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보안법이 찬성 2878, 반대 1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가결되었습니다. 중국 전인대가 일국양제를 무시하고 홍콩 의회인 입법회 대신 홍콩 관련 법안에 직접 손을 대는 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이었죠. 오는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는 홍콩 보안법의 세부 내용을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출처 - 이투데이
홍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리즘 활동에 대한 예방과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이는 명분일 뿐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출처 - 뉴스1
홍콩 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테러리즘 활동 등 반중국 행위를 금지, 처벌하고 홍콩 안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중국 행위가 무엇인지를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라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JTBC
친중국파들이 뭉친 홍콩 의회는 지난 4일 중국 국가를 모독하면 처벌한다는 국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모독하면 처벌하겠다는 건데요, 장례식이나 상업 광고에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개사해서 부르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하게 됩니다. 범민주 진영의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국제사회는 중국의 폭거에 즉시 반응했습니다. 미국은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을 언급했습니다. 중국이 홍콩을 이용하려는 금융 허브로서의 이점을 없애버리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하지만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트럼프의 증오의 리더십이 부각되었고,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라 미국이 홍콩 문제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편 영국은 홍콩 사람들에게 시민권 부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997년 홍콩을 반환하며 맺은 협정을 준수할 것을 중국에 요구했습니다. 홍콩 시민들 역시 영국뿐 아니라 중국과 대적하고 있는 대만으로의 이민 등을 고려하거나 안전한 해외 은행 계좌를 문의하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9일 송환법 반대 시위 1년을 맞았지만 홍콩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누적, 경제 불황,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민들이 저항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재벌들은 앞다투어 홍콩 보안법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불씨가 다시 일어나 오는 9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와 학생단체가 공동 투쟁을 공언하고 있어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닙니다. 홍콩의 중국 반환 기념일인 오는 7월 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조슈아 웡(黃之鋒)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연합뉴스》와 15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강행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그는 홍콩 보안법이 통과되면 1980년 광주보다 더한 인권 탄압이 자행될 것이라며 일전에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상황이지만 홍콩 반환 당시 영국과 중국의 협약을 지지한다며 우회적으로 일국양제를 지킬 것을 언급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우리로서는 홍콩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출처 - 트위터
이런 상황에서도 기레기는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죠. 지난 5월 30일 뜬금없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윤상현 의원이 조슈아 웡에게 조언을 해주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우 언론들이 이를 열심히 받아 날랐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조슈아 웡은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까지 올리며 자신이 윤상현 의원과 연락을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이는 가짜뉴스라고 항의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시위하고 있는 사람에게 얹은 적도 없는 숟가락 자랑질이나 해대는 의원이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퍼 나르기에 바쁜 언론이나 한통속인 모습입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이제 홍콩은 지난 송환법 시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경찰은 수백 명을 체포하고 대규모 병력으로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직접 홍콩 보안법을 들고나왔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다른 상황을 예고합니다. 그런 만큼 홍콩 시민들의 시위만으로는 중국 정부가 보안법을 무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장미는 쓰레기통 속에서도 피는 법이고,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도 일어나는 법이죠.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를 향한 행보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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