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긴 틈을 타 해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2심 선고로 재구속됐던 이명박이 6일 만에 풀려난 겁니다. 법원이 정의를 구현한다고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은 법원 스스로 판결을 뒤집은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사법농단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사법부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판사들이 하나둘씩 재판부로 복귀하는 것과 맞물려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재판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불어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이 지난 19일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보석이 취소되어 그날 재수감되었죠. 그런데 불과 엿새 만인 지난 25일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대법원에 제기한 보석 취소에 대한 재항고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들어 이명박을 다시 석방했습니다. 6년이 아니라 엿새 만에 다시 풀어줬다는 건 둘 중 하나라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2심 재판부가 법을 고려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한 것이었거나 구속적부심을 다룬 법원 쪽이 무리하게 법을 끌어다 이명박을 풀어주려고 혈안이 된 것이죠. 누가 봐도 어느 쪽인지 분명한 터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피고인이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례는 흔치 않고,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재판부가 구속집행을 보류한 경우는 선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보석 취소가 아닌 구속집행 정지라는 방식으로 이명박을 석방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이명박에 대한 보석 조건은 대부분 사라지고 주거지만 논현동 자택으로 제한되어 사실상 대외활동에 법적 제한이 없어지게 됩니다.
출처 - MBC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죠. 마땅한 사유가 없었다면 보석을 유지하는 게 맞고, 섣부른 선고로 촌극을 낳았다는 의견을 낸 법조인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비판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구속 사유가 있어 구속한 피고인을 불과 며칠 사이에 선례가 없는 이유로 풀어주게 되면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게 될 사법 불신이 확산하는 결과만 낳는다는 겁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명박 측은 "경호를 받는 전직 대통령은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말로 구속집행정지를 얻어냈다고 하는데요, 이 말을 들어준 사법부의 판단대로라면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건 거짓말이 될 뿐입니다. 같은 사례라도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풀어주고 일반 시민은 풀어줄 수 없다는 말이 되니까요. 법 앞의 평등이란 헌법 가치를 법원이 정면으로 무시한 이번 사태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항고했습니다. 정당한 구속집행정지 사유가 없고 재판부가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결정을 내려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법원 관계자 역시 징역 15년 이상의 중형 피고인을 법정 구속하지 않은 전례가 거의 없다면서 전직 대통령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법정 구속은 재판부가 선고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라면서요. 한 부장판사도 항소심에서 중한 실형이 선도됐는데 피고인이 항고장을 낸다고 구속을 못 한다는 것은 실무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변호사 역시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항고만 가능하고 집행정지 효력이 없다며 구속집행정지는 허용되지 않는 게 바르다고 밝혔죠. 이처럼 법조계에서는 이명박 재구속이 옳다는 입장이 중론입니다. 이에 더해 1심 선고 때 보석을 허락해준 게 애초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검찰의 항고가 어떻게 처리될지 시선을 끄는 가운데 이명박이 또 다시 구속된다면 기간은 일단 6개월이 될 전망입니다. 상고심 최대 구속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이죠. 이명박과 사법부 어느 쪽이 됐든 이번 '6일 천하'는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아 비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사법부는 기계적으로 법리 장난질을 할 거면 AI에게 판단을 넘기고 옷을 벗으라는 대중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법 앞의 평등, 그리고 실제적인 정의를 원하고 있습니다. 인간 판사들이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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