 대사를 초치를 위해서도 아니고 먼저 나서서 만나주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외교의 기본은 상호 균형이라는 점을 미루어 생각하면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본에 굽신거리는 꼴을 국민이 계속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와 함께 한일정책협의단의 구성원 대다수는 국민이 극렬히 비판해왔던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의 실질적 책임자들로 임명해놨습니다. 이번엔 대체 어떤 굴욕적인 친일 합의를 해주려고 저러는 건지 걱정이 앞섭니다. 위안부 합의의 실무자를 포함시킨 건 일본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는 사인으로 읽힐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출처 - 굿모닝충청

 

우리는 친일파의 재득세를 용인하고 외교의 TPO도 맞출 줄 모르는 아마추어를 대통령이라고 앉혀놨습니다. 그런 사람이 지난 5월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명을 강행했습니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 협치를 강조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단행한 인사입니다. 앞으로 여야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정국이 급랭할 조짐이 불 보듯 뻔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출처 - 경향신문

 

주요 언론은 1면 머리기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보수 언론에서조차 윤 대통령이 협치와 의회주의를 강조한 다음 날,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다고 전하면서 "한덕수 총리 인준안이 부결돼도 할 말 없다"는 평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한 장관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지위 경력과 장녀의 '스펙 쌓기' 의혹 등을 이유로 한 장관의 임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출처 - 프레시안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던 윤 대통령은 그 대상을 대체 누구로 보는 걸까요? 그의 행적을 관찰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라기보다는 일본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앞으로 5년간 나라 살림을 얼마나 축내며 일본과 외국의 비위를 맞추는 데 힘을 쓸지 벌써부터 한숨이 나올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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