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억울함 풀 길 열리나?

한국 사회의 큰 상처로 남아 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작년 8월 드러나 화제였습니다. 2019년 8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검출된 DNA가 복역 중이던 이춘재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였습니다.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습니다.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무기징역 복역 중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춘재가 자백한 강력범죄는 무려 40여 건에 달했습니다. 살인 14건, 강간 및 강간미수 등 성범죄 30여 건이었는데요, 화성연쇄살인사건이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한 10차례의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니, 알려지지 않은 이춘재의 살인행위가 더 있었던 셈입니다. 이춘재가 무기징역을 받은 계기인 처제 성폭행 및 살인을 포함하면 그가 죽인 피해자는 15명에 달합니다. 이춘재는 한국 범죄사에서 가장 많은 횟수의 강력사건을 벌인 단일 범죄자로 기록되겠죠. 그의 범행이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졌으니 매년 약 2명을 살해하고 약 4명을 성폭행한 셈입니다. 정말 인두겁을 쓴 악마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춘재의 범행이 8년에 걸쳐 40여 차례나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를 꼽았습니다. 연달아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경찰의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며 대담성이 높아져 점차 살인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하죠. 군사독재 시절이던 당시 사회의 일그러진 면과 주먹구구식 수사가 자아내는 허탈함은 당시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국 영화의 걸작인 〈살인의 추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사건 6차 사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습니다. 경찰 지휘부로 보고가 올라갔을 정도였지만 당시 족적을 대조하는 등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9, 10차 사건 때 다시 수사를 받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혈액형 불일치로 풀려났습니다. 1989년 강도미수 사건으로 경찰에 잡혀 200일 동안 구금된 것을 빼면 1994년까지 단 한 번도 검거된 적이 없었습니다.


출처 – 뉴스1


작년에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될 수 있었던 것은 수사 기술의 발달과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과학 수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계기가 바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이었죠. 이렇게 보면 이춘재에게는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초동수사 실패는 뼈아픈 지점이지만, 집요하고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온 경찰의 노력은 칭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냄으로써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시민들의 바람을 실현해주었으니까요.


출처 - JTBC


하지만 이와 동시에 당시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진실을 밝히는 건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진짜 연쇄 살인범의 행위를 모방한 모방법의 소행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20년 넘게 수감되었던 윤 씨가 당시 경찰의 강압 때문에 허위로 자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윤 씨는 경찰의 폭력과 강압에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가족들은 변호사를 구할 형편이 안 되어 국선 변호사에 기대다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죠.

 

출처 - 노컷뉴스

 

윤 씨는 20년이란 세월을 자신이 저지른 죄도 아닌데 대신 벌을 받고 출소했습니다. 한 시민의 억울한 세월을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작년 10월 28일 저녁 방송된 tvN 시사·교양프로그램 〈김현정의 쎈터:뷰〉 진행자 김현정은 화성 8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윤 씨를 만났습니다. 윤 씨는 "이춘재가 그나마 양심이 있으니 자백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날 믿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고마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범죄자한테 고마움을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권력을 남용한 경찰의 강압수사로 잃어버린 인생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진실이 밝혀져 최소한 자신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작년 조국 일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갈등 등이 맞물린 시점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드러나 정치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곤 했습니다.


 

출처 - MBC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을 가리기 위해 관련자들의 DNA 검사가 진행됩니다. 사건 재심 담당 재판부는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윤 씨의 체모에 대한 증거조사를 마쳤습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진실규명 차원에서 당시 수사 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제보들에 대하여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는 총 10점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국과수가 8점을 감정에 사용했고 남은 2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거쳐 국가기록원에서 30년 넘게 보관해온 것이라고 하죠.  

 

출처 - 일요신문

 

검찰은 8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와 재심청구인 윤 씨의 체모, 대검찰청이 보관 중인 이춘재 DNA 데이터베이스 등 3개 증거물을 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한 달 후인 다음 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8차 사건의 진범이 가려지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에서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이춘재 진술의 진실도 곧 드러날 예정입니다.

 

출처 - 뉴스1

 

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공포이자 응어리였던 사건이 풀려서 정말 다행입니다. 경찰과 법원은 윤 씨를 포함해 관련 사건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진실까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랍니다. 과거 사건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분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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