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의 의도는?

지난 16일 오후 2시 49분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이튿날에는 금강산과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폭파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2019년 3월 22일 남북 간 연락과 상호민간교류를 위해 설치됐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북한이 2018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인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BBC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 같지만, 사실 전조는 있었습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자들의 전단 살포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북한 경제가 지극히 위축된 상황이라 북한이 탈북자들의 전단 살포에 평소보다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은 이제부터 한국 정부를 적으로 간주하고 대남사업을 수립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남북 당국 간 통신연락선, 군 통신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연락선을 완전 차단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고는 지난 16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입니다.


출처 - 뉴스1


청와대, 국방부, 통일부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즉각 강한 어조로 대응했습니다.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를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죠.


출처 - BBC


납득하기 어렵고 손바닥 뒤집는 듯한 태세 전환, 남한을 향한 비정상적인 강경반응 등 북한의 돌발행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탈북자 단체는 20여 차례 대북 전단을 살포해왔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시점에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것은 명백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북한의 표리부동한 강경함은 북한 내부를 결속시키려는 정치적 행위인 동시에 오랜 고립으로 인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동일한 분석입니다.


출처 - MBC


현재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극복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경제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발원지인 중국과 교역을 사실상 끊다시피하여 반년간 극심한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강경 대응은 북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사회적 혼란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코로나19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보도해왔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문제가 없다면 4월 신학기제인 북한이 6월로 신학기를 미룰 이유가 없었겠죠. 오랜 고립으로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인민들에게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계속 발신해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극심해지자, 어쩔 수 없이 강경 도발로 리더십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협상의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출처 - BBC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있죠. 사실상 북한의 2인자이자 후계자로 점쳐지는 김여정의 자리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겁니다. 김여정이 북한의 대남정책 총괄임이 공식화된 만큼 향후 김여정 명의의 남측 비난 담화는 당분간 계속 나올 것이라는 얘깁니다. 김여정이 이슈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만큼 북한 내부에서 김여정이 존재감을 내보이는 국면을 계속 연출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지상파 3사의 뉴스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지난 17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의 분석에 따르면 16일 'KBS뉴스9'에서 〈북,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전격폭파〉를 보도할 때 최고 1분 시청률(TNMS, 전국가구)이 18.2%까지 상승했다고 하죠. 시청자 수로는 469만명이 동시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상파 메인 뉴스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보도와 함께 뉴스 평균 시청률이 전주보다 모두 상승했다고 합니다. 'KBS뉴스9'는 15.2%로 0.6%포인트 올랐고, 'MBC뉴스데스크'는 0.9%포인트 상승한 5.6%, ‘SBS 8시뉴스’는 1.9%포인트 증가한 5.9%로 집계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보면 김여정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둘러싸고 남측에서 각종 추측이 나돌 때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김여정의 행보에서 예견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여정의 일련의 행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북측의 혈통에 따른 승계에 이상이 없음을 내보이는 명확한 시그널로 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청와대

 

오직 북한을 욕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계속 소란을 피우겠지만,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진지하게 보복해야 할 정도의 군사 도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접경지역 혹은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하거나 북미 관계 때문에 동결됐던 핵실험을 재개하는 등의 행동을 북한은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BBC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대북 외교가 실패했음을 드러내는 단면입니다. 트럼프는 집권 초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북 관여 드라이브로 일관했습니다. 세계의 평화를 지켜내는 통 큰 정치인이라는 면모를 과시하려는 속셈이 한몫했습니다. 세 치 혀와 엄지손가락으로 무장한 트위터 외교는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과 확연히 다르긴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갑작스러운 평화 분위기에 열광하고 트럼프 스타일에 호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관성이 없는 트럼프의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났고, 대북 관계 진전을 향한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자신하며 세계 평화 이슈를 선점하려던 정치인은 사라지고 재선의 당락에 골몰하는 일개 정치꾼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출처 - 뉴스1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과를 자랑하는 트윗을 올렸을 뿐입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와우! 5월 소매 판매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세인 17.7% 증가했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더 크며, 증시와 일자리에 중요한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습니다. 트럼프는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인권 시위 등으로 북한 문제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17일(현지 시각) 트럼프는 북한을 '비상하고 비범한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이라고 규정하며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1년 더 연장했습니다. 트럼프는 북한과 엮이지 않는 편이 자신의 재선 행보를 위해 안전하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어쩌면 북한은 트럼프의 이런 상태를 알고서 향후 더 자극적인 도발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현 상황이 정황 증거입니다. 향후 북한은 김여정을 앞세워 북미, 남북 간 긴장감을 고조시킨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김정은이 해결사로 나서며 대미, 대남 회담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딴지일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뼈가 시릴 것 같았던 남북 관계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훈풍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다시 찬바람이 흐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변화무쌍한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먼저 남북 간 긴장 관계를 조성해서 국민이 득 볼 게 없다는 건 명확합니다. 대한민국이 남북 간 갈등 국면을 넘어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어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클 것입니다. 무력은 결코 평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고, 평화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도 이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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