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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확산하는 코로나19 사태 속 숨은 의인들

by 생각비행 2020. 2. 27.

신천지 교회가 국내 코로나19의 진원지라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예배에 참석한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대구, 경북 지역에서 감염 환자가 급증했고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에게 이번 사태를 "마귀의 짓"으로 규정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하죠. 신천지의 급성장을 마귀가 저지하고자 일으킨 짓이라는 겁니다. 자가격리 상태라지만 모습을 일절 드러내지 않은 채 책임 있는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이만희 총회장이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압박을 느꼈기 때문인지 신천지는 지난 25일 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교인 21만 2000여 명 명단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특정 종교 세력에 대해 혐오를 조장하거나 과도한 비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스스로 최대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신천지가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며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전 국민적 지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뒤바뀐 우리의 일상 속에 사상 초유의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한국 천주교는 지난 26일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교구의 미사를 중단했다고 하죠. 미사는 천주교 신자의 의무라고 하지만, 신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했을 때 합리적이고 옳은 용단을 내린 것입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묵주기도와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미사를 대신한다고 합니다.


출처 - KBS


28년을 이어오던 수요시위도 처음으로 온라인 시위로 대체했습니다. 1428번째인 지난 26일 수요시위가 어김없이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렸는데요. 보통 수십에서 수백 명이 모여 하던 수요시위에 주최 측 6명만 마스크를 쓰고 모였고, 다른 분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에 맞서며 광화문에서 집회를 강행했던 전광훈 일파들과는 전혀 다른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죠. 

 

출처 - 경향신문

 

정부와 자치단체의 코로나 대응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안위에 악영향을 끼치는 무리가 정치권, 종교계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출처 - KBS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취약계층입니다. 전 사회적으로 대면 활동 자제가 요구되면서 공공기관에서 진행해온 일자리 알선, 무료급식 제공 등 복지 프로그램마저 중단되는 바람에 저소득층과 노인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어렵지 않더라도 연세가 많아 먼 여행은 못 가고 동네 복지관에 가서 교류하는 것을 소소한 삶의 낙으로 여기시던 어르신들 역시 집에만 머물러 있자니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치사율이 높지는 않다고 하나 우리의 일상을 뒤흔든 신종 감염병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가 공황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지탱되고 있는 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정부를 비롯한 행정 관련, 공무원들 덕분입니다. 영화 같은 현실이 매일 벌어지고 있지만 사회 곳곳에 숨은 의인들 덕분에 우리 삶이 지탱되고 있습니다.


출처 - MBC


현재 코로나 확진자의 대부분이 있는 대구는 격리된 의료진만 200명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은 의료진만으로 혹독한 상황에 대응하자니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인력 지원이 절실하던 때에 자기 병원의 영업을 접고 대구로 향한 어벤져스 같은 의사들이 있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도움을 요청한 지 이틀 만에 의사는 물론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행정직원까지 대구에서만 250여 명, 대구 밖에서도 205명이 낮이고 밤이고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신청해왔습니다. 대구에 가서 폐를 끼치면 안 된다며 보호 장구부터 마스크까지 본인 병원 비품을 들고 가는 의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고 하죠.


출처 - 오마이뉴스


그 의인들 중에 세월호 참사 당시 배에서 힘을 다해 아이들을 구하던 김동수 씨의 둘째 딸 김예나 씨가 있습니다. 제주에 살고 있는 가족을 떠나 김예나 씨는 대구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의료진도 감염이 되는 상황에 딸을 보내고 싶지 않았겠지만 김동수 씨는 딸에게 그저 잘 다녀오라는 말을 전했고, 딸은 대구 병원에서 근무하며 세월호 참사 당일 아버지의 희생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죠. 아버지가 세월호에 타고 있다는 사실에 울기만 했던 고등학생이 이제 청년이 되어 코로나19 사태라는 다른 재난 현장에서 아버지의 정신을 잇고 있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신천지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화가 난 분이 많으실 줄 압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보다 이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분도 많으실 줄 압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도우려는 의인들 덕분에 이 사회가 돌아갑니다. 그러니 가짜뉴스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침착하게 정확한 정보를 근거 삼아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에 최대한 협조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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