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찰칵 하는 셔터음이 나 부담스러울 때 있으시죠? 조용한 레스토랑 안에서 음식 사진을 찍을 때나 사진 촬영이 가능한 미술관, 박물관에서 셔터음이 새삼 크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이 있으니까 셔터음이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층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옛날 기계 카메라 시절의 얘기죠. 스마트폰 카메라는 원래 그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녹음된 셔터음이 재생되는 것일 뿐입니다. 사실 전화기에서 셔터음이 나는 건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같은 삼성, LG 스마트폰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출시되는 폰은 셔터음이 나지 않죠.

 

우리나라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기능을 쓸 때 셔터음이 나는 것은 법으로 이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몰카 방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일상 필수품인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몰카에 사용될까 법으로 셔터음을 강제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몰카 방지에 민감하다면, 왜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없어 보이는 진짜 몰카는 아무런 제재 없이 아무에게나 팔리고 있는 걸까요?


출처 - 허핑턴포스트


지난달 31일 걸그룹 여자친구의 팬사인회에서 소란이 있었습니다. 팬사인회에 이른바 몰카 안경을 쓰고 참석한 남성이 걸그룹 멤버에게 걸린 거죠. 연예인으로서 수많은 카메라 샤워를 받는 입장이겠지만 최소한 그건 자신이 찍힌다는 걸 자각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아무리 연예인이더라도 자신이 카메라에 노출되어 있다는 감각도 없이 몰래 찍히는 건 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근거가 희박한 꼬투리를 잡아 많은 음식점을 망하게 한 〈먹거리 X파일〉도 이런 몰카 안경을 쓰고 무리한 취재를 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기술이 발달해 몰카용 장비를 육안으로는 식별해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이미 논란이 된 안경 모양은 물론 자동차 키홀더, USB, 만년필, 라이터, 넥타이 단추 같은 형태의 초소형 위장 카메라를 10만 원대부터 비싸야 4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몰카에 대한 관리나 제재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운상가 등 몰카 장비 관련 전문가들도 소리나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는 송수신기가 달려 있다면 모를까, 초소형 몰카로 상대방이 지금 나를 찍고 있는지는 그 자리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더구나 몰카를 파는 사람들은 이용 목적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암묵적인 금기사항이랍니다. 괜히 손님 비위 상하게 해서 물건을 못 팔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요즘 같은 인터넷 환경에서는 몰카를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껏 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스토킹'에 이어 성행위 촬영물을 복수할 목적으로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마저 횡행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몰카를 일상적으로 팔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구매자의 양심에만 기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총을 무제한으로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입니다. 몰카와 리벤지포르노의 메카로 십수 년을 끌어온 소라넷이 지난해에야 겨우 사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양심에만 기대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요?


출처 - 한국일보


몰카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자 국회는 디지털 성폭력 고발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이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 제안한 몰카판매금지법을 정식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입법화를 검토 중입니다. 이 법은 몰카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 마련,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가 외 몰카 소지 불법화,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 의무교육 등을 제안해 일주일 만에 1만 5000여 명의 시민이 지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강남역 살인 사건 같은 여성 혐오 범죄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하는 분석입니다. 

 

현 20대 국회 출범 1호 발의 법안도 스토킹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었습니다. 벌금 10만 원에 불과한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개정하려는 겁니다. 또한 현재 명예훼손죄로만 다뤄지는 리벤지 포르노도 성폭력으로 처벌토록 하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몰카 야동이 피해자에 대한 인격 살인이라는 걸 비춰보면 당연한 개정입니다.


출처 - 채널A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런 법안들이 무사히 통과되어 공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리 각자의 인식 개선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돼지 발정제를 이용한 강간 모의를 젊은 시절의 치기와 추억으로 치부할 정도로 성범죄에 대한 개념과 젠더감수성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지난 2017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7년 대학 졸업시즌에 우리나라 실업자가 135만 명으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실업자가 양산된 것은 근 20년 만이라고 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 세계 도시 중 서울의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생활비지수(WCOL index)가 44계단이나 뛰어올라 조사 대상 133개 도시 중 6위에 올랐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는 파리, 뉴욕보다도 높고 도쿄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규직 취업 경험이 있는 20대 청년은 고작 5.5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난 2월 15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청년활동지원사업 운영모델 구축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8~29세 청년 중 취업 경험이 있는 이들은 78.5퍼센트였는데 이 중 정규직은 7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청년 비율로 따지자면 잠깐이라도 정규직으로 취업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5.5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나머지 절대다수인 95퍼센트에 달하는 청년들은 아예 취업 자체를 해본 적이 없거나 비정규직 경험밖에 없다는 충격적인 결과인 셈입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청년은 21.6퍼센트였습니다. 높은 수익이나 인생을 걸 만한 비전 같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취업이 안 돼서 였습니다. 뉴스에서 떠드는 평균연봉은 대체 어느 환상 속의 나라 얘기인지 모르겠고 청년들은 월 200도 바라지 않고 그저 180만 원만 벌면 소원이 없겠다고 고백하는 현실입니다. 이 수준으로는 결혼이나 자녀는 언감생심, 독립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청년 근로빈곤 사례 연구에 의하면 근로빈곤 위기계층 비율은 전체 청년의 47.4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청년들이 질 낮은 일자리 덫에 갇혀 비정규직만 전전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 워킹푸어로 전락했다는 얘깁니다. '노오오력'으로는 도무지 극복이 안 되는, 이 시대 청년들이 처한 헬조선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자료들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렇다면 취직한 이들은 행복할까요? 이들이라고 마냥 행복한 건 아닙니다. 직장인 고용 불안감 현황이 지난 2007년 51.3퍼센트에서 2016년 80.2퍼센트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무려 약 30퍼센트나 폭증했습니다. 이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따로 한다는 직장인이 20퍼센트 수준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의 부업률은 정규직의 2배 이상이어서 비정규직은 '멀티잡'을 갖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곤란하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2위일 정도로 폭력적인 상황입니다. 일상생활을 포기하다시피하며 죽도록 일하는데 왜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이리 힘들까요? 아무리 이명박근혜 정권을 두둔하던 이들이라도 이런 현실 앞에선 취업을 준비하는 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박근혜 정권은 지난 4년간 무려 52조 원의 예산을 일자리 정책에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년실업률 12.3퍼센트, 실업자 150만을 헤아리는 역대 정권 최악의 실패를 기록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철저히 무능했거나 도둑놈들만 모였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아니, 둘 다일 가능성이 더 크겠군요. 이런 상황에서 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뼈와 살을 깎아 혁신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노동시간 단축이나 기타 선진적인 노동환경 조성을 요구하며 볼멘소리뿐입니다. 그러면서 정권에 뇌물 갖다 바치는 편이 기업 성장에 더 효과적이라는 안이함에 빠져 있었죠.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잃어버린 10년을 20년으로 만들 겁니까? 도덕성에 흠결이 있어도 좋으니 잘살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던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였는지는 이명박근혜 정권 10년을 보면 깨닫고도 남음이 있을 겁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어떤 일을 겪었습니까? 4대강 파괴, 정경유착, 언론 및 방송 장악,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 국정원 정치 개입, 남북관계 경색, 개성공단 폐쇄, 노동법 개악, 양극화 심화, 진보정당 해체, 전교조 법외노조화, 역사국정교과서 추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비밀협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사드배치, 등으로 우리의 일상이 파괴되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심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가 우선인 정책과 공정한 근로환경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런 정책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투표입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장미 대선에서 미래를 위한 투표를 꼭 하시길 바랍니다.

 

"해양국가에서 해양전력의 영향력, (나라를) 구원한 능력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더 두드러진 역사적 사례는 없다."


1911년 영국 정부 관리였던 제이 에이치 롱퍼드가 자신의 책 〈더 스토리 오브 코리아〉에서 이순신 장군을 평가한 내용입니다. 조선을 뒤이은 대한제국의 국권이 1910년 8월 상실되어 일제 식민통치가 시작된 시기였음을 생각하면 롱퍼드의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대단한 상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더 지난 2017년 4월 18일, 구국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인 4월 28일을 앞두고 서울시청에서 국제 학술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계 속의 이순신'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언 바우어스 노르웨이 국방연구소 교수 또한 〈더 스토리 오브 코리아〉를 인용하며 이순신을 상찬했습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은 호레이쇼 넬슨 제독과 비교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영국의 해군 제독이자 군사학자인 지 에이 발라드는 이순신이 전술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뛰어나, 과거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롭고 강력한 함정인 거북선을 건조했다고 극찬했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시대 신형 호위함을 개발한 영국의 코크레인 제독을 평가하면서 이순신 제독처럼 공학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평했을 정도니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전 세계적인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아시다시피 임진왜란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전쟁입니다. 무적함대를 이끌고 바다를 누비며 일본 해군을 격파한 불세출의 명장 이순신을 비롯해 내륙에서 무기를 들고 일어나 일본군에 맞서 싸운 의병들의 활약상 등은 한국인에게 우리의 힘으로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며 TV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의 단골 소재로 쓰입니다.

 

특히 거북선을 건조해 일본 해군을 물리친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에게 연전연패한 일본에서조차 군신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 방위대 이노우에 야스시 교수는 17세기 일본은 이순신을 통해 충신의 이미지를 알게 되었고, 19세기 이후 해군 전략가로서 이순신을 받아들여 해양 강국 일본의 기틀을 다졌다고 평가합니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일본이 세계 열강의 반열에 오르는 데 기여한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 또한 자신이 "넬슨한테는 비교될 수 있어도 이순신한테는 비교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순신의 위상은 일본 내에서 확고합니다.

 

 

이순신에게 배우는 자주정신

 

그런데 임진왜란을 직접 겪은 당사자이자 조선의 최고 국가 원수였던 선조 임금은 오늘날 우리가 임진왜란을 바라보는 인식과 정반대의 시각을 보였습니다. 오늘은 생각비행이 출간한 《자주파 vs 사대파》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순신의 자주정신과 현재 사드 논란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까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선조는 임진왜란 극복의 공을 명나라에게만 돌린 채, 이순신 같은 장군은 물론 조선 관군과 의병들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해버렸습니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3년 후인 1601년, 선조는 공신 책봉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남겼습니다.

 

이번 왜란에 적을 평정한 것은 오직 명나라 군대의 힘이었다. 우리나라 장수들은 중국 군대의 뒤를 따르거나 혹은 어쩌다 운이 좋아 패잔병의 머리를 얻었을 뿐, 일찍이 제힘으로는 한 명의 적병을 베거나 하나의 적진도 함락하지 못했다. 그중 이순신과 원균 두 장수는 바다에서 적군을 섬멸했고, 권율權栗은 행주幸州에서 승첩을 거두어 약간 나은 편이다.

 

그리고 중국 군대가 나오게 된 연유를 말하자면 모두가 호종한 여러 신하가 어려운 길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위해 의주에 가서 중국에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왜적을 토벌하게 되었고, 강토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 1601년 3월 14일 《선조실록》, 비변사에서 호종 신하와 역전 장사의 녹훈에 대해 아뢰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난 조선 백성의 공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명나라 군대를 더 믿은 선조는 사대주의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목숨을 걸고 일본군에 맞선 수많은 의병보다 선조를 따라 도망친 사람들이 명군을 불러왔기에 공이 더 크다고 하니, 이런 망언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그에 대한 정보는 임금에게 보고되니, 선조는 자연스레 모든 일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조가 의병들의 공훈을 몰라서 저렇게 말했을 리는 없습니다. 알고서도 일부러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죠. 왜 그랬을까요?

 

사실 임진왜란 내내 선조가 경계한 것은 일본군보다 자국 내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반란이었습니다. 수도를 버리고 도망가기에 바빴던 임금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를 선조는 두려워했습니다. 신하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고, 전란의 와중에 곡식을 풀어 굶주린 백성을 구휼한다거나 하는 일도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실제로 선조가 피난간 곳을 벽에다 낙서로 적어 일본군에게 알려주는 사건까지 있었을 만큼 백성은 선조를 미워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전쟁 영웅들이 등장해 백성의 신망을 받는 것에 대해 선조가 정치적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은 무척 큽니다. 특히 자발적으로 무기를 들고 일어나 일본군과 싸운 의병들을 경계했겠죠. 의병들이 세력을 계속 키워나갈 경우 군벌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조정에 반기를 들 위험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때문에 선조는 의병들을 모두 관군에 배속해 관부가 그들을 통제하여 결코 반란을 일으킬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아울러 선조는 조선군의 명장인 이순신마저 경계하여 출정하라는 명령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붙잡아다 고문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는 이순신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어 자신에게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정신적 조치였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를 보면 명나라 군대에 대해 선조와 다른 평가를 한 이순신의 시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순신은 명나라 군사의 파병 자체는 일단 환영했습니다. 명나라가 조선을 돕는다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순신은 명군이 일본군과 교전을 회피하자 강한 불신감을 표출합니다. 더구나 명나라와 일본 간의 휴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명군은 조선군이 일본군을 공격하거나 추격하는 일을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이순신은 이런 명군의 조치를 듣고 몹시 분개했습니다.

 

- 1594년 3월 6일명나라 군사 두 명과 왜놈 여덟 명이 패문을 가지고 왔기에 그 패문과 명나라 군사 두 명을 보낸다"고 했다. 그 패문을 가져다 보니, 명나라 도사부 담종인이 "적을 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몸이 몹시 괴로워서 앉고 눕기조차 불편하다.

 

- 1594년 3월 6일

 

이순신은 명군의 지원을 어디까지나 부수적 요소로 파악했습니다. 결코 선조처럼 "우리나라 군사들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고, 오직 명군의 힘만으로 나라를 되찾았다"라는 식의 극단적 사대주의는 보이지 않았죠. 일본군과 싸우는 일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조선군이고 명나라는 그저 도우러 온 조역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순신의 지론이었습니다. 선조를 극단적 사대파라고 본다면, 이순신은 자주파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한 선조의 사대적 발언은 이후 조선인 사이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심각한 자기 비하와 모멸감과 함께 외부 강대국의 힘을 빌려야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극심한 외세 의존과 사대주의라는 역효과를 불러왔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1910년 일본에 주권을 넘긴 일제강점기였고, 해방 이후에도 새로운 종주국인 미국에 대한 극심한 사대로 나타난 것이죠. 

 

 

기습적인 사드 배치, 무엇을 의미하나?

 


출처 - YTN


세계 속에 빛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새벽, 그 누구보다도 이순신 장군의 덕목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 대한민국 군과 경찰이 성주 주민의 결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기습 배치를 강행했습니다. 경찰 병력 80개 중대를 투입해 자기 국민의 차 유리창을 모조리 깨고 견인하고 주민들이 다쳐 병원에 실려가든 말든 모조리 끌어냈습니다. 이를 틈타 군은 새벽 4시 반쯤 엑스밴드 레이더와 사드 발사대 일부를 골프장으로 진입시켰습니다.


출처 – 뉴스1


2016년, 한국 사회를 달군 최대의 화젯거리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었습니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일이고 사드가 있어야 북한이나 중국의 핵미사일에 맞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과 맺은 동맹이 어떤 외교 관계, 심지어 한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 관계가 파탄 나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에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사드를 배치해봤자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도 막을 수 없는 무용지물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만약 사드가 정말로 배치된다면,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피해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2014년까지만 해도 사드 배치 문제는 지금처럼 뜨거운 화젯거리는 아니었습니다. 국방부나 청와대를 비롯한 한국 정부 기관들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것도 없고 논의된 바도 없다"라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보수 언론들조차 "사드 배치는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 사이에서 먼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국제적인 문제"라며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갑자기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합니다. 이전까지의 자세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나라 안팎에서 그 이유를 두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사대 배치 강행의 진짜 목적은 한국의 보수 기득권에게 닥친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덮으려는 것이었죠.

 

2015년 4월에 터진 성완종 스캔들로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완구 총리를 물러나게 하는 등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여로 미국의 큰 반발이 있었고, 심상치 않은 국제 정세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당사자들과 협의도 없이 일본 정부와 졸속으로 처리해버렸습니다. 이는 한-미-일의 관계를 굳건히 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었죠. 미국과 일본에게는 점수를 얻었을지 몰라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내의 비난 여론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이를 감지했기 때문인지 해가 바뀐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오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돌연 태도를 바꿔 "북한의 핵무기를 막기 위해 사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발표합니다. 사드의 실효성조차 입증되지 않았는데, 비판 여론을 무시하며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공안정국을 형성하려는 속셈이었죠. 박근혜 정부는 이런 식으로 정치적 위기 때마다 국민이 예기치 못한 돌파구로 위기를 모면하는 방식을 주특기로 써먹었습니다.  

출처 - 인스티즈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정권이 안정적일 리 없습니다.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에서 국민은 집권 여당을 심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 갈수록 악화되는 경기 침체 등으로 서민의 마음이 여당이 아닌 정권 심판과 변화를 부르짖는 야당에 쏠렸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죠. 2016년 10월 들어 박근혜 정부는 물론 한국 현대사에서 최대의 정권 비리인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대통령인 박근혜 주위에 있던 이재용, 김기춘, 조윤선 같은 인물이 구속되면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최악의 정치적 참사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더욱 밀어붙였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사드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묵살하고, 사드 배치의 목표가 되는 중국과 러시아가 보이는 거센 반발도 무시해버린 채로 말입니다.

 

AN/TPY-2 사드 레이더 / 출처 - 위키피디아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최순실이 구속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쫓겨나 구속된 상태인 지금, 여전히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방부나 대통령 권한대행 등은 "북한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작 그 말을 신뢰하는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사드 배치의 진짜 목표가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라는 사실 정도는 알기 때문입니다.

 

기습적인 사드 배치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요인 대부분이 친미 반공 성향을 가진 보수 우익 인사라는 사실과의 관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파탄 나고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해도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미국이 지고 있는 부채는 무려 20조 달러입니다. 이 엄청난 빚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미국 경제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겁니다. 자연히 미국의 패권 또한 쇠퇴 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요.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은 고작 1조 3000억 달러로 미국이 진 빚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한국의 경제력을 송두리째 희생해도 미국의 부채를 갚을 수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내 인프라 개선 문제에 무려 8조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니, 혹여 한국의 친미 기득권 세력이 사드를 1만 개쯤 들인다고 해도 미국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일제강점기 무렵 친일파들이 조선 땅 전체에서 쌀과 개가죽, 놋쇠, 요강까지 죄다 긁어서 일제에 헌납했어도 끝내 일제의 패망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친미파 기득권 세력이 아무리 한국 국민의 혈세를 미국에 헌납한다고 한들 그들이 섬기는 미국의 쇠퇴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출처 - 산업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 간 무역마찰 시 한국이 멕시코 다음으로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연구원KIET이 30일 발표한 〈세계무역 웹을 이용한 무역마찰의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른 분석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를 추진한 것만으로도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도 여전히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현재 한국이 처한 딜레마 때문입니다. 미국의 손에 든 총은 겁나는데, 중국이 손에 든 돈은 탐나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이 시키는 대로 사드를 배치하면서도 중국이 쥔 돈을 어떻게든 계속 빼먹고 싶어서 중국을 상대로 "사드는 결코 너희를 겨누는 게 아니야! 그냥 북한 핵 대비용이야!" 하고 거짓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또한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사드 배치 반대론자들을 "중국에 아부하려는 속셈에서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비굴한 사대주의자"라며 비난합니다. 사드 배치 반대론자들이 "미국의 압력에 맞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익 같은 자주성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할 것을 대비하여, 그들이 내세우는 '자주'라는 명분을 거꾸로 빼앗아 무기로 내세워 먼저 공격하는 것이죠. 

 

이 시점에,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혹시 한국이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해 경제가 파탄나면, 미국이 그 보상으로 한국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이라도 해주리라고 믿는 것일까요? 지금까지의 미국 사정을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덤핑 관세를 60퍼센트나 올리지 않았던가요?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 삼성과 현대가 "수천 명의 미국인을 실업자로 만든다. 이들 기업들이 미국에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도록 결코 놔두지 않겠다"라는 강경한 발언으로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지 않았습니까? 최근 트럼프는 사드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에 내게 할 것이라며 FTA 재협상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늘(30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배치 비용청구' 발언과 관련해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민들의 여망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일반적인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의 이런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드비용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직접적인 비용이 아니더라도 내년 예정된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드 운용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판국에 미국이 한국에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대형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을 향해 "박근혜 탄핵 취소시켜주십시오!" 하고 외치면서 트럼프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깃발을 들고 다니던 사람들은 비웃음을 샀습니다. 아무리 트럼프 사진과 성조기를 들고 미국에 충성한다고 외쳐도, 트럼프나 미국 정부는 신경 쓰거나 보상을 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위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외치는 애국심은 공허한 명분일 뿐입니다. 그들은 단지 좌파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심과 미국에 대한 광신적인 숭배를 애국심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죠.

 

 

한국사,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자주파 vs 사대파》의 저자는 돌이켜보면 조선 중기 이후로 우리 역사에서는 3가지 큰 실패가 있었다고 봅니다. 첫째는 병자호란, 둘째는 경술국치, 셋째는 남북 분단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역사의 격변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 침략군에게 국토가 짓밟히고 외세에 주권을 빼앗기고 강대국들의 마음대로 국토가 분열되어 70년 넘은 지금까지도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고 싸우며 국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우리는 역사의 4번째 실패를 맛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미국과 일본의 의도대로 벌어질 제2차 한국전쟁입니다. 미국의 잠재 적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쟁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중국의 보복을 받아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백만, 어쩌면 수천만의 인명 피해가 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왜 우리가 제2차 한국전쟁을 겪어야 합니까? 강대국의 하수인 신세가 되어서, 또 다른 강대국의 보복을 받고 흠씬 두들겨 맞는 일은 국민들의 생명을 갖다 바칠 만큼 가치 있고 숭고한 일이 아닙니다. 가게에서 단돈 100원이라도 손해를 보면 펄펄 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명이 송두리째 날아갈지도 모르는 전쟁에 열렬히 찬성하는 것은 참으로 불가해한 일입니다.

 

출처 - JTBC

사드 배치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갈 만한 하찮은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는 유명무실해졌지만 한국의 보수 기득권층은 광신적인 친미 사대주의에 빠져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현명할까요? 20조 달러라는 막대한 부채에 짓눌려 망해가는 미국의 패권을 연장해주기 위해서 사드를 배치하고 그 대가로 경제 파탄이라는 환란과 제2차 한국전쟁이라는 재앙을 감수해야 할까요? 아니면 송나라와 요나라, 금나라 사이에서 현명한 등거리 외교를 펼쳐 강대국들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무사히 보존해야 했던 고려 시대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까요?

 

출처 - 경향신문


자주와 사대라는 두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국민의 선택이 중요한 이때, 대한민국 군의 기습적인 사드 배치는 불법입니다. 미군과 한국군 모두 차기 대통령이 배치를 결정할 일이라는 공식 발표를 했거니와 환경영향평가조차 끝나지도 않았고 시설공사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 반입을 강행한 것은 그 자체로 불법입니다. 더구나 사드 기습 배치를 위해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종교인과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 역시 불법적인 행위입니다. 부동산 알박기도 아니고 국방부는 대체 뭐가 급해서 군도 모자라 경찰까지 동원해서 사드 긴급 배치를 강행한 것일까요?

 

국방부장관, 나아가 황교안 권한대행이 이를 몰랐다면 무능력을 규탄하고 군의 항명으로 다스려야 할 것이고, 알았다면 불법적인 월권 행위로 이 또한 처벌해야 마땅합니다. 군에 계신 모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 보기가 부끄럽지 않습니까? 무엇이 애국이고 충정인지 대한민국 군이 깊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지난 9일 충격적인 영상이 전 세계로 전파되었습니다. 항공기에서 한 남자가 거칠게 끌어내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을 이륙해 테네시 루이빌로 가려던 유나이티드 항공 기내에서 4개 좌석이 초과 예약되어 내릴 자원자를 받았으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승무원이 무작위로 4명을 뽑아 내리도록 명령했습니다. 그중 1명인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다오 씨는 다음 날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 때문에 내릴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유나이티드 항공은 공항 경찰 3명을 동원해 다오 씨를 강제로 끌어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오 씨는 앞니 2개를 잃었고 코뼈가 부러져 피를 흘렸으며 뇌진탕 증세까지 보였다고 하죠.


출처 - 한겨레


일명 유나이티드 오버부킹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태는 인종차별이라며 전 세계의 비난을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승객을 내리게 해야 했던 원인은 초과 예약이 아니라 자기네 승무원을 그 공항으로 보내려고 뒤늦게 비행기에 탑승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4명을 무작위로 뽑았다고 하는데 어째서 동양인만 내리게 된 걸까요? 오바마 대통령에게까지 검둥이라는 욕을 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카고 경찰이 내릴 승객이 백인 남성 의사였더라도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며 강제로 끌어냈을까요? 초반에 다오 씨가 반항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던 유나이티드 항공은,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쳐 주식 폭락으로 수천억이 증발하고 미국 셀럽들과 중국의 보이콧 등 전 세계적인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자 다급히 사과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출처 - 인터풋볼


이것이 21세기 미국의 현실입니다. 동양인으로서 한국인이 당하는 차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월 한국계 미국인인 서다인 씨는 친구들과 빅베어 마운틴으로 여행을 갔다가 인종차별을 당했습니다. 공유 숙박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았는데 여행 당일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숙박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강한 눈보라와 번개 경보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다급했는데 호스트는 서다인 씨를 동양인이라는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이유로 숙박을 거부했습니다. 호스트는 당신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방을 내주지 않겠다면서 그건 당신이 동양인이기 때문이라고 조롱까지 했다고 하죠. 이에 대해 서다인 씨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호스트는 "신고해라. 이게 우리에게 트럼프가 있는 이유다"라며 재차 조롱했다고 하죠.


유타이티드 항공 사건과 에어비앤비 사건은 미국 시민권자라도 동양인처럼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하게 된 배후에 이처럼 만연한 미국 내 인종차별이 있음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인종차별이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겪게 되는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라 불릴 정도로 다인종 사회라 갈등이 심하다고 한다면, 한국은 지나친 단일민족 신화의 영향 때문에 다른 인종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콜롬비아 남편-한국인 아내로 살아가기의 힘겨움(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1473533



얼마 전 부산에서 멘도사 부부가 겪은 황당한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콜롬비아인 남편 멘도사(44) 씨와 한국인 부인 신진영(36) 씨 부부가 쇼핑몰 주차장에서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소리를 질러 구해줬는데 함께 있던 할아버지가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왜 남의 일에 참견하느냐며 윽박을 지르더니 급기야 멘도사 씨를 밀쳐 쓰러뜨렸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하던 부인 신씨의 슈대폰을 빼앗은 아이 엄마는 멘도사 부부에게 욕까지 했습니다. 경찰을 불러 일단 서에 갔으나 거기서도 할아버지의 인종차별적 욕설이 계속되었고 이를 제지해달라는 멘도사 씨의 요구가 있었으나 경찰관은 적극적으로 할아버지를 만류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멘도사 씨의 게시글이 SNS에서 한국 체류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은 덕분에 그나마 할아버지와 경찰서장이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정말 반성했기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다문화센터에 실제로 다문화는 없어 김치·한국어 전수 한국문화센터 불과"(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1454659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광주대 욤비 토나 교수도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하다고 꼬집습니다. 그는 콩고 2차 내전 중 정권 비리를 공개하려다 투옥되었다가 탈출한 후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가 거리를 지나면 "진짜 새까매" "흑형"이란 말을 듣는 건 예삿일이고, 공장에서 일할 땐 "흑인 힘 세고 일 많이 해" 같은 소릴 들었는데, 정작 자신은 힘도 별로 안 세서 피부색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한국 사회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의 다문화센터, 다문화학교가 실제로는 다문화가 아닌 한국문화센터라고 꼬집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말 배우고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려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 이게 무슨 다문화냐는 겁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피부색에 따른 편견이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할 정도로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출처 - 국민일보


이는 인종차별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오늘의 가해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사례만 봐도 한국인인 우리가 미국에선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에선 외국인을 차별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려면 미처 신경쓰지 못한 편견으로 평상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겠지만, 제도적인 장치인 차별금지법 같은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종차별금지법안 통과 시도가 3번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죠. 대한민국은 유엔 인종차별 조약에 서명했으나 국내 법이 없어 인종차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는 이상한 상태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한국 법무부는 2016년 6월 30일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 1828명을 기록해 전체 인구의 3.9퍼센트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외국인 수는 2007년 100만 명을 넘어선 이래 9년 만에 2배로 뛰었습니다. 2021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3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82퍼센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인 200만 시대, 차기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문화를 가지고 공존할 수 있도록 이 부분도 소흘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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