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노동 환경, 이대로 괜찮은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감염병으로 인한 고통을 경제적 약자들부터 지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쿠팡물류센터를 비롯해 고령의 환자가 많은 행복한요양원, 다단계 판매센터까지 최근 복수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곳들의 특성과 그곳의 노동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인 '언택트(untact)'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현실을 한마디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신조어가 아닐까 합니다. 용어 그대로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 따위를 받는 일을 말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배달 문화가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모든 필요를 택배로 해결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하지만 그 때문에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 업무 특성상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각 인터넷 쇼핑 업체와 택배회사들이 노동자의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출처 - 뉴시스


가장 대규모 인터넷 쇼핑 업체라 할 수 있는 쿠팡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택배 업무를 하던 계약직 여성 직원 A씨는 가족 전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A씨 가족 전원이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는데, 그 와중에 남편은 급성 심정지로 인해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A씨도 딸도 격리 대상이어서 남편과 아빠가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보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 직원은 쿠팡 측이 확진자를 숨기고 수백 명을 출근시킨 지난달 24일 근무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 만큼 쿠팡 측이 책임 있는 대응을 해야 할 텐데, 쿠팡은 일주일이나 지난 6월 2일 연락해 은행 업무나 아이 돌봐주기 등을 해줄 수 있다고만 했을 뿐 사과나 배상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작업복 세탁이나 소독 등 현장 방역이 전무했던 작업 환경을 생각하면 이번 쿠팡 집단 감염은 누가 봐도 쿠팡 사측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오는 7월이면 계약이 종료되는 A씨를 상대로 쿠팡은 시간 끌기 작전에 돌입한 것인지, 사과도 배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한 가족을 육체적, 경제적, 심리적 극한 상태로 내몰고도 말입니다. 쿠팡이 이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 지난 9일에는 쿠팡물류센터의 다른 확진자 1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JTBC


쿠팡의 비정상적인 노동 환경은 이뿐이 아닙니다. 천안 쿠팡물류센터 직원 식당에서 일하던 조리사는 지난 1일 청소 작업 중 쓰러져 숨을 거뒀습니다. 평소 청소 약품이 너무 독하다고 호소하던 30대 여성 조리사에 대해 쿠팡은 외주 업체 소속 계약직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체 측에 물과 섞어서 쓰는 약품 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락스와 세제를 섞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현장에서 독가스인 염소가스가 발생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기게 된 겁니다.


출처 - MBN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쿠팡 측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직원들만 쥐어짠 사실이 뉴스에 보도된 바 있죠.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애꿎게 자가격리된 노동자들에게 오늘 근무가 가능하냐고 이틀 연속으로 문자를 보낸 겁니다. 자가격리로 일감마저 끊긴 일용직 노동자들을 놀리는 건지, 아니면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나와서 일하라는 건지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경영진이 정신이 나간 건 분명해 보입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사람이 병에 걸리든 죽어 나가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심보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쿠팡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흐름과 맞물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비스의 핵심인 물류센터 방역을 소홀히 해 집단감염 사태를 유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지난 6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쿠팡의 코로나 확진자은폐로 남편이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습니다. 청원자는 "쿠팡 신선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모두’ 방한복과 안전화 돌려사용합니다.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동안 소독, 방역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도 내리 3일을 숨붙은 기계 취급하듯 근무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관리자들은 무조건 모른다고하며 그대로 일을 시켰습니다. 방역을 완벽히 했다고 했지만 방한복,식당, 흡연실,락카룸,작업대 PC등 모든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무슨 방역을 했다는 건지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쿠팡의 안일한 대처와 패쇄적인 행태로 인해 저와 제가족이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나요 삶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근로자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무너뜨리는 쿠팡으로부터 저와 제가족을 지키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쿠팡의 책임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시민단체는 김범석 쿠팡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쿠팡이 부천 물류센터의 연쇄감염 초기에 고객 대응을 소홀히 했다는 주요 이유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입니다. 6월 12일 현재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2명이 늘어 모두 146명이 됐고,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는 116명, 서울 양천구 탁구장 관련 확진자는 60명으로 늘어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n차 감염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MBC

 

사실 코로나19 시대의 노동 환경은 쿠팡뿐 아니라 기업 대부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첫 번째 수칙이 '아프면 3, 4일 집에서 쉰다'입니다만, 정말로 그럴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상사 눈치는 물론 인사평가도 신경이 쓰이고 실질적인 금전적 손해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이는 사실상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일 겁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아프면 장사하지 말라는 건 두 번 죽으라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 온당할 리는 없습니다. 

 

출처 - MBC

 

결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 지켜도 그만인 권고가 아닌 법으로 강제해 처벌 가능성까지 열어두겠다는 겁니다.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겠으나 이와 동시에 정말로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경제적인 보조 또한 병행되어야 하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19 시대가 효율성을 위해 약자에 위험부담을 지운 신자유주의의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배달, 돌봄 등 저임금 노동자가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기 시작한 것은 문제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모두의 생존에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해온 것을 알게 되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 우리 전체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좋은 편에 속합니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 나랏빚 얘기만 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살릴 계획을 하는 건 코로나19 이전의 구시대적인 대응에 불과합니다. 마이너스 성장을 겁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평하고 공정하게 사회의 자원을 나누어 모두 함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댓글(2)

  • 2020.06.12 15:48 신고

    아프면 쉰다? 보통의 노동자들에게는 어느 별나라 얘긴지 할겁니다.

    • 2020.06.15 14:24 신고

      맞습니다.
      이 때문에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의지가 있다고 바로 법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죠. 또한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현실, 참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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