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법원행정처장에게 아동 성착취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에게 1년 6개월의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의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처벌이 약했다는 지적에 많은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알고서도 손정우에게 면죄부를 쥐여준 셈입니다.


출처 - 투데이코리아


손정우는 재판에서 4000여 명에게 성착취물을 7293차례나 판매한 혐의가 인정되었으나 이 모든 행위가 단 한 건의 죄로 간주되어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되었죠. 국민의 법감정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판결이어서 국민이 분노했지만 미국 송환조차 법원의 불허 결정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동 성범죄에 엄격한 미국에서라도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우리나라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이미 내린 상황이라, 미국 송환 결정을 하면 제 얼굴에 침뱉기라고 생각했는지 결국 불허하고 말았습니다. 인도거절사유에 해당하는 바가 없었는데도 판사 재량에 따라 이뤄진 불허 결정이어서 논란이 큽니다.


출처 - 청와대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불허 결정을 내린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격하게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이 올라온 뒤 삽시간에 50만 명이 지지를 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대법관 후보라는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과 아동 인권에 대한 기본 관념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서 체면치레만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미국 송환 불허의 여파는 국제적으로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제적인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7월 15일 "대한민국은 아동에게 정의로운 나라인가? 세계 최대의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하고자 미국 법무부는 강제 송환을 요구하였지만 법원은 사법주권행사의 관점에서 이를 불허하였다. 사법부가 공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정의의 가치는 아동인권 수호가 아니라 사법권한의 방어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국가는 아동에게 특별한 보호를 제공하여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최대의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관용적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결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촉구한다"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와 연방검찰 또한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실망의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동 성 착취 범죄자 중 한 명에 대한 법원의 인도 거부에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 법원의 송환 불허 결정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손정우의 아동 성착취물을 받은 일부 미국인들은 이미 징역 5~15년을 선고받았는데 정작 운영자는 1년 반 만에 풀려났다고 강조했습니다. BBC 한국 특파원은 한국에서 달걀 18개를 훔친 40대 남성이 받은 형인 징역 1년 6개월이 손정우의 형량과 똑같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출처 - Laura Bicker 트위터 / 뉴시스


이 때문에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판사의 재량으로 형량을 감해주게 되어 있는 작량감경권을 없애거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손정우의 경우 반성문과 구속 중 결혼해 부양가족이 있다는 점이 형량을 감해주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작량감경 없이 제대로 된 형량이 내려졌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징역 10년형까지는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죠. 이것도 한참 부족합니다만 적어도 지금 손정우가 받은 1년 6개월이라는 어이없는 형량은 아니었을 거라는 얘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진행 중인 n번방 성착취 범죄에 대한 재판 과정도 손정우 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0일 아동 성착취물 1300여 개를 제작 판매한 박씨에게 젊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젊으면 젊다고 늙으면 늙었다고 봐주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디지털 성착취는 솜방망이 판결을 먹고 자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경향신문》이 성폭력 범죄 재판을 담당해본 현직 판사들과 심층 인터뷰를 한 기사는 판사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무지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요즘 성착취물이 예전처럼 비디오 같은 물리 매체로 퍼지는 것도 아니고 톡 비밀방을 통해 크라우에 올려져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이를 암호화폐로 구매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온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뉴스를 보지 않고 사건 기록만 보다 보니 사회적 기준과 멀어지게 되고 가해자나 피해자를 활자로만 인식하다 보니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피해 심각성 이해가 떨어지는 탓도 큽니다. 가해자가 얼마나 파렴치한지, 피해자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들어볼 기회가 없이 재판이 끝나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사가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지 않았다면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출처 - SBS


무엇보다 유사 판례에 대한 집착이 국민적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하게 한다고 합니다. n번방 사태 이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진행한 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아동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기본 영역으로 징역 3년이 적절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판사들은 일반적인 가중요소를 감안하면 징역 5년이 적절하다고 했는데, 원래 이런 범죄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솜방망이 처벌을 해오다 보니 갑자기 판례에서 한참 벗어난 중형을 자기 혼자 선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판사들은 여태 판결하던 대로 한 건데 '국민들이 갑자기 왜 이래' 하고 반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를 보면 솜방망이 처벌이 n번방 사태를 초래했으며 사법부가 공범이라는 시민들의 구호가 허투루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사법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등을 통해 아동 성착취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형량을 더 높이는 등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 의심스럽습니다. 지난해 성접대 의혹 영상의 인물임을 확인하고도 무죄를 선고했던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만 떠올려봐도 지금의 사법 체계 안에서는 대안이 없는 일로 보이니까요.


출처 - 한국일보


지난 7월 27일 손정우는 서대문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미국 송환을 막으려고 아버지가 고소한 혐의인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수사하기 위해서였죠. 법무부와 경찰은 우리나라에서도 엄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손정우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범죄에 대한 형량은 최대 징역 5년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입니다. 그가 미국으로 송환됐다면 20년형 감이었죠. 아동 성착취 혐의까지 미국에서 일찌감치 시작했다면 징역 1000년은 우습게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선 범죄수익 관련 사건으로는 아무리 많아 봐야 3년 이하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칫 집행유예가 될지도 모릅니다. 성착취물 판매 수익이 수십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3000만 원도 안 되는 벌금이라면 그야말로 껌값 아닌가요? 

 

출처 - MBC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PD수첩〉은 지난 4일 손정우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갑작스럽게 의문의 여성과 혼인신고를 했고, 이후 2심에서 1심에 비해 6개월이나 감형된 형량으로 최종 선고받은 점을 취재하여 보도했습니다. 부양가족의 존재가 감형의 요인이 된다는 점을 손정우가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제작진은 손정우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여러 명의 지인을 직접 만나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손정우의 한 지인은 "(손씨의) 결혼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손씨가 (여자친구에게 범죄사실을) 속이고 만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지인은 "결혼은 혼자 할 수 없지 않냐. 감방 가기 전에 아내가 있고 아기가 있었더라면 과시하는 걸 좋아해서(친구들에게) 한 번은 보여줬을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인은 "손씨의 아버지가 국제결혼 중개업을 할 줄 아니까 외국인이라고 혼인신고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MBC

 

한편 손정우의 아버지는 〈PD수첩〉 취재진이 "해외 여성을 아들인 손씨에게 소개한 거냐"라고 질문하자 "그걸(국제결혼 중개업) 할 때가 몇 년 전인데 옛날이야기를 지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그쪽 부모님이 반대해서 혼인 무효 소송을 해 (결혼생활이) 끝났다"라고 답했습니다. 손정우의 지인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보자면 제대로 된 결혼 관계도 아니었는데, 법원은 이를 근거로 형량을 감해준 꼴입니다. 

 

출처 - MBC

 

〈PD수첩〉은 손정우가 어렸을 때 야동 사이트를 만들고는 친구들한테 자기 홈페이지라고 자랑했다는 지인의 말과 중학교 때 자퇴를 한 뒤 연락이 안 되다가 20대 초판에 갑자기 "조만간 아우디 r8끌고 올테니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지인의 말도 소개했습니다. 이를 보면 손정우가 성착취 영상물을 판매하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건은 예정된 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PD수첩은〉 방송을 끝맺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은 디지털 성범죄에 치명적일 수 있으며 IT 강국이 성범죄에는 무방비하다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손정우 사건이 또 하나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되는데,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2021년 최저임금 시급이 정해졌습니다. 올해보다 1.5%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는데요. 130원 오른 셈이라 동결에 가깝고, 인상율 1.5%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를 경신한 역대 최저 인상률이어서 논의 과정부터 결과까지 논란이 많은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로 내년의 최저임금 시급 기준은 8720원이 되었습니다. 월급으로 환산한다면 182만 2480원으로 올해보다 2만 7170원 많아진 수준입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7표로 갈렸습니다. 이에 반발한 한국노총 위원과 소상공인연합회 위원들은 퇴장하기도 했죠.


출처 – 연합뉴스


2021년 최저임금 시급 인상률이 이렇게 낮은 결과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논의 시작 단계부터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이 시급 1만 원(16.4% 인상)이었던 반면 경영계의 최초 요구안은 시급 8410원(2.1% 삭감)으로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의결된 이번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되고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노사 양측은 고시일 전까지 이의 제기가 가능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결정된 직후 노동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로는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절차상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제도 32년 역사상 27번의 이의 제기가 있었으나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또한 안타깝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폭과 관련히 이 이상 높이는 것은 여론이 과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현재로는 최저임금 이의 제기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틀 안에서는 이의 제기를 한들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현재 노사 간 의견이 대립할 때 정부의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는데 이 표들이 매번 불합리한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겁니다. 이번에 결정된 2021년 최저임금 역시 노사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결정입니다. 결국 현재 최저임금은 구조상 경영계와 공익위원들의 표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계에서 보기엔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겁니다.


출처 - 통계청


여기에 추가되는 문제는 경영계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논의 때마다 꺼내드는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입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경영 악화가 우려되니 외국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법은 2018년과 2019년 매해 발의된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실제 처우는 내국인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입니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가 광업, 제조업 등 저임금 일자리에서 종사하고 있고, 임금 상승률 또한 내국인보다 계속 낮았습니다. 20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의 38%에 달합니다. 이는 OECD 기준으로 내국인 대비 외국인 임금 비율이 64% 수준에 해당하는 셈인데,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나라가 76%인 것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죠. 이런데도 경영계는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맞춰서 주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이상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 미만을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노동법과 관련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대전제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숙련도가 떨어지는 초보일지라도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저임금 제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상 노동자의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균등한 대우를 보장해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제외 법안이 통과된다 한들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 차이가 커지고 최저임금 예외까지 법제화되면 내국인 노동자들 역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경영계는 일이 서툴더라도 반값밖에 들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고 열을 낼 테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예외로 하고 있는 장애인까지 품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은 지난 28일 최저임금법에서 제외된 중증 장애인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법과 장애인 고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정신, 신체 장애로 노동 능력이 낮은 이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단순 제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외국인 노동자보다도 심각한 수준으로 내국인의 4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 격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일방 제외한 국가는 단 세 곳뿐입니다. 이번 김예지 의원의 발의안은 장애로 노동 능력이 낮은 사람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별도의 임금 기준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저임금제도는 이른바 정글자본주의에서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하지만 매해 당연하다는 듯 발표되는 최저임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요? 사회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는 시국에 깊고 넓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지난 7월 18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사이에 26만 명 늘어 팬데믹 발생 이래 역대 최다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전 최다 신규 확진자 수 기록은 바로 그 전날이었습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이 연일 최다 확진자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얘깁니다. 7월 29일 09시 기준 전체 국가 코로나19 환자는 총 1658만 4341명이며 사망자는 65만 7058명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5만 명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확진자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나라는 미국, 브라질, 인도 그리고 남아프리카였습니다. 미국은 WHO를 탈퇴하고 마스크 거부 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팬데믹 상황에서 정반대로 질주하고 있는 탓에 더더욱 피해가 큽니다. 그동안 마스크를 거부하던 트럼프 대통령까지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나타났지만 이미 늦었죠.

 

출처 - 질병관리본부/ 7월 29일 09시 기준

 

세계 유수의 대학과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가시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백신은 일반인에게 투약되기 전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임상시험은 임상전 시험과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뉘는데 현재 3단계에 돌입한 백신 후보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의 연구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실제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지, 면역반응이 실제하더라도 쇠약해진 환자 특히 노년층이 부작용에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하죠. 개발 과정이 순조롭다고 해도 전 세계에 배포하고 환자가 실제로 접종 가능한 시기는 훨씬 나중의 일일 것입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는 항체반응이 생기더라도 유효 기한이 3개월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백신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19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7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을 예측할 수 없는 유행의 확산기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국가가 봉쇄나 이동 제한을 풀고 방역 조치를 완화하다가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반복해서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통제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위드 코로나를 정착시키고 이를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환경, 문화, 제도 등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도 조금 잠잠해질 만하면 다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 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 유입 환자와 지역 감염 환자가 두자리수 아래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죠. 지난 6월 15일 서울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확진 판정을 받고 지역사회로 퍼졌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에 고민이 더욱 깊어집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지요. 올해 우리나라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3% 감소했습니다. 1분기의 1.3%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입니다. 이 수치는 IMF 사태 당시인 1998년 1분기 –6.8% 이후로 2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실업률 역시 그때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요. 정부는 지금까지 약 277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해 경제 활동을 지탱하고 한국판 뉴딜 등의 정책을 발표했으나 전 세계적인 수출 부진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입니다.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일본은 –3.4%의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싱가포르 역시 –12.6%, 중국은 –6.8% 등 세계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를 쉽게 얘기할 상황은 아닙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없는 일이죠. 미국과 일본처럼 경제를 위한다고 방역 규제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을 때 돌아올 피해는 너무나 큽니다. 미국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하루 확진자가 7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고, 일본은 안이한 아베 정부의 대처로 인해 코로나 사망자 수가 한국의 세 곱절이 된 지 오래죠. 지난 29일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넘어 재확산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됴쿄의 추가 감염자수가 이틀 연속 200명대를 넘었다고 하죠.  

 

출처 - 갤럽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은 지난 27일(현지시각) 글로벌 리더십 순위 조사에서 세계인이 독일의 글로벌 리더십을 가장 신뢰한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독일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은 20017년 41%, 2018년 39%, 2019년 44%로 3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전 세계적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 30%로 떨어졌고, 2018년 31%, 2019년 33%로 독일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집니다. 

 

출처 -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코로나19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5일간의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뒤 7500억 유로(약 1031조 5000억 원)규모의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했습다. 전체 회복기금 중 보조금 규모는 3900억 유로, 3600억 유로는 저리대출로 운영한다고 하죠. EU 경제회복기금을 주도한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5월 공동성명을 통해 EU에 처음 기금 마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독일의 글로벌 리더십이 왜 세계 최고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코로나 19는 한 나라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연대해서 풀어야할 정치적인 과제입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가 마주한 최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면서 "EU가 통합국가로 가는 큰 이정표를 세웠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출처 - MBC

 

다시 국내 상황을 살펴봅니다. 휴가철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워터파크나 수영장처럼 사람들이 밀집하는 다중시설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1인용 수영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혼밥', '혼술', 혼자 운동하는 '혼운'에 이어서 수영마저 홀로 하는 '혼수' 시대가 열렸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용 수영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바이러스가 뒤바꾼 우리의 일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답답합니다.

 

출처 - SBS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처럼 당분간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어려워보입니다. 고로 마스크 쓰기, 주기적 소독 및 환기,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과 공동이 함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에게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휴가철을 맞이한 지금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녀들과 함께 고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각비행의 책 두 권을 추천합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은 생물의 다양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수중과 지상, 도처에 있는 식물, 동물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고 있기에 풍요로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생물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축적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며 살아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극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한 결과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백신 개발만 기다린다고 해서 또다시 다가올 파국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집 앞을 흐르는 시냇물, 각종 나무로 울창한 고원, 드넓게 펼쳐진 들판, 광활한 바다, 이 모든 자연이 생명의 다양성이 춤추는 현장이요, 우리 삶의 터전임을 깨닫고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할 때입니다.

 

출처 - 환경부

 

지난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하며, 환경부는 생물다양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인스타그램 기대평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반갑게도 생각비행의 책 《풍요로운 지구를 만드는 생물의 다양성》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래픽 노블 형식으로 된 이 책이 아이들에게 생물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를 잘 알려주기 때문에 환경부가 추천했겠지요? 지구의 미래를 꾸려나갈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넓히길 기대합니다.

 

 

생각비행이 추천하는 또 다른 책은 《1분 과학 읽기》입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바쁜 일상에서 몸을 지키는 1분 건강 읽기'입니다. 2부는 '팬데믹 시대에 삶을 지키는 1분 의료 읽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유발한 질문은 무수히 많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면역 체계가 있는데, 신종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손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예절 준수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공공장소에서 함께 쓰는 비누는 과연 안전할까요? 미뤘던 개학이 감염을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요? 코로나19 시대에 필수인 마스크 때문에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도대체 언제쯤 가능할까요?

 
《1분 과학 읽기》는 우리 삶을 위협하는 코로나19에 관한 과학 지식을 알기 쉽게 들려줍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어떻게 다른지, 바이러스에 대항해 인간의 면역 체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신종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에 관해 다양한 사진, 일러스트, 인포그래픽 등의 자료를 곁들여 알려줍니다. 아울러 《1분 과학 읽기》는 과학과 인문학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합니다. 우리 삶과 동떨어진 과학은 없습니다. 모든 과학 지식이 우리의 일상과 직간접적으로 닿아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 그 자체를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마음 깊이 남겨줍니다.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는 광복절이 토요일인 데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과 의료진을 배려한 결정이라고 합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7일(월요일)을 포함하면 사흘을 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출처 - 네이버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국무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발표하며 쓴 단어인 ‘사흘’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입니다. '사흘이면 4일 연휴라는 얘기 아니냐'라는 뚱딴지같은 소리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자 '사흘'이 정확히 며칠인지 알기 위해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포털 네이버에서 ‘사흘’이 급상승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장난으로 일부러 그러는가 싶었는데 '사흘'을 '4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았습니다. 아마 발음대로 '사흘'을 '4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잘 몰랐으면 입을 닫고 있으면 중간은 갈 텐데, 적반하장으로 '3일이면 삼흘이라고 해야지 왜 사람 헷갈리게 사흘이라고 하냐'면서 화를 내는 사람마저 등장했습니다. 황당한 일이죠.


출처 - 서울신문


해프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리말인 3일을 쓰면 되지 왜 난 척 하느라 사흘이라는 한자어를 쓰느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 겁니다. 이 정도면 이 사달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날짜에 대한 우리말 단어는 정규 교육과정 중 초등학교에서 배우게 되죠. 그런데 삼일(三日)이 한자어이고 사흘은 순우리말로 '셋+날'을 뜻한다는 걸 모른다면 좀 심각한 상황이 아닐까요? 


 

당황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고 곰곰이 생각하니 '사흘'의 뜻을 진짜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배운 걸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법이고, 사정상 날짜와 관련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관심 영역의 차이로 날짜를 세는 우리말 표현에 서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국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다른 과목에서 우수성을 드러내는 학생들도 있겠죠. 처음엔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가 이유를 찾자니 차츰 생각이 정리되더군요. 

 

하지만 '사흘'이 급상승 검색어가 되는 해프닝과 관련해서 염려스러운 부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온라인상에서 뭔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틀렸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 때문입니다. "3일 쉬는데 왜 사흘로 표현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낸 사람들처럼 말이죠.


출처 - MBC


기초적인 단어 사용과 관련한 해프닝은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한 줄 평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고 쓴 표현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명징(明澄)'과 '직조(織造)'라는 단어를 처음 본다면서 일부러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해서 잰 척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참 의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동진 씨는 많은 영화평론가 중에서 최대한 대중이 알기 쉽게 영화 관련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 속하니까요. 

 

출처 - MBC

 

한편 영화를 평하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생소한 단어를 썼다고 하더라도 그게 비난의 요소가 되는 상황은 좀 이상합니다. 대중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대중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려는 뜻으로 〈기생충〉의 한 줄 평을 쓴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옛날처럼 두꺼운 사전을 끼고 가나다순에 따라 단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한 시대가 아닙니다. 잘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다면 손쉽게 검색해서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죠. 그런데 잘난 척한다고 일단 비판부터 한다면 그런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고개를 드는 반지성주의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과거 생각비행의 포스팅 중 댓글이 100개 넘게 달리며 뜨거운 토론의 장이었던 '문해력 저하'가 실제 이런 현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실질문맹률 OECD 최하위권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 : https://ideas0419.com/457


 

그렇다고 '사흘'과 관련한 해프닝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 또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국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유튜브와 같은 영상에 익숙한 사람들이라거나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렇다는 주장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활자를 많이 읽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식으로 단순히 양적인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독서의 질과 교육의 질이라는 문제로 접근하는 편이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고 봅니다. 과거 '논술'을 배운다 하면 누구나 신문 읽기를 추천하고, 다양한 신문기사를 활용해 글쓰기를 가르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짜뉴스가 판치고 기레기가 쓴 기사가 난무하는 현실을 두고서 막연히 밀레니얼 세대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언론과 방송이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넷에서 단지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속어나 줄임 말 등을 아무렇게나 끌어다 쓰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출처 - 서울신문


MBN, MBC, 《중앙일보》 등등에서 수도 없이 '4흘'이란 표현을 머리기사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조악한 말과 글이 난무하는 언론과 방송의 현실 그 자체가 시대의 거울이 아닐까요? 한편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한국어를 우습게 여긴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면 '사흘', '나흘'과 같이 날짜를 세는 단어는 초등학교 때 배워야 할 부분이겠죠. 하지만 요즘 초등학교는 1학년생이 한글을 떼고 이미 상당한 한국어를 습득했다는 것을 전제로 교과를 진행하고 있죠. 사전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야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 수업을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심지어 국어보다 영어를 우위에 두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국적 불명의 영어식 한국어를 남발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제는 거의 일상적인 표현처럼 굳어진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이상한 높임법부터 "~로 보입니다.” 대신 "보여집니다.", "생각되어집니다." 같은 영어식 한국어 표현이 비일비재합니다. “끓고 있습니다.”라는 말 대신 "끓여지고 있습니다."처럼 지나친 수동형 표현이 우리말을 좀먹고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최근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교육 전문가들은 '학력 격차'를 우려하고 있죠. 학교 현장에서 벌써 중위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초기에 등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교육을 통해 학업을 뒷받침할 수 있고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쓸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학습능력과 성적을 유지한 반면 그렇지 못한 집안 아이들은 눈에 띌 정도로 학습능력과 성적이 곤두박질쳤다는 일선 교사들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중산층이 붕괴하듯 중위권 학생들이 사라지고 '부익부 빈익빈'에 따라 학습과 교육마저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는 꼴이 아닐까요? '사흘'과 '4흘'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철없고 무식한 애들로 치부하는 것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다각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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