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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나비효과, 우리가 얻을 교훈은?

by 생각비행 2022. 5. 24.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나비효과로 전 세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구권의 내로라하는 선진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핀란드와 스웨덴은 70년 넘게 중립국 상태를 유지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여론이 돌변했습니다. 지난 5월 15일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의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나토 가입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스웨덴과 국민의 안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특히 핀란드는 80여 년 전 국경을 두고 러시아와 두 차례에 걸쳐 혹독한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습니다. 중립국 선언을 하게 된 것도 이를 깨게 된 것도 원인이 러시아라는 점이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출처 - 트위터

 

나토는 가입국 전원 찬성이어야 가입이 가능한데 현재 터키의 입장이 부정적이라 최종 가입까지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앞에서는 초췌한 모습으로 후드를 입고 기자들 앞에 등장하는 등 젤렌스키 코스프레까지 해가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듯싶더니, 뒤에서는 러시아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를 양보할 것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종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EU 정상 중 푸틴과 협상에 제일 적극적인 국가 원수이긴 했으나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이렇게까지 다른 나라의 비극을 이용해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습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현실적으로 15∼20년 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치공동체' 구상을 강조했습니다.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장관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6개월 혹은 1∼2년 내 EU에 가입한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라며 "아마 15∼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본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EU와 빨리 통합되도록 돕기 위해 느슨한 형태의 유럽 정치공동체를 만들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을 되풀이했습니다. 프랑스는 과거 비시정부라는 괴뢰정권을 통해 나치에게 나라를 바쳤던 적이 있었죠. 그런 과거도 있다 보니 현시점에 프랑스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크로아티아는 EU 가입을 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현재 가입 후보국으로 터키,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가 있고, 가입 신청국으로 코소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있지요. 이런 난관을 뚫고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승인되면 러시아로서는 유럽 나토 회원국과 맞닿는 국경이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게 됩니다. 특히 발트해의 세 개 항구가 나토 회원국에 의해 포위됩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로서는 군사적 입장에서 혹 떼려다 되레 더 큰 혹을 붙이는 격이 됩니다. 게다가 영세중립국의 대표국이라 할 수 있는 스위스까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나토와의 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죠. 러시아가 애초 일주일도 안 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쟁의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번질지 귀추가 주목되는군요.

 

출처 - 연합뉴스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공식 선언하기 하루 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핀란드 대통령과 전화로 나토 가입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하죠. 그런데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공식 발표하자 푸틴은 그날로 핀란드로 가는 전력 공급을 끊어버렸습니다. 핀란드 전력의 10% 정도가 러시아에서 오는데 현재 부족한 전력을 스웨덴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대응이 사뭇 강력하게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더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상대하기만도 벅찬 상황에서 나토까지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며 이미 너무 많은 병력과 장비를 잃었습니다. 핀란드 국경에 배치된 병력까지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상황입니다.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것처럼 러시아의 군사력이 생각보다 변변찮기 때문에 이제 와서 핀란드와 스웨덴에 무력도발을 한들 러시아가 치욕적으로 패배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경제 보복도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핀란드로 가는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지만 핀란드는 EU의 러시아 제재에 발맞춰 이미 수입 중단을 준비해왔습니다. 러시아가 핀란드와 스웨덴 기반시설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인터넷 보안이나 사이버전 수행 능력 면에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였죠.

 

출처 - KBS

 

한편 우크라이나는 각지의 전투에서 국토 수복을 시작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전쟁 시작 이후 지상전 병력의 3분의 1을 잃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때 일주일 안에 러시아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버티면서 러시아군을 국경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이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국경으로 철수했다고 하죠. 수도인 키이우는 애초 러시아가 점령하는 데 실패했고, 돈바스 지역도 주요 공세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16일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국경을 나타내는 표지판을 둘러싸고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적어도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전 국경을 수복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침공 초기 집중 공격 대상이 돼온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24일(현지 시각)부터 지하철 운행을 재개한다고 이호르 테레호우 시장이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1

 

한편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상 조짐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 외교관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범죄'라고 비판하며 공개 사직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참사관인 보리스 본다레프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성명을 40명가량의 동료 외교관 등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낸 뒤 사임했습니다. 본다레프가 작성한 내용에는 "외교관 생활 20년 동안 2월 24일에 일어난 이 전쟁만큼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아니 사실 서방 전체에 대해 일으킨 이 호전적인 전쟁은 우크라이나 시민뿐 아니라 러시아 시민들에게도 가장 심각한 범죄 행위다. 대문자 Z(러시아에서 전쟁 찬성의 의미로 사용되는 기호)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자유사회에 대한 모든 희망과 전망이 사라졌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전쟁은 가장 심각한 범죄"라며 푸틴이 국내 경제 문제와 정치적 불만이 커지자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본다레프의 사직은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해외 여러 매체가 앞다퉈 이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출처 - 펜앤드마이크 / 인터넷

출처 - 펜앤드마이크 / 페이스북

 

우크라이나가 국토를 수복한 것은 다행입니다만 전쟁의 상흔은 심각합니다. 갓 수복한 하르키우 인근 마을 주민들은 정든 집이 아닌 폐허가 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비옥하기로 유명한 우크라이나 농토에 전쟁 속에서도 어떻게든 파종하려는 농부가 많지만 일손도 에너지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미사일 폭격으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출처 - YTN

 

이렇게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오데사 같은 수출 항구를 막아버리고 농작물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 세계 1위, 옥수수 세계 4위, 밀 세계 5위 수출국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지난 15일 밀 수출 금지로 인해 세계 밀 가격이 한때 6% 급등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먼 곳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정치, 사회뿐 아니라 먹거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나비효과를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제 러시아는 과욕을 거두고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입니다. 자기 땅, 자기 가족을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의 결의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따르면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엘리오트 코헨 연구원은 "러시아군의 붕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나리오가 대두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병사들의 명령 거부와 무단이탈, 무질서한 퇴각 등 붕괴 조짐이 있다는 내용인데요, 코헨 연구원은 "어느 면에서 푸틴이 근본적으로 패배했다. 그가 장기간 권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푸틴의 과욕이 초래한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세계 무대에서 몰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견제받지 않는 독재자의 망상과 과욕이 국가를 어떻게 망치는지 보면서 역사의 교훈을 얻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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