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일본 코로나19 대응, 메르스 공포의 데자뷔

by 생각비행 2020. 2. 21.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청와대는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모면하려고 했습니다. 그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인명 구조에 힘써야 할 사고 초기 7시간 동안 행적이 불분명했고, 이에 대해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국민의 성화가 빗발쳤습니다. 추후 조금씩 공개된 진실을 짜맞춘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줄곧 침실에 있었고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모든 국민이 할 말을 잃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2015년 비행기로 10시간은 가야 하는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한국인 186명이 감염되고, 그중 38명이 사망했습니다. 초동대처 실패와 허술한 대응 체계가 만들어낸 기막힌 사건이었죠. 병원 내 감염자만 81명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 앞에서 연출 사진을 찍었죠. 


출처 - 연합뉴스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 남발에 악화됐던 상황들…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을까 싶어 절망하는 나날이었죠.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비상인 상황에서 일본 아베 정부가 하는 꼴을 보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린 분이 많으실 겁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본에 새로운 국가(?)가 탄생했습니다. 인구 3700여 명에 일본인, 미국인, 호주인, 아르헨티나인, 대만인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국가입니다. 일명 '크루즈국'이라고 불린 이 나라는 바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입니다. 현재 이곳의 코로나 감염자는 621명. 미검사자가 아직 1000여 명 정도 남아 있다 하니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 감염자를 일본 내 감염자로 분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짝 다가온 도쿄올림픽 때문입니다. 자칫 올림픽이 연기나 중단, 취소될 경우 아베 정권은 침몰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출처 - 교도/A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수용해 승선 감염자를 ‘기타‘ 지역 감염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WHO의 감염자 분류 조처가 이상하다 싶던 차에 일본이 WHO에 1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올림픽 개최로 어떻게든 정치적 세를 모아 개헌을 해보겠다는 아베의 발악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출처 - 트위터


일본 내 감염자 수를 좀 줄여보겠다고 이렇게까지 '노오력(?)' 하는 아베 정부는 지난 14일 뜻밖의 발표를 합니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책 본부에 제일선에서 활약하는 감염 전문가를 포함시키겠다고 한 것이죠. 여태까지 대책본부에 이런 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고 아베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출처 - NHK


아베 정부의 어이없는 대처로 인해 19일에 이르러 사건이 제대로 터졌습니다. 집단 감염이 확인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자 중 음성 판정을 받은 승객 433명을 1차로 배에서 내리게 했는데,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각자 이동해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마트를 가든 모임을 가든 자유였습니다. 무증상 감염 위협이 현실로 드러난 마당에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승선했던 자국민을 데리고 돌아간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승선자들을 한곳에 모아 14일간 격리한 것과 너무나 큰 차이가 있죠.


출처 - 연합뉴스


현재 일본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제외하고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파견 의료팀 일원으로 배에 승선했던 이와타 겐타로 감염증 내과 교수는 유투브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안에선 그린존도, 레드존도 엉망이어서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위험하지 않은지 전혀 구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결국 하선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NHK의 속보에 의하면 크루즈에서 내린 80대 남녀가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일본 아베 정권의 방역 체계가 기본부터 무너져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체계를 잘 가동해왔습니다.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과 대책 없는 일본 사이에 끼여 있지만 지난 19일 기준 완치되어 퇴원한 환자가 16명이었습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전용기로 데리고 온 인원들도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었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응을 외신들이 잇달아 호평했습니다. 한국이 환자 관리에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신속히 공개하는 투명성 면에서 독보적 대응 시스템을 갖췄다고 보도한 겁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나 공무원은 그대로일 텐데 대응이 이렇게 달라진 걸 보면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할 때 삶으로 느끼는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출처 - 질병관리본부

 

하지만 한국도 이제 안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사망자가 1명 나왔고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진 대구 신천지 교회 사례에서 보듯 감염원을 특정할 수 없거나 검사를 거부하고 숨기는 사례도 생기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확인되었죠.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질병관리본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흠집 내려는 세력이 있습니다. 사실 그들이야말로 과거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들이었죠. 그러니 쓸데없는 분란에 휩쓸리지 말고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시민들은 정부의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부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코로나19 사태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