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차라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청년이 다수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KBS) : http://news.kbs.co.kr/news/NewsList.do?SEARCH_MENU_CODE=0849&



KBS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에서 청년들의 충격적인 현 상황이 인용되었습니다. 지난 9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이 주최한 '한국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란 토론회에서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바라는 미래상이 무엇이냐'라는 설문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23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한 청년은 두 배에 가까운 42퍼센트나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한들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모조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답이 안 보인다는 인식이 청년 대다수의 저변에 깔렸습니다. 살인적인 스펙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도 여태까지는 경쟁을 견뎌내기만 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현실이 전혀 그렇지 못하기에 이제는 모든 걸 놓아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앞선 설문 결과를 두고 6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분들은 고도성장기에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적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공회대 대학원 김연아 박사의 논문인 <비정규직의 직업이동 연구>에도 나왔듯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자라서 또한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물림되는 비정규직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일 가능성은 무려 77.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1.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정규직의 사정이 그리 나은 편도 아닙니다. 논문을 보면 부모가 정규직이어도 자녀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6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7.4퍼센트였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 사회가 지위 이동의 기회가 균등하지 않고, 빈곤의 세습 구조가 이미 굳어졌이 드러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지금 같은 경제구조에서는 자녀가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지금과 같은 정책하에서 가면 갈수록 더 안 좋아질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청년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명박근혜 정권의 기조는 한결같이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2년 비정규직을 4년 비정규직으로 연장해주겠다는 이른바 '장그래법' 따위의 말을 내뱉을 리는 만무하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지금 세상에선 기성세대가 흔히 청년에게 요구하는 노력과 야망, 진취성 등을 갖춰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야말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되고 맙니다. 청년들의 비관적인 인식이 현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사회 구조가 차라리 모조리 붕괴된 이후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아쉬운 위로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면 우리 청년들은 새 출발에 대한 인식이라도 남아 있어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기하면 편해, 일본의 사토리 세대


고도성장기 때부터 이런 말이 있었죠.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10년 후다. 실제로 고령화 문제뿐 아니라 청년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은 일본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청년들을 대표하는 말은 '사토리 세대'입니다.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는 그들은 고령화 위주의 정책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도 소외되었고, 잃어버린 20년으로 인한 경기 불황 때문에 비정규 계약직으로 내몰려 철저한 빈곤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없다 보니 아무것도 탐내지 않는, 자신의 욕망마저 거세해버린 일종의 득도 상태에 내몰려 있습니다. 

 

일본 청년 세대의 연봉은 15년 새 4000만 원대에서 3000만 원대로 대폭 줄었으나 청년의 생활 만족도는 오히려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올랐다고 합니다. 버블 경기 때 모두가 욕망에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벌어도 공허하더니 이젠 사회, 경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욕망을 거세할 수밖에 없게 되니 오히려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기형적인 심리 상태에 다다른 겁니다.

출처 - JTBC


이렇다 보니 오히려 비상이 걸린 쪽은 정부와 기업입니다. 고령화로 점점 줄어드는 인구 구조, 청년층의 경제력 상실 같은 이유 때문이죠. 당장 일본 자동차 내수 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돈이 없는 청년들은 자동차를 사지도 않을 뿐더러 자동차를 몰고 싶다는 욕망마저 희박합니다. 실제로 20대 운전자 비중이 10여 년 새 반토막이 났습니다. 최근에는 운전면허조차 따지 않으려 해서 자동차 기업들이 운전면허를 따기를 권하는 캠페인성 광고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만혼을 넘어 일본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 자체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비정규 계약직을 전전하다 보니 돈이 없어서 이성을 못 만나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으니 혼자만의 소소한 즐거움에 천착해 초식남 수준을 넘어 절식남이 되었습니다. 실제 일본은 50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인구 비율이 30년 전에는 단 2.6퍼센트였으나 현재는 무려 20.1퍼센트로 8배가 증가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이지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 앞에서 일본 경제는 물론이고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6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대비 64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신규 취업 청년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이며,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청년 중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청년은 고작 1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청년을 죽여서 기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청년층에 과감히 투자하고 그들을 구제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지난번 세계 금융위기로 위기에 봉착했던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의 흥망성쇠를 보면 답은 자명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 저금리 시대에 무작정 돈을 끌어와 묻지마 투자로 단기적인 호황을 누렸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그리스는 우리나라가 흔히 그랬듯 은행과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 재정을 모조리 끌어모아 퍼부었고 국민들의 복지를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육아와 교육 예산은 최우선 삭감 대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은 졸지에 복지도 줄고 은행과 대기업의 빚마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처지로 몰락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리스는 –3.3퍼센트의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현재 유로존 탈퇴라는 도박을 걸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나라 경제가 피폐해졌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아이슬란드도 처음에는 부실 대기업과 은행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와 솥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부실 대기업과 은행은 자기들의 탐욕으로 묻지마 투기를 하다 그렇게 된 것이니 그들 스스로 책임지도록 그냥 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책임함을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준다면 이는 미래 세대인 청년들을 죽이는 일이고 나아가 나라를 죽이는 일이라고요. 정부는 IMF 원조를 못 받을 수 있다며 국민을 협박했지만 국민들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빚더미로 몰아넣느니 차라리 그편이 더 낫다고 했습니다.

 

결국 성난 민심에 총리가 물러나고 부실 은행과 대기업, 연루된 정치가 등 90여 명이 금융위기의 책임을 물어 기소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경제위기에 오히려 청년과 복지를 대폭 확대합니다. 이로써 사회보장 지출이 금융위기 전보다 36퍼센트나 늘어났습니다. 예산은 법인세와 부유세로 충당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아이슬란드 청년들은 직업훈련과 재취업의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고, 그 활력이 아이슬란드 경제 자체를 일으키는 기적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유럽 평균을 뛰어넘는 3.5퍼센트라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실업률은 절반인 4.9퍼센트로 저조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똑같은 위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죠!


우주적 상상력을 과시하며 1000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 인기가 어찌나 많은지 요즘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며 허니버터칩을 먹는 게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입니다. 오늘은 우주적 상상력의 즐거움을 주는 영화와 달리 노동자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을 그려낸 영화 <카트>입니다.

 

<카트>는 대형마트 비정규직과 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뒤 노조를 결성해 사용자 측의 횡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벌어진 이랜드 리테일 소속 유통업체 계산원 노동자들의 투쟁을 극적으로 재구성했지요. 당시 상암 월드컵경기장역 근처를 지나가 본 분이라면 홈에버 앞에서 연일 벌어지던 파업 투쟁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마트 비정규직의 파업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이 영화는 아주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영화 카트의 실화,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영화 카트의 모티브는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였습니다. 당시 이랜드 그룹은 2년 이상 근무한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홈에버의 계산원 등 비정규직을 포함해 계열사 근로자의 700여 명을 해고합니다. 이 중에는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근로자도 많았습니다. 이랜드 그룹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고 그들의 일을 외주 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사용자 측의 불합리한 조처에 반발하며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홈에버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희생 끝에 마무리되어 노동자가 계산대로 돌아가기까지 이 사태는 510일이나 이어졌습니다.


출처 - 프레시안


비정규직보호법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는 경우 무기 계약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법으로 보증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해 노동자를 고용한 뒤 2년이 되기 전에 해고를 일삼는 작태를 보여왔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고용 불안이 본격화된 출발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2년인 경우에, 이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계약 만료 없이 계속 근무하게 되면 입사일로부터 2년이 되는 바로 다음 날부터 더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아닙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상당 기간' 더 근무를 해야만 갱신이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법이 명확하게 '2년'을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만약 2년이 넘은 며칠 후 회사에서 계약 만료를 통보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해지'가 아니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105쪽

14.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재계약 없이 계속 일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처럼 계약 기간에서 하루만 넘어도 근로자의 신분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탐욕적인 기업들은 기를 쓰고 2년 안에 해고하려고 열을 올리는 이유가 됩니다.



억울하지 않으려면... 아는 것이 힘!


영화 <카트>에서 태영이는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따귀를 맞습니다. 태영이의 여자친구가 분을 참지 못하고 편의점 유리문을 깨자 편의점 사장을 포함해 세 명이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급히 경찰서를 찾은 태영이의 엄마(선희)가 아들에게 묻습니다. 왜 그랬느냐고. 그때 태영이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억울해서..."


사실 그 심정은 마트에서 파업 중이던 선희가 싸우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저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라고 하는 소박한 바람뿐이었는데, 이토록 냉혹한 현실과 마주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분기탱천해 편의점 사장한테서 아들의 급료를 기어이 받아낸 선희는 아들에게 돈을 건네며 힘들게 번 돈이니 네가 받아 쓸 권리가 있다고 얘기해줍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사실 이런 상황은 영화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노동법을 잘 모르는 사회 초년생한테서 이른바 '열정페이'라며 뜯어먹는 나쁜 어른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애초에 억울할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좋겠지만, 당장 현실이 바뀌지는 않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역시 '아는 게 힘'입니다. 노동법을 안다면 아르바이트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쓰셔야 합니다.
 

2.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조항

근로계약에서 정한 임금이 '최저임금'에 모자랄 수 있습니다. 주로 급여 수준이 적은 경비직, 생산직, 일용직, 아르바이트생의 경우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의해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되고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이듬해 적용됩니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임금이 그 해 최저임금보다 적으면 사용자는 그 차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82쪽

07. 근로계약서에서 무엇을 살펴봐야 하나요? 중 <근로계약서에 있더라도 효력이 없는 규정들>


근로계약서를 썼더라도 악덕 사장이 네가 서명한 계약서니 지키라고 강요하더라도 효력이 없는 규정에 관한 내용은 잠자코 넘어가지 마세요. 최저 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했다면 사장의 잘못입니다. 아르바이트비와 별도로 법에 따라 처벌받게 할 수도 있으니 당당하게 나가시기 바랍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이는 비정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너무 만연해 있어 무심코 넘어가곤 하는데 원래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라면 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급여를 차별할 수 없습니다.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일명 '비정규직 보호법')에서는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정규직과 차별을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차별이 있다면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하고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때 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해서 사용자가 차별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차별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353쪽

55. 비정규직이면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해도 월급이 적은 건가요?


다만 이 경우 법적 표현이 미비해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나 노무사 등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빈번합니다. 따라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을 때는 가급적 함께 행동하는 편이 좋습니다. 노동위원회에 차별신청을 할 때에는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대표자를 선정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어렵고, 차별 시정의 문제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정이 됨으로써 혜택을 볼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충분히 논의한 후 신중하게 진행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단독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향후에 있을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고 진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뭉치면 강하다! 

노동조합이라는 하나의 대안


아이 급식비와 수학여행비를 버는 선희, 싱글맘 혜미, 면접만 50번 넘게 떨어진 취업 준비생 미진, 나이가 들었어도 안락한 생활을 꿈꾸기 힘든 순례... 영화 <카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뭉쳐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노동조합이 뭔지 노동법이 뭔지 몰랐던 사람들이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점차 변화되는 모습을 포착합니다. 노조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영화 <카트>에서처럼 또는 뉴스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처럼 노사 간 충돌이 생길 때 노동자의 연대를 막는 공권력 행사가 비일비재하니까요.


출처 – 카트 누리집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합니다. 불이익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해고, 퇴직 강요, 전보, 대기발령 등 신분적인 불이익 대우가 있고 차별적 승급, 강등, 각종 수당의 차별적 지급 등을 통한 경제적 불이익 대우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정신적 불이익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방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노동위원회에 권리를 침해받은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하면 구제명령을 내리는데 구제명령의 내용은 각 신청 취지에 따라 다릅니다.

 

노동조합이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정당한' 활동이어야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정당한 쟁의행위(파업 등) 중에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고 현행법 외에는 노동조합법 위반을 이유로 구속되지 않습니다. 정당한 쟁의행위에 참여한 것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취급을 할 수 없고,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대체근로자나 파견근로자를 통해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441~443쪽

73.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불이익이 있나요?


그렇지만 영화 <카트>가 잘 그려내듯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라도 현실에서 무력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권이 정책 차원에서 노조를 핍박하는 경우 더더욱 어렵습니다. 준법투쟁조차 불법으로 낙인을 찍어 기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영화 <카트>에서도 공권력이 투입되어 마트를 점거했던 근로자를 모조리 연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준법투쟁은 겉으로는 파업이나 시간 외 근로 거부나 연차휴가 사용 등 근로자에게 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하거나 작업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입니다. 이런 집단행동으로 인해 근로 제공의 양이나 질이 평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노무 정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파업이나 태업을 하지 않고도 사업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준법투쟁으로 생긴 피해를 본 사용자들은 이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불법쟁의에 대한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해 노동조합의 준법투쟁을 막으려 합니다.


준법투쟁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일단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쟁의행위는 파업, 태업 등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입니다. 준법투쟁의 불법 여부를 놓고 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해왔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448쪽

77. 준법투쟁이 왜 불법인가요?


 

지난 12월 2일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한 <파업노동자 대상 손해배상 청구액 10년 새 9배 증가> 기사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 규모가 10년 전인 2004년 51개 사업장 575억원에서 올해는 17개 사업장 1천691억6천만원으로 대폭 늘었"으며 "2004년에는 사업장당 평균 손배청구액이 평균 11억3천만원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그 규모가 사업장당 99억5천만원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파업 한 번 했다가 하나의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배상 규모가 약 100억 원에 달한다니 기가 막힙니다.


근래 정당한 파업에도 기업들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현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평생토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기업의 속내가 달리 있겠습니까? 기업의 요구에 불응하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고 노조의 단합을 와해하려는 심보에 불과하지요.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 시도하는 막대한 규모의 배상청구는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법조계는 기업의 부당한 소송을 조기 각하하거나 약식판단으로 기각하고 소송 비용을 제소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법리적 판단을 발전시켰습니다. 2010년 현재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7개 주에 전략적 봉쇄소송 규제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대한민국에서 <카트>의 마지막 장면(비정규 노동자의 근무 복귀)은 510일을 투쟁한 끝에 노조 지도부가 희생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뤄진 사실입니다.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였던 셈이죠.



'중규직'이라는 웃기고도 슬픈 현실,

연대만이 현실을 변화시킬 원동력!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영화보다도 가혹합니다. 며칠 전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중규직'을 신설하겠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보호되고 있는 귀족 노조인 정규직의 권리를 빼앗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는 영화 <카트>의 모티브가 된 이랜드 홈에버 사태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정규직 대리인 동준은 양심의 가책을 받지만 대부분의 정규직은 나랑 상관없는 비정규직의 일이라며 처음에는 무시합니다. 하지만 곧 사측의 진짜 의도는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정규직까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마트 자체를 팔아넘기려는 속셈임을 알게 되죠. 이로써 남의 일이 아니게 된 정규직들도 노조를 만들어 비정규직 노조와 힘을 합칩니다. 사측의 설득에 떠밀려 복직한 직원들과 마트 밖에서 싸우고 있던 직원들이 함께 카트를 밀며 사측과 공권력에 맞서는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인 연대입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이 영화를 보고 문재인 의원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든 참여정부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호와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려는 뜻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는데, 막상 법이 시행됐을 때 사용자들이 외주용역이나 사내하청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작태를 막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말이죠.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고 이제 정규직마저 망가뜨리려는 이명박근혜 정부 사람들이 과연 문재인 의원처럼 생각을 돌이킬 날이 올까요? 그날이 오게 하려면 우리는 연대해야 합니다. 비정규직도, 노동조합도, 파업도 유별나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범위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은 민법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능력)를 유추 적용해 불법파업에 대한 노조의 민사적 책임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파업의 정당성을 가리는 기준인 파업 주체·목적·방법(수단)·절차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불법파업이 되어 그에 따른 민사적 책임을 면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노동자들의 권리행사와 노동 삼권을 억압할 목적으로 제기되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리를 마련해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갈 길이 멀지만 하나하나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한 연대만이 현실을 바꿀 동력입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취직문이 바늘구멍이 되고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듯이, 노동자의 권리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하면 보장받을 수 있을지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모르는 노동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명확히 알고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법정 최소 시급이 얼마인지 잘 모르는 분이 많이 계실 테니까요.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를 신청하려고 해도 자신이 받을 금액을 제대로 아는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스마트폰이 알반화된 시대에 노동자의 권리 찾기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앱이 나왔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총에서 지난 3일 내놓은 '노동자 권리찾기 앱'이 바로 그것인데요. 과연 어떤 것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민주노총



노동자 권리찾기 앱,

크게 Q&A와 임금 계산기로 이루어져


민주노총에서 지난 3일부터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한 노동자 권리찾기 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용 앱은 내년 1월부터 배포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출처 - 민주노총


앱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취업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로 사는 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을 Q&A로 제공하는 것이 한 부분이고, 다른 부분은 임금과 퇴직금, 실업급여 등 자신이 법적으로 받아야 할 돈을 계산해주는 계산기입니다. 하단에는 앱을 공유할 수 있는 버튼과 실시간 노동 이슈에 대한 소식이 뉴스처럼 흘러갑니다.



노동자의 각종 권리에 대한 Q&A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 인사, 징계, 산업재해, 실업급여, 퇴직금 등등 매일매일 일하는 우리에게 밀접한 단어들이지만 이 단어들의 정확한 뜻을 알고 계신 분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뜻도 제대로 모르는 단어의 권리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리도 만무하고요.




출처 - 민주노총


노동자 권리찾기 앱은 노동자가 궁금하게 여기는 내용을 여러 범주로 나눠 Q&A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 인사, 징계, 해고, 퇴직금, 실업급여, 산업재해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니 여러분이 처한 상황이나 궁금한 내용에 맞춰 찾아 들어가면 됩니다.



출처 - 민주노총


Q&A는 딱딱한 법률 용어를 늘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꽤 상세한 상황을 가정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민주노총


노동자라면 가장 궁금할 만한 정보인 퇴직금 계산법 역시 Q&A에서 다루고 있네요.



출처 - 민주노총


노동자 권리찾기 앱은 노동 대상별로 권리를 찾는 메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성, 비정규직, 아르바이트같이 노동자 중에서도 약자에 속하는 분들을 배려하고 있네요.



출처 - 민주노총


노동조합과 연락처 메뉴에서는 노동조합이 힐요한 이유와 노동조합을 세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연락처에는 앱 자체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를 살필 수 있는 유익한 홈페이지나 지역별 노동조합, 권리찾기센터의 연락처를 제공합니다. Q&A에 없는 내용이 궁금하거나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이 메뉴를 활용하시면 됩니다.



나의 임금계산기,

최저임금부터 야근수당 그리고 실업급여까지




출처 - 민주노총


노동과 임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노동자 권리찾기 앱에는 자신이 받을 임금을 계산해주는 계산기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나의 임금 계산기로 들어가면 영역별로 계산기가 나뉘어 있습니다. 최저임금 계산기, 통상임금 계산기, 시간외 수당 계산기, 실수령액 계산기(사회보험금, 세금), 연차휴가 계산기, 퇴직금 계산기, 실업급여 계산기 등 자신이 임금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부터 퇴직 후 받게 될 퇴직금과 실업급여 액수까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민주노총


예를 들어 최저임금 계산기에 들어가 자신의 임금 유형과 기본급, 근무시간 등을 입력하면 자신이 법정 최저임금 기준에 적합한 임금을 받고 있는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노동자라면 늘 궁금하셨을 겁니다. 원래 내가 받아야 할 정당한 시간외 수당은 얼마인지 말입니다. 예를 들어 주 5일 근무하며 기본급 200만 원에 가족수당 10만 원을 비롯해 각종 고정수당을 매달 60만 원씩 받고 두 달마다 정기적으로 상여금 100만 원을 손에 쥐는 노동자가 한 달에 평일 연장근로(밤 10시 이전까지)를 12시간, 휴일근로를 하루(8시간) 했다면 얼마의 시간외 수당을 받아야 할까요? 임금 계산기가 없다면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을 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겁니다.




출처 - 민주노총


하지만 노동자 권리찾기 앱에는 시간외 수당 계산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금 유형에 따라 자신의 급여를 입력하고 자신이 연장 근무한 시간을 야간, 휴일 등으로 입력하기만 하면 자신이 받아야 할 시간외 수당 액수가 계산되어 나옵니다. 위에서 예를 든 노동자의 경우, 통상임금이 아닌 가족수당을 뺀 시급 통상임금 1만 4354원, 받아야 할 시간외 근로수당 60만 2868원이라는 답이 나오는군요.




출처 - 민주노총


퇴직금 계산기의 경우 입사일자와 퇴사일자를 입력한 후 최근 3개월 간의 급여를 입력하면 보장받을 수 있는 퇴직금 액수가 출력됩니다. 실업급여 계산기의 경우도 퇴직금 계산기와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입사일을 입력하면 자신이 보장받아야 할 연차와 휴가 일수를 계산해주는 계산기와 4대보험과 세금을 제하고 자신이 받아야 할 실수령액을 계산해주는 계산기 등, 노동자가 궁금하게 여기면서도 어려워서 넘기곤 했던 정보를 시원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 권리찾기 앱의 나의 임금계산기는 일반적 근무와 급여 형태를 기준으로 전문 노무사의 자문과 검수를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2014년 현행법과 판례를 계산 방식에 적용했다고 하니 믿을 만한 앱인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노동법률지원센터 : http://seoul.nodong.org/consult/

민주노총 전화상담 : 1677-2260


더 정확한 산정이 필요하다면 온라인 상담이라 전화상담을 통해 추가 확인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노동자의 권익이 날로 축소되는 현실 앞에서 이런 앱을 잘 활용해 여러분이 누려야할 권익을 조금씩이나마 찾으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살아도 쪼들리는 우리네 현실을 생각할 때 각자의 자리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좀 더 강하게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앱으로 부족한 정보와 법률적 지식은 저희가 출간한 책,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를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노동자의 시각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를 가려서 담고, 실제 사례 또한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노동법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들께 이 책이 요긴한 열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나 쌤앤파커스 출판사 성추행 사건 등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식의 이상한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를 자주 쓰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기쁜 판결 내용을 중심으로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언론을 통해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전원이 정규직으로 채용될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줄 압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8일, 현대자동차에서 2년 이상 하청 노동자로 근무한 994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청구 소송에 대해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이들이 현대자동차의 정식 노동자로서 받아야 했을 임금 차액 중 일부인 230억 원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현대자동차는 개정된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라 이들 전원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수없이 그들을 실어 나르던 희망버스에도 참으로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게 되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어떤 형태의 사내하청이든 불법파견


현재 파견법은 노동자의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해 파견 기간과 업종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기간은 2년, 가능업종도 26개로 제한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파견법이 금지하는 제조업 직접공정에 불법파견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2012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동자 최병승 씨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최종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과 관련한 수차례의 법적, 행정적 판단이 개인 또는 일부 공정에 관한 것이라며 번번이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1000여 명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대규모 소송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번 판결의 의의는 자동차 철판 작업부터 완성차 선적 업무까지 공정을 따지지 않고 정규직이며, 자동차뿐 아니라 제조업 공장에선 어떤 형태의 사내하청을 써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노동계가 10년여 동안 제기해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법적 판단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 판결이 나기까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혹한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2010년 울산과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공장을 점거하고 투쟁했습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서 60퍼센트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인격 모독과 같은 부당한 대우에 시달려왔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폭력으로 이들을 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3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기나긴 투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 나머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박정식 노조 사무장이 "꿈과 희망이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현대자동차 사측은 2010년 대법원의 판결마저 애써 축소하며 정규직 고용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2014년까지 이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뭉개고 있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검찰의 봐주기가 있었습니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자동차의 모든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모두를 무혐의 처분해버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불법파견에 따른 현대자동차 경영진 처벌을 촉구해왔으나 검찰은 매번 범죄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기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든든한 배경 덕분에 현대자동차는 노동부의 판정이나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겁니다.


출처 - SBS


서울중앙지법의 지난 18일 판결로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이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한두 명이 아닌 1000여 명에 해당하는 사내하청 노종자들의 불법파견이 법적으로 입증되었으니까요. 이제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함은 물론 여태까지 미적거린 검찰은 현대자동차 경영진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가 그에 따른 기소를 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로 뒤이어 벌어질 유사 소송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기아자동차, 현대하이스코, 한국지엠 등 20개 사업장에서 3000여 명에 달하는 하청업체 직원이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정규직 지위가 인정된다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현대자동차, 땅투기를 멈추고 사람을 보라



출처 - 머니투데이


뜻깊은 판결이 나던 날, 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무려 10조 5500억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부지 감정가는 3조 3000여 억원이었고, 차점자인 삼성이 약 5조 원에 입찰했다고 하니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실상 정상가의 세 배가 넘는 돈을 주고 땅의 주인디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입찰로 서울시에 내야하는 취득세만 8000억 원에 이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30여 개 그룹사가 입주할 통합사옥 건립을 위해 사들인 땅이어서 100년의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라고 애써 자찬했지만, 이런 땅투기에 눈이 먼 과욕은 주주들에게도 밉보인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를 말도 안 되는 가격인 10조에 낙찰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순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식이 폭락하기 시작해 이날 하루 동안에만 시가총액 8조 5000억 원이 증발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현대자동차그룹이 정말로 100년을 내다보는 비전이 있다면 땅투기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이번 판결을 조속히 이행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무릇 사업이란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그동안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대응하면서 노사합의를 통해 특별채용하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현대차는 소모적인 소송을 하며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일이 무의미하며 사회적인 비판을 면하지 못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신하는 것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임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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