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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텔레그램 n번방 청원, 확실한 입법 보완 필요하다

by 생각비행 2020. 3. 17.

지난 5일 딥페이크 포르노, 일명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회 재석 193명 중 찬성 190명, 기권 3명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가결한 겁니다. 이 개정안은 특정 인물의 얼굴, 신체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합성한 편집물인 딥페이크의 제작, 유통을 처벌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주로 행해지던 포르노에 지인이나 유명인 등 다른 여성의 얼굴이나 신체를 합성한 불법 영상을 대상으로 합니다.


출처 - 뉴시스


텔레그램 n번방에서 벌어지던 성 착취 범죄는 국회 입법청원 1호이기도 합니다. 청와대 청원에 이어 국회가 따로 마련한 국민동의청원으로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입법을 약속한 법안이죠. 그 이전에도 입법에 대한 국민 청원 제도는 있었지만, 20년간 2825건의 국민 청원이 있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고작 1%인 27건에 불과합니다.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였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해 시행한 것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벤치마킹한 지금의 국민 입법청원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국회 입법청원 제1호인 만큼 26일 만에 10만 명이 동의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논의해 20대 국회가 결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 입법이기도 합니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해 각 당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희대의 성 착취 사건이자 인권유린 사건이라며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강화 방안과 관련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앞다퉈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관심 속에서 지난 3월 5일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었죠.

 

출처 - 미디어오늘

 

개정안은 딥페이크를 제작하거나 반포, 판매, 임대 등의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입법을 청원한 주체들은 국회의 보여주기식 처리로 졸속 처리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국회 청원 1호로 올라온 내용이 개정안에는 모두 빠진 채 통과됐다는 겁니다. 당시 국회 청원자는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청원에서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수사기관의 2차 가해 방지를 포함한 대응 매뉴얼 제작,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건 사실상 일부 양형 기준 강화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언론은 n번방 청원이 통과됐다는 받아쓰기 기사만 쏟아낼 뿐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청원자들은 개정안에 포함된 사례 역시 이른바 지인 능욕이라 불리는 딥페이크 영상물에 국한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지인 능욕은 디지털 성범죄 중 빙산의 일각이라는 겁니다. 법안이 통과된 게 무의미한 것은 아닐 테지만 이번 개정안조차 디지털 성범죄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문제 제기의 요지입니다. 이른바 '일탈계'를 운영하는 여성 청소년을 협박해 가학적이거나 변태적인 성 착취 영상을 찍게끔 하는 범죄는 같은 텔레그램 안의 디지털 성범죄인데도 말이죠.

 

출처 - 법률사무소 위드


국회가 국회 입법청원 제1호 청원이라며 제대로 다룰 것을 약속했다면 더 적극성을 가지고 청원의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합니다. 국민 10만 명의 청원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디지털 성 착취 범죄에 대한 폭넓은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입법 보완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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