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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코로나19 방역지침 어긴 시위로 얼룩진 75주년 광복절

by 생각비행 2020. 8. 17.

75주년을 맞이한 광복절, 서울과 도쿄에는 혼돈이 가득했습니다. 코로나19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된 시위 때문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에 있는 A급 전범들의 산실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구 일본군 군복을 입고 전범기와 총검을 든 극우 단체 회원들이 모여 "천황 폐하 만세"를 삼창했습니다. 75년 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헛된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있는 광기를 표출했습니다. 40도를 넘는 불볕더위와 코로나19 사태로 참배객이 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작년보다 서너 배나 많은 인파가 참배하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 앞은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그들은 기미가요와 교육칙어를 암송하며 '대동아전쟁은 성전이다'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런 극우 단체들이 활개 칠 수 있게 해준 아베 신조 내각의 각료 4명도 참배하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펀쿨섹'으로 유명해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그리고 문부과학상, 영토담당상, 총무상이 장본인들입니다. 현 정권의 각료가 8.15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자 아베 내각 출범 이후로 가장 많은 인원이 동시 참배한 것입니다. 원흉인 아베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야스쿠니에 공물을 보냈다고 하죠. 총리대신이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과 일본 국내의 정교분리 논란을 우회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물론 일본이라고 아베 같은 정치인만 있는 건 아닙니다.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의 뜻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번 8.15에도 아베 정권에 쓴소리를 했습니다. 일본이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이란 나라의 명예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동시에 극우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역사 왜곡도 비판했습니다.


출처 - YTN


한편 우리나라라고 광복절을 기꺼워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통합당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을 친일파 취급했다면서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광복절 경축식에서 직접적으로 광복회장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죠. 발단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쓴 기념사를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했는데, 기념사에서 친일, 반민족 인사 69명이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는 사실을 비판하며 친일 청산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을 강요하고 있다며 도지사로서 기념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고성을 질렀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제주도에 또 보낸다면 광복절 경축식 자체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겁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도시자의 이런 반응은 사실 기가 막히는 상황을 연출한 겁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의원 후보 1109명 전원에게 국립묘지에서 친일, 반민족 인사의 묘를 이장할 것인지, 이장을 안 할 경우 그 묘지에 친일행적비를 세우는 국리묘지법 개정에 찬성할 것인지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미래통합당 후보의 과반수가 이에 대해 찬성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당에 대체 누가 누구에게 큰소리를 치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전광훈 일파와 극우 단체들이 경찰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강행했습니다.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대부분 통제됐으나 바로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동화면세점 앞과 을지로입구역 두 곳에서 집회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2만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극우 단체가 신고한 집회 인원은 100명이었지만 전세 버스가 사람을 실어나르며 그곳에만 50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습니다. 상식이 없는 그들은 경찰에게 폭언을 일삼고 격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와중에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대규모 확산 위험을 증폭시켰습니다. 시위 참여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바짝 붙어 있는 건 기본이고 마스크를 벗은 채 구호를 외치거나 둘러앉아 음식을 같이 먹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에 일부러 걸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건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죠.


출처 - 뉴스1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도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입니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300명이 넘었습니다. 전날 389명에 이어 385명이 신규 확진자가 되었죠. 누적 환자 수가 1만 7564명에 달하고 이틀 연속 3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해 전반적인 상황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심해도 마땅찮을 마당에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사랑제일교회의 확진자는 134명을 기록했습니다. 17일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는 총 315명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문제는 이 교회를 통한 확진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집회 도중 교인들 간 거리가 매우 가까웠고 마스크 없이 찬송가를 부르는 등 방역수칙을 어기는 행동도 비일비재했습니다. 특히 전광훈 목사는 법원의 보석 조건을 무시하고 자신이 속한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을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커지는 상황입니다.


출처 - YTN


결국 정부는 지난 16일 자정부터 2주간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현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과 이번 광복절 극우 단체들의 집회로 인해 방역 당국은 당분간 대규모 확산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 우리 방역망은 물론 의료 시스템이 감당 못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상식 없는 자들의 악다구니로 국가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혼란은 한일 양국이 여전합니다. 코로나19 탓에 75주년 광복절의 의미를 마음 깊이 되새길 새도 없이 걱정으로 시간을 보낸 듯하여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부디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 적어도 일본 같은 사태로 퍼지지 않도록 주의를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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