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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유튜브 뒷광고 논란, 기존 언론과 방송은 떳떳한가?

by 생각비행 2020. 8. 19.

최근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가 논란이었습니다. 유튜브에 익숙지 않은 분이라면 뒷광고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광고나 협찬을 받고도 이를 밝히지 않거나 심지어 자기가 직접 샀다고 하며 특정 상품을 홍보해주는 행위를 뜻합니다. 최근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죠. 마케팅을 어지간히 잘하지 않는 이상 광고라고 밝히는 순간 시청자의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유튜버의 뒷광고가 왜 논란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최근의 트랜드가 '내돈내산'이었다는 것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의 줄임말이 바로 내돈내산입니다. 블로그와 다양한 SNS, 그리고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처음엔 다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각자 나름의 소신을 밝히는 1인 미디어로 시작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인기를 얻으면 결국 자본이 투여되어 광고 수단으로 활용되기가 쉽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이미 각종 협찬이나 마케팅에 의해 작성된 글로 도배가 되어 순수한 이용 정보나 리뷰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흐름에 반하여 콘텐츠의 진정성을 내보이는 새로운 시도가 생겼는데, 그게 바로 내돈내산 리뷰 콘텐츠였죠. 내 돈 주고 내가 샀으니 속 시원하게 상품의 장단점을 풀어주기 시작한 겁니다. 특정 상품의 장점은 엄청나게 부각하면서 단점은 언급하지 않거나 슬쩍 넘어가는 식의 광고, 마케팅 리뷰에 지쳐 있던 시청자들은 이른바 사이다 리뷰에 환호했습니다. 이 때문에 믿고 볼 수 있는 내돈내산 유튜버들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내돈내산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긁은 카드 명세나 영수증 사진을 첨부하는 유튜버들까지 생겼습니다.


출처 - 유튜브


하지만 내돈내산 유튜버들이 알고 보니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샀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협찬을 받은 상품이거나 아예 광고비를 집행받아 만든 '뒷광고' 콘텐츠였습니다. 이 때문에 유명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던 사람들이 멘붕에 빠졌습니다. 원래 광고이려니 하고 봤던 유튜브 채널보다 더 큰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겠죠. 결국 사람들은 내돈내산 유튜버들에게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명 유튜버들이 일련의 사과 방송을 하게 됩니다.


출처 - 유튜브


뒷광고 논란의 시작으로 꼽는 것은 〈나 혼자 산다〉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유튜브 채널이었습니다. 내돈내산이라고 소개했던 신발 관련 방송이 사실은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들통난 겁니다. 가수 강민경도 광고비를 받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다수의 협찬품을 소개했다가 지탄을 받았습니다. 유튜브 밖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이었기에 굳이 협찬이라는 구조 속에서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출처 - 유튜브


그런데 유튜브 뒷광고 논란은 그대로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들에게로 번졌습니다. 구독자 254만 명의 양팡, 264만 명의 쯔양, 448만 명의 문복희 등이 잇달아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쯔양은 뒷광고 논란에 더해 허위 소문과 악플 공세에 지쳤다며 유튜브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양팡의 경우 먹방 도중 시청자가 광고 아니냐는 질문을 했는데도 내돈내산이라고 답하는 등 명백히 거짓말을 했고, 이후 매장을 전부 털었다는 영상은 협찬을 받아 만든 것인데도 우연히 들렀다 제품을 받은 것처럼 꾸민 탓에 결국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그치지 않자 채널을 비공개로 전환했죠. 스타 유튜버들이 기성 방송사를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때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논란이 터졌으니 당분간 신뢰를 회복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유튜버들은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과 그로 인해 발생한 영향력에 대한 책임의식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한편 광고주들은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광고를 요구해서 화를 키웠습니다. 뒷광고 논란의 과도기를 어떻게 넘느냐가 유튜브의 미래를 좌우하지 않을까 싶군요.


출처 - 미디어오늘


유튜브와 비교해 과도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지만 뻔뻔하게 광고를 해대는 미디어도 있습니다. 바로 언론사와 방송사들이죠. 이번 유튜브 뒷광고 논란을 맹비난하고 있는 그들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TV 교양프로그램에 등장한 건강제품이 같은 시각 홈쇼핑에 등장하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MBN은 지난 2015년 홈쇼핑 연계편성과 관련한 불법영업으로 2억 4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처벌은 없었습니다. 적발된 이후 연계편성이란 뒷광고 방식 대신 계약서에 연계편성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광고계약을 음성화했기 때문입니다. 유튜버들의 뒷광고가 문제라면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할 언론사와 방송사는 더 큰 책임을 져야 마땅합니다. 공공재인 전파를 써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콘텐츠를 만든 셈이니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지난 2월 방송통신 위원회의 연계편성 집중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KBS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방송사가 홈쇼핑과 연계편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SBS는 종합편성채널을 능가해 100건이 넘는 연계편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SBS의 방송 프로그램이 다 광고라는 얘깁니다. 

 

출처 - KBS

 

KBS는 지난 4월 27일 2020년 1분기 KBS 미디어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첫 조사 이후 5차례나 연속으로 JTBC에 1위 자리를 내주었던 KBS가 2020년 1분기 들어 KBS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뉴스'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KBS는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KBS가 국가적 위기 상황인 코로나19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대응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소개한 방송통신 위원회의 연계편성 집중 모니터링 결과를 본다면 KBS가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한 사실이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생긴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SBS가 TV조선보다 낮은 미디어 신뢰도를 보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출처 - JTBC

출처 - MBC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처음 시작할 때 '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단 한 줄의 설명으로 면죄부를 받은 듯 광고를 쏟아냅니다. 어떤 물품이, 어떤 서비스가 협찬이고 광고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방송이 유튜브에 비해 뒷광고 욕을 덜 먹는 이유는 뭘까요? 기레기들이 쏟아내는 허위 정보에 지친 시청자들이 방송에 기대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기대가 없는 시청자들은 언제든 방송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애초 유튜브 매체가 급성장한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출처 - JTBC

 

지난 2019년 시사 주간지 《시사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모든 언론매체 중 어떤 매체를 가장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JTBC에 이어 유튜브가 2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유튜브에서 뉴스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유튜브로 뉴스를 본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평균보다 14%나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중요한 점은 유튜브로 뉴스를 많이 볼 뿐만 아니라 신뢰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출처 - JTBC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건 한국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추세와 관련해 나타난 세계적인 흐름이니까요. 하지만 한국만의 특징으로 눈에 띄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유튜브 이용률이 낮아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로 뉴스 관련 동영상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고른 분포를 보인다는 겁니다. 특히 55세 이상에선 42%나 됐는데, 이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출처 - 와이즈앱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이 지난 2019년 8월 우리나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였습니다. 그 뒤를 이어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 순이었습니다. 유튜브의 경우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1년 사이 1077분에서 1391분으로 29% 늘어났다고 합니다. 또한 유튜브는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의 전 연령에 걸쳐 모든 세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출처 - SBSCNBC


이렇게 유튜브가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뒷광고 논란이 화제가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9월부로 뒷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지침의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 리뷰 등 콘텐츠를 올릴 때는 협찬, 광고 등의 문구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시작과 끝부분은 물론 영상을 일부만 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해당 문구를 반복적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매출액이나 수입액의 2% 이하 또는 5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고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고 하죠.

 

출처 - 유튜브


미디어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한때 '파워블로거'로 불리던 사람들이 왜 '파워블로거지'로 전락했는지, 그리고 이젠 그런 단어조차 사멸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에 불거진 유튜브 뒷광고 논란도 충분히 예상된 결과입니다. 앞으로 관심은 뒷광고 논란이 유튜브 구도를 어떻게 재편하는가에 쏠릴 것입니다. 유튜브는 진정성을 되찾을까요? 아니면 기존 언론사와 방송사처럼 뻔뻔한 줄도 모르고 관행이랍시고 계속할까요? 방송 콘텐츠의 질은 그것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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