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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치매'라는 용어, 이제 변경할 때 됐다

by 생각비행 2021. 10. 1.

추석 같은 명절에 가족이 만나 정을 나누며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누군가 몸이 좋지 않다면 걱정이 깊어집니다. 특히 치매를 앓는 가족이 있다면 돌봄의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자기 지역구 내 건립 예정이었던 치매 노인을 위한 치유 시설 건립을 무산시키고는 기쁘다고 자랑한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송파을 국회의원 배현진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16일 배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앞 부지 인근에 건립 예정이었던 '송파 실버케어센터' 추진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었다"며 "헬리오시티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을 또다시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송파구 내 치매 노인을 돌볼 곳을 없애놓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니 꼴불견도 이런 꼴불견이 없습니다. 배 의원에 의해 무산된 송파 실버케어센터는 서울시가 치매 노인을 위한 도심 치료, 돌봄 시설로 건립을 추진했던 곳입니다. 설계공모까지 마치고 서울시가 120억 원 가량을 들여 건립하려고 했는데, 부지 뒤편 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죠. 아파트 가격 하락을 염려하여 치매 돌봄시설을 자기네 아파트 앞에 들여놓기가 싫었나 봅니다. 이에 대해 님비와 지역이기주의가 반영된 논리라며 비판하는 시민이 많았습니다.

 

출처 - 미래통합당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실버케어센터를 무산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건 배현진이 당선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이 서울시장에 당선되었고요. 결국 이 사업은 설계에 예산 편성까지 다 마쳤지만 일부의 이기주의에 가로막혀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취소된 부지에 헬리오시티 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을 들여놓을 예정이라고 하죠. 

 

출처 - MBN

 

배 의원이 자화자찬의 보도자료를 내놓기 하루 전, 송파구 한 빌라에서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치매를 앓던 부인을 살해한 후 남편 또한 극단적 선택을 한 겁니다. 똑같은 송파구 주민이건만 배현진의 눈에 이들은 자신이 챙겨야 할 대상이 아니었나 봅니다. 송파 헬리오시티 주민 중에 치매나 노인 질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각 가정에서 알아서 할 건가 봅니다. 자신들이 혐오 시설이라고 반대해놓고 다른 동네 실버케어센터에 들어가거나 하진 않겠죠?

 

출처 - 연합뉴스

 

송파에서 치매 노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날, 부평구 보건소에서는 30대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며 업무가 많을 경우 월 100시간 이상씩 초과 근무를 하는 등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의료진과 지원 인력은 자신을 갈아 넣으며 버티고 있는데, 이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본인 지역구 의료시설을 없애고는 좋아라 하고 있으니 참 기가 막힙니다. 

 

출처 - 한겨레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령화로 인한 돌봄 시설과 인력,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시설과 인력 등 의료와 돌봄 관련 시설과 인력은 더욱 더 필요해지는데 일부는 아파트 가격에 열을 내는 이기주의에 절어 있는 상황입니다. 치매 노인을 위한 치유 시설 건립을 무산시키고는 자랑질하기 바쁜 국회의원이 버젓이 생기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치매(癡呆)'라는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몫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치매'가 어리석고 미련함을 뜻하는 한자로 구성돼 있어 치매 환자를 비하할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모멸감을 준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치매'라는 용어를 대체하거나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출처 - 데이터솜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치매'라는 용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지난 6월 25일 발표했습니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진행된 인식조사였는데요,  조사 기간은 2021년 5월 18일부터 5월 28일까지 8일간이었고, 만 19세 이상 일반국민 1200명(치매환자 가족 319명 포함)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 결과 '치매라는 용어에 대해 국민 43.8%가 거부감이 든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출처 - 중기이코노미

 

거부감이 드는 이유로 국민 10명 중 6명은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60.2%)라고 응답했으며, 그 외로는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17.9%), '환자를 비하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7.6%) 등의 순으로 응답이 많았습니다. '치매' 용어를 변경해야 하는 이유로는 '용어가 이미 부정적 편견이 생겼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58.6%로 가장 높았으며, '치매 환자를 비하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16.5%), '용어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13.4%)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 청와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9월 26일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정책 이름의 작명자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문재인 케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박 수석은 "전국 47개소에 불과했던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256개 시ㆍ군ㆍ구에 골고루 대폭 설치되어 전국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해졌고, 전체 치매 환자의 55%가 등록하여 이 중 64%가 서비스를 이용 중에 있다"고 하는 한편 "2020년 말 기준으로 총 31만 명이 장기요양 비용부담 완화 혜택을 받았고, 올해 7월 기준 약 2만 2000명의 경증치매환자로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이 확대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치매라는 용어를 다른 용어로 변경하기 위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2일 한 요양원에서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만났는데요, 그 자리에서 한 요양원 종사자가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치매'를 대신할 새 용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당시 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라는 용어를 다른 용어로 변경하기 위한 의지를 내보임에 따라 복지부가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상반기에 발표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나온 대체 용어로는 '인지저하증', '기억장애증', '인지장애증' 등이 있습니다. '치매'라는 용어를 대만은 '실지증(失智症)’으로, 일본은 '인지증(認知症)'으로, 홍콩과 중국은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대체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치매'라는 용어를 변경할 때가 됐습니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나이 들면서 크고 작은 장애를 갖게 되기 마련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기주의는 접어두고 돌봄 시설을 확충하고 돌봄 노동 종사자의 행복과 복지를 생각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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