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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삼성 이재용 선처 의견이 전 국민의 60%? 검찰-법원-기레기의 짝짜꿍

by 생각비행 2020. 6. 10.

지난 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은 8시간 동안 구속적부심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이재용의 혐의와 관련해 기본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소명됐다며 구속 상당성과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이재용, 최지성, 김종중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핵심사유인 증거인멸 여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속의 핵심 요소인 증거인멸, 도주 우려, 범죄의 소명 중 범죄의 소명만 직접 언급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만 언급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증거인멸은 구속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일반인은 단 하나의 증거만 인멸해도 곧바로 구속되는데, 삼성 일가는 이미 여러 차례 조직적 증거인멸을 했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이념을 법원이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아닐까요? 대한민국에서 삼성은 법을 초월한 존재라고 인정하는 꼴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민변 등 법조계도 이 부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미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증거가 확보됐으니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한 법원이 향후 재판에서 이를 제대로 심리할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조직적 증거인멸, 금감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는 등 일반인도 다 아는 수준의 증거인멸 전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과연 삼성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어도 구속영장을 기각했을까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마땅할 검찰이 이번 기각에 대해 꼬리를 내린 겁니다. 검찰은 기각이 결정되자마자 아쉽지만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물러났습니다. 딱히 검사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조직적 증거인멸 사례를 재소명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인데 말이죠. 법원과 검찰이 주거니 받거니 핑퐁 수사를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법원과 검찰이 재벌에 관대했던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출처 - 미디어오늘


삼성의 광고를 받아먹고 사는 언론도 한몫했습니다. 삼성 이재용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된 지난 8일 언론은 이재용을 선처하길 바라는 국민이 60%라는 기사로 도배했습니다. 공정한 기준으로 재벌의 범죄를 엄단하길 바라는 게 지난 총선 결과로 드러난 국민의 의지입니다. 하도 이상해서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언론이 인용한 내용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아니었습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라는 곳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낸 이상한 자료였습니다. 더 살펴보니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5일간 이재용이 거론된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지식인, 기업/조직, 정부/공공 등 모두 11곳의 글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뉴스를 제외한 11개 채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된 총 게시물 수는 4783건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포스팅 가운데 언급된 톱 30위 내 연관어 수량은 모두 3만 4291건이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겨우 이 정도 데이터 분석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군요.

 

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 게시물과 뉴스를 빅데이터 분석했다는데, '선처'에 관한 연관어로 심의위원회, 경영, 한국, 국민, 우려하다, 전문가, 세계, 시장, 생각, 회사, 미래 등 11개를 선정했고, 불관용 연관어로는 삼성물산, 의혹, 경영권, 제일모직, 위기, 못한다 등 6개를 선정했습니다. 수치적인 불균형도 눈에 띄지만 의도적인 여론 왜곡을 위해 선정한 연관어도 어이없습니다. 자기네가 글을 실제로 들여다보니 '위기'란 연관어는 삼성그룹 위기란 글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키워드였지만 의외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상실 '위기' 글이 더 많아 불관용 의견에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삼성과 관련해 경영, 한국, 국민, 전문가, 미래라는 단어를 쓰면 이재용을 선처하길 바란다는 의견으로 분석한 것인데요. 그런 분석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출처 -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삼성 이재용은 구속하고 경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경제 전문가부터 국민까지 모든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이렇게 쓰면 이재용을 선처해달라는 의견이 되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입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 속아줄 것 아닙니까?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어처구니없는 연관어 선정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 40%나 불관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건 거의 전 국민이 재벌이어도 법대로 엄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하지만 기레기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열심히 받아적고 실어날라 삼성과 이재용의 충견임을 증명했습니다.

 

출처 - 구글

 

생각비행은 과연 대다수 국민이 이재용의 선처를 원하는지 궁금해서 '구글신'에게 물어봤습니다. 구글신은 "이재용 선처"라는 검색어를 인식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재용 전처"를 찾으셨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런데 이재용 선처를 바라는 여론이 60%라고요?

 

출처 - 구글

 

다시 "이재용 구속"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봤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내용이 많이 뜹니다. 이 검색 결과를 보면 검찰-법원-기레기가 어떻게 한통속이 되어 여론을 왜곡하려 하는지 드러납니다. 검찰은 엉터리로 수사하고, 재판부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이재용이 악어의 눈물을 글썽이며 반성하는 기미를 내비치면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상이 된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무너지고 뒤바뀌었지만, 이런 문제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로 이제 사실상 종착역이 다가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이재용 측에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하나의 기회입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018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 재직 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요, 삼성은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불기소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이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이번 구속영장 재청구도 얌전히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 위원회 결정을 핑계 삼아 불기소해버리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과연 삼성 이재용은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요. 재벌에 철퇴를 내려 정의를 바로잡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해야 하는데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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