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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본질은 검찰 사유화 및 선거 개입

by 생각비행 2021. 9. 16.

국민의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범야권 후보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의 폭탄으로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시기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등 3명과 언론사 관계자를 포함한 총 13명에 대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죠.

출처 - 뉴스버스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에게 전달한 고발장에 적시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 등이었습니다. 김웅 후보는 고발장을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점식 의원에게 전달해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이 많고 관계가 상당히 복잡합니다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윤석열이 검찰총장의 지위와 힘을 이용해 눈에 거슬리는 여권 유력 인사들을 흔들 요량으로 자신과 온갖 비리의 온상인 부인 김건희 씨 그리고 측근인 한동훈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씌워 범야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뉴스타파》, 《뉴스버스》, MBC 등 윤석열의 검찰을 비판했던 기자들 또한 처벌하려고 했죠. 이번에 불거진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석열과 검찰은 관련 고발장과 고발장에 첨부할 증거자료를 수집해 모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측에 넘기며 고발을 사주했고, 윤석열의 휘하에 있던 검찰은 국민의힘 측에서 시나리오대로 고발해주기만 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법적 조치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기가 막힌 얘기가 됩니다. 4.15 총선을 불과 열흘밖에 앞에 두지 않은 4월 3일의 상황입니다. 당시는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여권과 윤석열의 갈등이 격화하던 때죠. 이 때문에 이번 의혹에 대해 범여권은 검찰의 사유화이자 명백한 선거 개입 시도라고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고발 사주 의혹이 터지자 윤석열은 곧바로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괴문서'라고 폄하하면서 자신이 고발을 사주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손준성 검사 역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발뺌했습니다. 정점식 의원은 해당 문서를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김웅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고발장을 전달했을 수도 있고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했습니다. 하지만 드러나는 폭로와 정황 증거들을 살펴보면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출처 - YTN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위원인 정점식 의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을 작성했을 때 참고한 초안이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4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검찰로부터 받았다고 보도된 고발장과 내용이 거의 같았습니다. 4개월의 시차가 있는데도 피고발인 지위, 적용 법조, 범죄 사실, 판례까지 똑같습니다. 몇 개 문장이 다를 정도일 뿐, 의혹이 터져 나온 고발장과 국민의힘이 실제 사용한 고발장이 똑같은 내용입니다. 이것은 윤석열과 검찰, 그리고 국민의힘이라는 제1야당의 공식 기구가 고발 사주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구체적인 물증입니다. 고발장을 본 적 없다고 하던 정점식 의원은 최근 자신이 자료 참고를 위해 법률위원인 조 모 변호사에게 초안을 준 것은 맞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초안 입수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발뺌했죠.

 

출처 - MBC

 

여론이 나빠지자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제보자 색출'에 열을 올렸습니다.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드러나자 곧바로 메신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고발 사주라는 메시지를 흐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벌써 젊은 여자가 수억짜리 마세라티를 타네마네, 대표인데 월급을 주네 못 주네, 하는 식으로 의혹과 관련 없는 정보를 흘렸습니다. 제보자이자 공익신고자인 조성은 씨는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출처 - CBS

 

코너에 몰린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갑자기 조성은이 SBS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꼬투리 잡아 제보자가 국정원장인 박지원의 사주를 받아 의혹을 폭로했다면서 '정치 공작 프레임'으로 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발언 중 "보도 날짜가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다"라는 말을 근거로 내세우며 윤석열 캠프는 박지원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죠. 국민의힘은 '박지원 게이트'라는 말까지 쓰며 공세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검찰의 권력 남용이 핵심입니다. 박지원 게이트 운운하는 것은 국면 전환용 물타기에 불과하죠.

 

출처 - 연합뉴스TV

 

현직 검사가 총선 직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불리한 발언을 하는 여당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 대해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제보가 사실이라면, 이는 검찰의 사유화만이 문제가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입니다. 더구나 총선 직전인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과 공모했으니 선거에 개입이자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깨뜨리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일이 커지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2일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공수처에도 고발장이 접수되어 검찰과 공수처 양쪽에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검사가 고발장을 대신 썼다면 그 자체로 중대 비위 사건입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을 잃었다는 야당의 지적을 일축하고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도 법무부 장관의 일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적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윤석열은 고발 사주 날조 보도를 한 언론들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고, 처음으로 보도한 《뉴스버스》를 상대로는 메이저 언론도 아닌 한낱 인터넷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당 내외에서 질타를 받았습니다. 검찰이라는 폐쇄적인 세계에서 선민의식에 찌든 그의 세계관이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겠죠.

 

출처 - 뉴스토마토

 

게다가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11일 박지원 국정원장과 제보자 조성은이 만났을 때 동석자로 홍준표 의원 캠프 관계자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같은 당인 홍준표 후보에게도 분노를 샀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 두 사람이 자중지란에 빠진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이 꼬이자 국민의힘은 '박지원 게이트 프레임'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곧잘 해오던 방식으로 '고발 사주 의혹'을 '박지원 게이트'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여 국면 전환을 하려 했지만, 잘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의혹 던지기식 프레임 대결로는 두 대선 후보와 당의 이미지만 깎일 뿐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특히 국민의힘이 지지를 호소하는 대상인 2030세대의 반응이 부정적입니다.

 

출처 - 시사저널

 

또한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정보를 당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대응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윤석열이라는 후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농단에 이어 당 전체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KBS

 

현재까지 나온 정황 증거만 봐도 윤석열이 선거 개입과 검찰 사유화를 했다고 해석할 여지는 차고도 넘칩니다. 국민의힘은 그런 검찰과 공범 관계였고요. 국정농단 당시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소리쳤던 윤석열은 과연 자기가 피의자인 이번 의혹을 두고 똑같이 큰소리를 칠 수 있을까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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