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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가짜뉴스와 오보 양산하는 기레기, 비판과 감시 절실하다

by 생각비행 2020. 3. 19.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레기'들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천박한 속보 경쟁을 넘어 언론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일보》의 오보였죠.


출처 -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지난 15일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기사를 내어 우리나라가 미국에서는 취급도 안 하는 저질 키트로 코로나19 검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마크 그린 미 하원의원이 청문회 중 그런 발언을 했다며 마치 이 발언이 FDA 공식 발언인 것처럼 말이죠. 이 기사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잠시였지만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전후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번역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검증조차 되지 않은 오보, 아니 사실상 가짜뉴스였습니다. 이 보도로 인해 코로나 검진과 퇴치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인 질병관리본부와 정부는 별도로 한국형 키트의 신뢰성을 불필요하게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하는 수고를 하게 되었죠.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한국일보)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162213380459

 

그런데 오보에 대한 《한국일보》의 유감 표명으로 더 기막힌 상황이 열렸습니다. 지난 3월 17일 《한국일보》는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지난 보도가 오보였다는 유감을 표명했죠. 비상 시국에 국민을 불필요한 혼란에 빠뜨렸으니 응당 사죄를 해야 할 판국인데 유감 표명인 건 둘째 치더라도, 오보에 대한 정정이라는 정보를 하나도 알 수 없게 한 제목은 대체 뭔가요? 제목으로 클릭 장사 할 때 발휘하던 현란한 실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출처 - 한국일보


하지만 유감 표명 기사 내용을 읽은 국민은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기사가 작성되는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문구 때문입니다. 이름이 나가는 기자가 자기 기사가 작성되는지 몰랐다면 이 기사는 대체 누가 쓴 걸까요? 요즘 기레기들 추세 따라 알바가 적당히 기사를 썼다고 칩시다. 그럼 《한국일보》 편집부의 데스킹 한 번 없이 인공지능이 기사를 그냥 발행했다는 말인가요? 기자가 쓰지도 않았고 편집국이 데스킹도 안 했는데 기사가 실렸다? 이 상황을 유감 표명으로 알게 된 마당에 과연 《한국일보》를 언론이라고 불러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기레기'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한국 언론이 썩을 대로 썩은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황입니다.


출처 - YTN


그런데 오보 인정 기사라도 내는 것은 그나마 양반입니다. 요즘 언론과 방송은 오보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나서 아무런 언급 없이 내용을 정정하거나 제목을 바꾸고, 항의가 심해 더는 안 되겠다 싶으면 일언반구도 없이 기사를 삭제하기까지 합니다. 지난 13일 YTN은 〈"마스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라는 자막과 함께 오보를 냈습니다. 죽지도 않은 사람을 죽었다고 뉴스에서 보도한 겁니다. 그나마 YTN은 정정보도문이라도 썼지만, 이 보도를 받아쓰기 했던 《뉴스1》 《머니투데이》 《동아일보》 《디스패치》 《한국경제》 등은 오보라는 인정이나 정정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기사를 삭제하거나 내용을 바꿨습니다. YTN은 2015년 메르스 정국에서 죽지도 않은 사람의 사망기사를 냈다가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바 있죠. 세월호 참사 당시 '기레기'라는 멸칭이 세간에 회자할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언론과 방송이 자숙은커녕 어떠한 변화도 없이 국민을 농락하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쳐상으로 널리 알려진 퓰리쳐는 살아생전 모든 기사의 핵심은 ‘정확, 정확, 정확’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참 언론인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참다 못 한 사람들이 기레기를 박제하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간간이 보이는 곳이죠. 어떤 미디어의 어떤 기자가 어떤 종류의 기레기질을 했는지 제보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고 있는 사이트입니다.


출처 - 리포트래시



리포트래시 : https://www.reportrash.com/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백 상태에 있는 것이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사가 아닌가 합니다. 온갖 오보와 가짜뉴스로 수많은 사람과 기업을 망하게 해놓고 '아니면 말고'라며 입을 씻습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허울 좋은 방패 뒤에 숨어 자기네 이익 챙기기에 바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제 언론, 방송에 대한 자정은 바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언론, 방송에 대한 정화를 위해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1면에 싣게 하거나 뉴스 도입부에 정해진 시간만큼 충분히 내보내도록 의무화하고 중대한 오보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언론, 방송이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위해 철저한 팩트 체크 과정을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명언보다 '펜이 전염병보다 무섭다'는 말이 더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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