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라는 이름이 생소했던 옛날부터 사람들 사이에는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의 발달에 의해 언젠가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의 발달이 현실화되어 인간의 노동을 하나둘 대체하기 시작하자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했습니다.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도 좋고 자유를 구가하는 것도 좋은데, '대체 어떻게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현재 세상에서 노동 없는 부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될 뿐입니다. 부동산, 금융 등 자산을 가진 극소수의 최상위층 말입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학기술의 발달로 노동 없는 세상이 도래할 기미를 보이는데 말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한 일자리 소멸의 최첨단에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이 있습니다. 한때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 혹은 온라인 쇼핑몰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지금은 물류, 배송, 오프라인 매장 등은 물론 인공지능(AI)을 내장한 가전기기를 판매하며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아마존은 '에코(Echo) 프로젝트'를 통해 실용적인 인공지능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마련하고 컴퓨팅의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에 한정된 얘기긴 하지만 이쯤 되면 사실상 라이프 서비스(Life Service)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출처 - 아마존 에코

 

지난 9월 1일부터 오늘(6일)까지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가 개최됩니다. IFA는 1924년을 시작으로 올해 57회째를 맞이하는 세계 최대의 가전 및 멀티미디어 전문 박람회로 글로벌 50개국 18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하고 23만 명의 참관객이 찾아오는 전시회입니다. 바로 이 IFA에서 아마존이 생각하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생활가전과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연동하는 스마트홈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죠. 

 

아마존의 음성 인식 AI 비서 '알렉사'와 연동된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는 이미 전 세계에서 5000만대가 넘게 팔려 실질적으로 이번 국제가전박람회의 트렌트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이번 박람회에서 생활가전에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연동하여 스마트홈을 강화한 다양한 제품을 시연했습니다. 예를 들어 "알렉사, 로봇청소기 켜줘" 하고 말하면 LG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하는 식이죠. 비단 LG전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가전기기 생산업체의 방향이 비슷했습니다. 이번 국제가전박람회의 트렌드가 인공지능, 음성인식 등 스마트홈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잡혔으니까요. 앞으로 사용자는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등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기기를 통해 음성만으로 가전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게 되겠죠.

 

출처 - 데이타넷

 

2015년 130만 달러였던 스마트 스피커 시장 규모는 올해 2070만 달러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기업들이 이처럼 오디오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의 모든 가전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확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디오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과 연동되어 스마트홈의 기본이 됩니다. 오디오를 통해 인공지능이 사람과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한겨레

 

아마존이 내다보는 미래는 스마트홈과 같은 생활가전 부문만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새해 첫날까지 일주일 동안 세계적으로 10억 개 이상의 상품을 배송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고객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주문한 상품을 13분 만에 받았다고 할 정도였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물류 유통 구조에서 이런 속도는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아마존의 놀랄 만한 신속한 배송은 미국 물류창고 20곳의 시스템과 4만 5000대의 기계에서 비롯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거대한 암 리프트인 로보-스토가 물류 창고 재고품들을 찾아 바닥으로 내립니다. 이때 화물 운반대 밑으로 로봇 청소기 같은 작은 로봇 키바가 들어가 배송 데스크를 향해 이동합니다. 우리나라의 설이나 추석 같은 대목에 사람들이 물류 창고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조용하고 정확하게 로봇들이 움직이며 마지막 확인 장소에 서 있는 인간 앞으로 상품을 가져다줄 뿐이죠.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조만간 확인하는 사람조차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입니다.

 

배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영국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 성공한 바 있고 아마존이 낸 특허 중에는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배송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예 물류창고를 고고도에 항공모함처럼 띄워놓고 함재기처럼 드론이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도 특허를 낸 상태입니다.


출처 - 아마존


'아마존 고'는 또 어떤가요. 지난해 말 아마존이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해 계산대 없는 매장을 표방하여 선보인 아마존 고는 계산대가 없었습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가방에 담아 나가면, 상품의 모양과 가격 등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그 찰나 사이에 이를 정확히 인식해 사전에 등록된 고객의 인터넷 계좌에서 자동으로 결제하기 때문이죠.


아주 편하고 신속한 쇼핑 덕분에 마치 SF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필요 없어지는 인간의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물류센터에서 기본적으로 물건을 옮기는 사람은 물론 택배기사, 운전기사, 항공 조종사, 주문과 결제를 위한 상담원 같은 일자리가 필요 없게 됩니다. 특히 계산대의 계산원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치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더라도 특별한 교육 없이 그나마 쉽게 취업할 수 있는 흔한 일자리였기 때문이죠.


출처 - 중앙일보


계산원이 없는 가게는 한국의 일상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로디지털단지 안 맥도널드에는 무인 주문 기계가 있습니다. 카드를 꽂고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면 사람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이 먹고 싶은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사람이 있는 계산대와 함께 운용되고 있지만, 한 국가의 최저임금을 가늠하는 '빅맥지수', 최저임금 일거리를 뜻했던 '맥잡'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던 맥도널드에서도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을 뚜렷이 하고 있는 것이죠.


출처 - 중앙일보


다국적기업인 맥도널드만이 아닙니다. 숭실대 앞 한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가면 주문 결제를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눈에 들어옵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커피 종류, 컵 크기, 얼음 유무, 샷 추가 등 사람과 얘기를 통해 결정하고 결제해야 했던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화면에서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매장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900원, 주문부터 커피를 손에 쥐기까지 3분이 채 안 걸린다고 합니다. 효율 면에서 사람과 비교가 안 되는 기계가 도입되어 가격과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금융권의 변화도 확인됩니다. 올해 9월부터 은행이 종이통장의 신규 발행을 중단한다고 밝혔죠.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부터 추진해왔던 일이니까요. 2017년 8월까지는 계도기간 비슷하게 종이통장을 없애는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유도하는 1단계였고, 2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 바로 지금입니다. 9월부터는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종이통장을 발행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새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신규고객과 60세 미만인 고객에게는 종이통장을 발행해주지 않습니다. 기존 고객들은 이 대상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종이통장 재발급을 할 수 있으며 60세 이상 고객은 2, 3단계 계획에서 모두 예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쭉 종이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고 고객 상담을 인공지능형 챗 봇에게 맞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은행 혹은 금융 투자사도 있습니다. 한 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연 평균 6000만 원 정도 드는 경영 지원 분야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에 맡기면 비용이 660만 원으로 최고 88% 저렴해지기 때문에 기업의 기술 도입은 가속화될 조짐입니다.


출처 - 산업일보


편하게 주문하고 빠르게 배송받고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취향에 맞춘 정밀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는 세상.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누릴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극소수의 기술 엘리트를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어지는 일자리 소멸을 대가로 누리는 편한 소비란 그 자체로 모순이 아닌가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이대로라면 기계들이 하지 못하는 3D업종이나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허드렛일만 인간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미국에서는 1050만 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죠. 노동이 사라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로봇세, 인공지능세를 국가가 거둬들여 전 국민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자는 기본소득론도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걱정과 기대가 소용돌이치는 오늘입니다.

하지만 지난번 기사를 통해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공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같은 유행에 함몰되어 기계화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의 고용 형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하청사회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일자리 파이가 줄고 그 줄어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을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의 '갑들'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갑'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 '을'을 자유롭고 풍요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문제입니다. 우리 안의 편견을 깨고 화합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인공지능에 의해 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고민하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에 대한 걱정보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하청사회를 살아가는 '을들'의 단단한 연대가 아닐까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천국도 지옥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을 기억하는 1주기 추모식이 지난 지난 5월 28일 있었습니다. 하루 12시간 2교대라는 살인적인 근무에 쫓긴 스무 살이 채 안 된 하청노동자의 유품 가운데에는 컵라면 하나가 있었습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그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죠.

 

출처 - 오마이뉴스

 

사실 김군의 죽음은 예상치 못한 참사가 아니었습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하청사회》의 내용 일부를 인용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김군 사망사고 1년 전 강남역에서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스크린도어 점검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김군처럼 한 사람이 담당하고 있었죠.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점검 업무를 수주한 하청업체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극도로 인력을 축소한 상태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2인 1조 점검이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구의역 지하철 사고와 관련한 기본 근로 조건을 보면, 49개 역사의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직원은 6명으로 1명당 5개 역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하나의 역을 점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개 두세 시간인데 반해 하루 평균 고장 신고는 40여 건에 달했습니다. 여름철과 겨울처럼 온도가 급격히 변하는 계절에는 최대 하루 200여 건 가량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서울메트로는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비정규직 근로자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서울시와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구의역에서 김군 혼자 스크린도어 점검 작업을 하고 있을 당시 서울메트로에서는 김군이 작업 중이라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청사회에서는 힘없는 을들에게 이러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갑이 비용 절감을 위해서 시행하는 외주화란 결국 ‘위험의 외주화’를 포함하거나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청년 김군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시에서 8월까지 서울교통공사 등 투자출연기관에서 근무 중인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개선했다는 게 고작 고용기간만 연장하고 처우는 비정규직 그대로인 무기계약직이어서,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중규직'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죠.

출처 - 경향신문

 

'위험의 외주화'는 지하철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도처에는 위험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외주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1주기 추모 행사가 있던 지난 5월 1일에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망한 작업자 6명은 모두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고, 중경상을 입은 25명 역시 대부분 협력업체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정규직 근로자가 휴식하는 법정공휴일에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쉬지 못하고 근무하다 참변을 당한 것이죠. 또한 5월 20일에는 인천공항에서 변전설비 정기점검을 하던 부산지하철공사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근로자 3명이 감전사고로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게 우리 사회 노동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사건이었습니다. 재난의 현장에 본청의 정규직은 존재하질 않습니다.

 

출처 - JTBC


첨단산업에 속하는 스마트폰 제조 현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전자, LG전자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젊은이 6명이 업체의 관리 소홀과 보건 조치 미흡으로 생산공정에서 쓰는 독극물인 메탄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시각을 잃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불법 파견이기까지 했습니다. 앞날이 창창한 20대가 시력을 잃은 것만이 아나라 심한 경우 뇌손상까지 입었다고 합니다.

 


출처 - JTBC

 

지난 6월 9일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총회에서는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실무그룹이 조사한 국내 대기업들의 인권 침해 현황을 담은 보고서가 제출되었습니다. 유엔 측은 메탄올 피해자 사례와 노조 탄압 등을 언급하며 원청 대기업들이 인권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6명의 노동자가 시력을 잃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사이 본청의 정규직들은 과연 어떻게 지냈을까요? "이게 나라냐?" 싶을 정도로 별탈 없이 지냈습니다.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건의 경우 크레인 신호수로 일한 1명만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을 뿐 원청업체 관련자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스마트폰 공장 메탄올 실명 사건의 1심 판결은 불과 일주일 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 중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다. 6명이 눈을 잃고 뇌 손상을 입었지만 불법 파견과 메탄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실명의 책임이 있는 업체 사장까지 모두 집행유예와 수십 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불법 파견사업주들도 집행유예에 끽해야 벌금 100만 원이 다였습니다.

 

6명이 앞을 보지 못하는 채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이상한 노동 현실이 계속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이기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와 장치를 불합리한 규제라고 우기는 기업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시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제도는 물론 관행까지 바꿀 근본적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 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외주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원청과 발주자의 책임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이런 내용은 다른 정권에서도 한 적이 있습니다. 말보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산업재해를 당하는 노동자 중 하청업체 노동자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들의 슬로건을 실행으로 증명할 때입니다.

 

부쩍 추워진 연말, 술잔을 기울이던 젊은이가 하나둘 눈물을 떨궜습니다. 기천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대출, 100개가 넘는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 수많은 낙방의 쓰디 쓴 현실을 뒤로하고 '헬조선'에서 '노오오오력'을 한 끝에 이름 있는 대기업에 취직한 것도 잠시. 평생 직장일 줄 알았던 대기업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쫓겨나야 하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2월, 9월, 11월에 이어 올해 들어 네 번째 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 회사에서는 이미 6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합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냐고요? 아닙니다. 〈미생〉의 장그래가 그렇게도 바라던 어엿한 정규직이었습니다. 숫한 젊은이를 벼랑 끝으로 내몬 기업은, TV와 신문 광고마다 '사람이 미래다'라고 그렇게도 홍보하던 두산 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였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29살에 명퇴당하는 날, 회장 아들은 전무 승진

 

두산인프라코어는 인력 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국내 사무직 3000여 명 전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번 퇴직 신청에 20대 사무직 직원과 신입사원마들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작년에 그룹 공채로 입사해 두산인프라코어로 배치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다니는 사원들은 SNS나 게시판에 29살에 명퇴당하는 경험을 다 해본다며 어이없어 하거나 야구선수에겐 100억 원을 쥐여주면서 두산맨이 되려고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갖은 협박과 회유를 일삼으며 추운 날 쫓아낸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심지어 23살 여직원조차 퇴직 압력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내 분위기는 흉흉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두산 그룹은 우리나라 재계 10위권의 내로라하는 기업이지요. 프로야구팀과 중앙대학교를 소유한 기업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유명합니다.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사람이 미래다'란 슬로건을 내세운 두산 그룹 광고를 다들 한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만든 두산 계열의 광고사 오리콤의 박서원 부사장(36)은 신입사원들이 쫓겨나던 때 두산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로 승진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짐작하신 대로 그는 두산 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간 두산을 떠나야 했던 사원들이 제조업, 건설업 기반인 회사가 광고와 홍보에만 신경을 쓴다며 하소연한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아무튼 두산 그룹은 자신들의 고객이자 인재인 젊은이들의 뒷통수를 제대로 갈긴 셈입니다.

 

출처 - 한겨레

 

관련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자 재계 관계자뿐 아니라 두산 그룹 내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20대 사원까지 퇴직 신청 대상인 경우는 IMF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신입 사원들까지 내보내다니 이러다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어린 비판도 나왔습니다. 한편 겨우 교육해서 일 좀 맡길 만한 직원들을 내보낸다는 건 그룹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얘기가 되므로, 그런 상황에서 인력 수요 예측에 실패한 수뇌부의 실책을 질책하며 앞으로 누가 두산에 지원하겠느냐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애초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상 부진함에 대해 책임져야 할 이는 신입사원이 아니라 임원, 나아가 오너 일가입니다. 물론 제조업, 건설업의 불황 이면에는 세계적인 불경기가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각비행에서 작년에 상세히 알려드린 내용처럼 두산인프라코어는 되지도 않는 기술력으로 섣불리 방산사업에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국책 연구비를 횡령하는 등 방산 비리의 한 축이기도 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예전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정부 방산비리 척결, 말뿐인 추악함http://ideas0419.com/508

 

여기에 더해 경영진의 잘못된 비전으로 중국에 무리한 투자를 한 결과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크나큰 사업적 손실을 보았습니다. 제조업 기반의 B2B 기업이면서 이미지 광고와 홍보에 열을 올려 쓸데없는 지출은 늘어만 갔죠.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 누적 2465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년 전의 두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런 손실을 낸 것이 과연 신입사원의 탓이겠습니까? 온갖 비리와 잘못된 비전 설정, 무능한 경영이 불러온 결과에 대해 왜 임원진과 오너 일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겁니까?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사재를 털어서라도 열심히 일한 인재들을 붙잡아 손실을 줄여야 할 것 아닙니까? 사람이 미래라면 말입니다.

 

20대 신입사원들까지 희망퇴직 대상이라는 사실이 일파만파 번져 비난이 쇄도하자 두산 그룹 박용만 회장은 1~2년 차 신입사원은 회망퇴직을 받지 말라며 급하게 불을 끄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단골 메뉴인 간보기를 이제 대기업 회장이 따라 하는 꼴이죠. 원칙이 있어서 기업적으로 희망퇴직이 꼭 필요한 조처였다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관철하는 것이 회장의 역할일 텐데, 욕을 먹을 게 걱정이어서 희망퇴직을 없었던 일로 되돌린다면 애초에 왜 추진했던 걸까요? 이처럼 사람을 아낄 줄도 모르면서 '사람이 희망이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은 경영진의 실책은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걸까요? 헌법의 정신을 유린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현재의 정국처럼 회장의 말 한마디에 기업의 미래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참으로 걱정되는군요. 결국 지난 7년간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만든 두산 그룹의 이미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무늬는 희망퇴직, 실상은 강제퇴직 

 

희망퇴직은 스스로 원해서 회사를 나간다는 뜻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회사의 구조조정의 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2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SC은행에선 지난 15일 961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갔다고 합니다. 40대 이상, 근속기간 10년 이상 직원들이 주 대상이었습니다. 국민은행 1122명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에서 올해에만 3200여 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2년 전 970여 명에서 지난해 1850여명으로 늘더니 올해 1.7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조선업계 상황은 더 나쁘다고 합니다. 현대중공업에서 연초 1100명이 나갔고 삼성중공업은 퇴직 신청을 아예 상시로 접수 중이라고 하니까요. 삼성그룹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희망퇴직'이란 말을 쓰지 않을 뿐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에서 올해 5700명이 회사를 나갔다고 합니다.

 

생각비행은 <취업하려면 정치적 신념마저 포기하라는 헬조선의 자화상>이라는 기사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취업 대상자의 채용 면접에서 국정교과서 찬반을 물어 물의를 일으켰던 사실과 국내 최대 통신사 SK의 앱스토어인 T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 개인정보 취급방침을 개정하면서 이용자의 사상과 신념, 노동조합, 정당의 가입, 탈퇴, 정치적 견해 등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큰 논란을 야기했던 사실을 비판하면서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치적 성향과 신념조차 내팽개쳐야 하는 헬조선의 실상을 보여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편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 채용 실적’ 자료에 의거해 지난해 고졸을 포함한 청년 인턴을 뽑은 공공기관 중 3분의 2가 단 한 명도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은 사실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생색내기용으로 뽑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며 희망고문을 하고 열정페이를 요구하면서 쏙 빨아먹고 먹고 버린 셈이죠. 공공기관조차 이런 상황인데 사기업이 이를 제대로 지킬 리 만무합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아모레퍼시픽, SK플래닛 등 대기업의 만행이 이를 증명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동개혁은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입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이 마치 백년지대계라도 되는 듯 연일 입에 올리면서 임금피크제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자식 같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렴치범이라도 되는 양 몰았죠. 그토록 청년들의 일자리 마련에 열을 올리던 정부가 최근 줄줄이 일어나는 사기업의 청년 희망퇴직 같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일까요? 정부의 무계획과 빈곤한 철학에는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CJ 그룹 이재현 회장 실형 확정에 갈팡질팡

 

이렇게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얼마 전 CJ 그룹 이재현 회장의 실형이 확정되었습니다. 횡령과 탈세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 처분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벌금 252억 원이 선고되었죠.

 

출처 - 머니투데이

 

CJ 그룹은 그동안 이재현 회장의 실형을 막기 위해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아부하는 광고를 수도 없이 찍어냈습니다. CGV에서 영화를 볼 때 나오는 속칭 '국뽕' 광고들입니다. CJ E&M의 음악축제인 MAMA에도 뜬금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해 창조경제를 설파한 일도 있었죠. 게다가 CJ 그룹이 이번 재판으로 내는 홍보 자료도 이상했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지병이 있어 수형 생활을 하면 위험하다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경영을 위해 선처가 필요하다고 했으니까요. 건강 상태가 수형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면 대체 어떻게 시시각각 변모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글로벌 대기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단 말입니까? 대기업의 경영을 해낼 수 있다면 수감 생활을 못 버틸 리 없죠.

 

출처 - 유튜브

 

전경련과 경제 신문들은 경제인 기죽이기로 인한 경제 침체가 걱정된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어 경영에 참여할 수 없었을 때 SK 계열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오르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 일가 중에 경영다운 경영을 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더구나 대기업 오너(사실상 '오너'란 표현 자체가 한국 기업문화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만)들의 작태가 정확히 박근혜 정부의 모순과 무능 그리고 파렴치함을 따라가고 있으니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삶이 이렇게 팍팍한 것 아니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정부든 기업이든 언제쯤 책임을 지는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2015년 마지막 달에 한국 경제의 현실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지난 주말 노사정 대타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타협'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후속조치를 놓고 입장차이가 커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실행하는 데 큰 진통이 예고됩니다. 지난 14일 오후 한국노총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전날 노사정이 내놓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합의문 승인 여부를 논의하는 중 이에 반대하는 산별 노조 김동만 위원장이 분신을 시도해 파행을 겪었을 정도입니다.

 

취업규칙을 변경해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회사 뜻대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나, 저성과자 퇴출을 사실상 용인함으로써 일반해고 지침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금속, 제조업 분야 노조의 반대가 특히 심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문을 수용하기로 해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9.13 노사정 대타협을 두고 재계의 평가 역시 엇갈립니다. 일단 이번 협상이 깨지면 각 주요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단체 파업 등이 예상돼 올해 노사 관계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컸는데 일단 합의가 이루어진 것에 의미를 두는 입장이 있습니다. 반면 이번 대타협이 반쪽짜리 개혁이며 사실상 합의를 위한 협의에 그쳤다고 지적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후속조치와 세부사항 조율과 실행 과정에서 파행이 일어 대타협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출처 - 서울경제



반쪽짜리 대타협, 일반해고/임금피크제/청년고용 등 산 넘어 산


노동자와 사업자 역시 자기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노동자 측에서는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등 최근 쟁점이 된 안건을 일단 수용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사업자 역시 근로시간 단축과 청년고용 등의 이슈를 받아들인 셈이죠. 문제는 어느 쪽도 법으로 강제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대신 청년 고용에 '노력한다'는 합의일 뿐 이를 강제하는 조항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노사 문제처럼 사측이 임금피크제만 챙기고 나 몰라라 해버리면 청년고용이 이뤄질 리 만무합니다. 저희는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이 될 것이라는 환상 : http://ideas0419.com/578


 

출처 - 파이낸셜뉴스


노사정 합의문의 경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번 정부는 노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정부의 합의시한(10일)을 넘긴 데 대한 압박감 때문에 서둘러 사태를 봉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해서 정부는 현재 2년인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4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2년이 넘는 기간에 받은 임금의 10퍼센트를 가산 임금으로 노동자에게 주도록 했지만, 노동계는 이러한 조처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자체를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꼴을 보면 당연히 노동계는 정부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경향신문》 보도로 공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 채용 실적’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고졸을 포함한 청년 인턴을 뽑은 공공기관 중 3분의 2는 단 한 명도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생색내기용으로 뽑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며 희망고문을 하고 열정페이를 요구하면서 쏙 빨아먹고 먹고 버린 셈입니다. 공공기관조차 이런 상황인데 사기업이 이를 제대로 지킬 리 만무합니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회피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시행의 단초가 잡혔다고 청년고용이 활성화되겠습니까? 이는 또 다른 희망고문일 뿐입니다.


일반해고는 어떻습니까? 저성과자와 근무불량자를 회사가 좀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 직장인 중에 회사가 성과 측정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성과를 올려도 팀 내 나이순, 직급순으로 나눠 먹고 줄을 잘못 타면 이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성희롱에 항의했다고, 피치 못할 이유로 회식에 불참했다고 근무불량자로 내몰리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공정하고 타당한 해고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소득양극화로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골을 더 깊게 할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노동자 평균 월급이 264만 원? 현실적인 체감 월급은 110만 원에 그쳐


통계청이 제출한 '2012~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10분위 평균소득'에 따르면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이 511만 원 늘 때 하위 10퍼센트는 달랑 3만 원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하위 10퍼센트는 오히려 소득이 뒷걸음질 친 격입니다. 소득 격차는 27.7배로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또한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한국납세자연맹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연봉이 3172만 원으로 월평균 264만 원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발표와 달리 실제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연봉은 1322만 원, 월평균 110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의 발표는 심화된 소득양극화로 인한 평균의 함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주변에는 한 달에 110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으며 어렵게 사는 노동자가 가장 많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대부분의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현실을 두고 사업자와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정의롭지 못합니다.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빈곤해서는 안 된다


출처 - 노컷뉴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노사정 대타협이 있기 한 주 전, 지난 7일은 미국의 노동절이었습니다. 보스턴 노동협의회에 참석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위와 같이 연설하며 시민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대통령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직접 노조 가입을 권하며 노조는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상찬했으니 '노조=빨갱이'로 보는 우리나라의 무식한 작당으로서는 입에 거품을 물 일이 아닐 수 없겠군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는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빈곤해서는 안 된다"는 연설로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여겨지던 힐러리 클린턴을 9퍼센트 차로 제치고 민주당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은 지난한 길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부당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타협'이 될 수도 없고 '야합'에 불과하니까요.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녹색당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희생양이 된 역대급 최악의 노사정 야합,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 라고 평가했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on 2015년 9월 15일 화요일

 

출처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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