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 계속되나 봅니다.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게 됐죠. 서울시는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HDC현산이 요청한 대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MBC

 

지난 4월 22일 서울시는 HDC현산에 하급인 관리의무 불이행으로 내린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4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이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혐의는 처분 대상자가 요청할 경우 영업정지를 과징금 처분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마치 건설사의 황제 노역 같은 상황이죠.

 

출처 - blind hub

 

광주 건물 붕괴 사고, 총체적 난국의 인재를 보는 시각 : https://ideas0419.com/1189

 

생각비행에서 다룬 바 있는 광주 아파트 붕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죠. 철거 중이던 건물이 느닷없이 버스 정류장 쪽 도로로 붕괴하면서 버스 승객이 9명이나 숨지고 8명이 부상하는 등 무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큰 사고였습니다. 1인당 위로금이 4억이어도 모자랄 판국인데 벌금 4억으로 퉁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거듭되는 건설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넘어 건설안전특별법으로! : https://ideas0419.tistory.com/1252

 

버스 정류장 말고 신축 중이던 아파트가 붕괴한 사건도 HDC현산이었죠. 이 건 또한 서울시가 행정 처분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앞서 국토부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최고 수위 행정처분인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서울시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7명이나 사상자를 낸 사건을 과징금 4억으로 퉁쳐준 걸 보면 이 사건으로 등록말소는커녕 영업정지나 제대로 먹일지 걱정이 앞섭니다. 건설계 사고와 연관된 솜방망이 처분은 이뿐이 아닙니다. 청와대 청원까지 이뤄지며 국민의 공분을 샀던 김포 왕릉뷰 아파트 역시 사실상 철거가 불가능할 듯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것 역시 생각비행에서 다룬 바 있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가치 훼손하는 무허가 아파트 철거해야https://ideas0419.tistory.com/1223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김포 왕릉뷰 아파트는 소송 중이지만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문화재청이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소송에서 문화재청이 승소하더라도 입주가 이뤄졌다면 강제 퇴거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서 사실상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출처 - SBS

 

문화재청은 지난해 건설사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릉 근처에 허가 없이 왕릉 경관을 해치는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다며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해당명령 취소 소송에 나서면서 인천 서구청과 짬짜미 하여 공사를 서둘렀습니다.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려는 것도 이런 결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문화재청이 이 아파트 관할구청인 인천 서구청에 문화재보호법 위반 건축물에 대한 사용검사 보류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인천 서구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종합적인 검토를 한 후 사용검사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회신한 상황입니다. 해당 건축물에 대한 사용검사 및 승인은 인천 서구청의 권한이므로 소송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 한 입주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공사 중지 명령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해 1심, 2심 재판부는 건설사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아파트들을 짓고 있는 대광건영과 제이에스글로벌, 대방건설 등은 6월에서 9월까지를 입주 목표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법조계도 입주가 시작되면 아파트를 철거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송 진행 중 입주가 이뤄지면 입주민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피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건설사들의 승소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설사 문화재청이 승소해 강제로 퇴거 관련 집행을 하려 하더라도 이미 입주한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이죠. 원칙이 관철되는 사례가 있어야 건설사들도 주의를 기울일 텐데, 밀어붙이기만 하면 알아서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이건 뭐 법을 지키라는 얘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도 가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입주민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함과 동시에 잘못한 행위자도 명명백백하게 가려내 사태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만약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문화재청은 소송 결과와 별개로 유네스코에 상황을 잘 소명해 문화유산 취소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부터 수많은 건설 사고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났으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자는 것밖에 더 될까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왕릉이 한눈에 보이는 아파트라며 프리미엄을 엄청나게 붙여서 판매하고 빠질 텐데 과연 입주민들이 피해자이기만 한지도 의문입니다.

 

출처 - 쿠키뉴스

 

지난 기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건 단순히 타이틀 하나 지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태까지 쌓인 건설사의 악습에 철퇴를 내릴 명분이 있는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또 하나의 솜방망이 사례로 전락하고 말 것 같습니다. 층간소음이 나지 않는 아파트를 지을 기술은 충분한데도 무조건 싸게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파트를 부실하게 시공할 뿐 아니라 온갖 법을 어겨가며 사람이 죽고 다치는 대형 사고를 내는 건설사들을 정신 차리게 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 암담한 세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칼을 뽑았습니다. 지난 4월 15일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겁니다. '검수완박'은 윤석열이 꺼내고 언론에서 붙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준말입니다. 검찰개혁을 폄훼하기 위해 급조한 단어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은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입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필두로 17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공동 발의자로 서명한 법안이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채택과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영장 청구 및 공소제기 및 유지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YTN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여 사건을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자기네 입맛에 맞으면 기소 요건이 되지 않아도 기어이 기소해 사건으로 만들고, 나라를 휘청이게 하는 사건일지라도 자기네 이득을 위해 기소하지 않고 조용히 묻어두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검사의 비리를 기소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7년간 검사 범죄 사건에 대한 기소율은 0.1%, 불기소율은 97.2%에 달합니다. 검사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사실상 처벌하지 않거나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엄격한 기소율의 잣대를 과연 일반 사건에 공평하게 적용했을까요? 그럴 리 없죠. 검찰이 그렇게 공평했다면 '검찰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됐을 리 만무합니다. 전체 형사사건에서 같은 기간 검찰의 기소율은 32.90%입니다. 들어온 사건의 3분의 1은 일단 기소하고 본다는 겁니다. 32.9%와 0.1%의 간극, 이 하늘과 땅 차이는 범죄자가 검사냐 아니냐, 이것뿐입니다.

 

출처 - 임은정 SNS

 

임은정 검사는 검찰의 '내로남불'과 '직권남용'에 대해 자신의 SNS에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검사들이 단지 거슬린다는 이유로 기소하고 구속시킨 걸 무용담처럼 떠들고 다닌 추악한 실태를 말입니다. 자기가 보기에 건방지다거나 자기 앞에서 골프를 쳤다고 구속시키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러라고 준 기소권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극단적으로 비대한 검찰 권력의 결과가 이런 참담한 현실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법에서 이른바 6대 범죄인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삭제한 것입니다. 검사의 직무는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수사는 제외한다'고 규정됐습니다. 다만 경찰이나 공수처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달았습니다. 기소와 수사에 대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공수처라는 권력끼리 견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처 - 리얼미터

 

검찰의 주요 권력 중 하나인 영장 청구 역시 검찰의 직접 청구가 아니라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문을 수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긴급체포의 경우 검찰에는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할 권한만 주어집니다. 그간 검찰이 독점하고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던 권력을 경찰과 나누고 검찰의 직접 수사보다 경찰을 통해 보완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바꾼 겁니다. 그런데 밥그릇을 빼앗기게 된 대검찰청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이 법안이 헌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이송이 반복되고 부실한 기소로 법원에서 무죄가 속출할 것이라며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처벌을 면해 안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사건의 장기화와 피해회복을 제대로 받지 못해 국민이 더욱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난했죠.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검찰은 왜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는 걸까요? 기소권을 자기 입맛대로 휘두르며 정치질하던 검찰은 과연 헌법을 잘 지키고 있었던 걸까요?

 

출처 -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돼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경우 3개월 후인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이 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인수위는 검찰 개혁을 폄훼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처럼 검찰이 표적에게 권력을 휘두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이번이 검찰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MBC

출처 - 시사오늘

 

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속도전식 법 개정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민변 사법센터는 지난 4월 12일 논평에서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도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들께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여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4월 13일 언론과 통화에서 "이렇게 서둘러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을 하는 것은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죠.

 

출처 - 참여연대

 

지난 4월 20일 참여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수사권 조정 이후 꾸준히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를 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해왔습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검찰권에서 수사 권한만을 분리하는 기능 분리 관점에서, 사법경찰관을 수사의 주체로 하고, 검사는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상정하고" 있다며 "검찰로부터 수사권한을 제거하면서도 사법경찰관에 집중된 권한을 통제할 장치들을 마련하지 않고, 이미 있는 적법성/적정성 통제 장치마저 약화시켜 이대로 처리될 경우 비대해진 경찰권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예상"된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권한이 강화되는 경찰수사에 대해 비례적으로 강력한 견제수단을 도입하여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검사-사법경찰관-공수처 등 수사·기소 기관 사이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협력·공조 체제의 강화, △강제수사에서 영장청구권자인 검사의 심사를 통해서, 그리고 기소를 위한 독자적인 조사권능을 통해서 경찰수사의 적법성/적정성을 통제하는 검사의 역할 강화, △더욱 비대해지는 경찰에 대해 권한의 분리·분산을 통한 견제 등의 보완이 필요하고, △법 개정 이후 세부적 시행을 위한 입법 및 이행 로드맵과 조직법적 보완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입법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출처 - 민변

 

이는 지난 4월 12일 민변 사법센터가 낸 논평과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민변은 "검경수사권조정 및 공수처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찰의 수사능력과 통제장치는 충분한지, 사건관계인들의 불만과 불평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검찰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6대 범죄를 경찰이나 공수처가 수행할 경우 수사의 공백을 채울 대안은 무엇이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지, 나아가 공수처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또 다른 전문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치열하게 논쟁 중인 법의 세세한 부분을 다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뜻에 부합하면서도 진영 논리에 빠지 말고 정말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회가 제대로 일하길 기대합니다.

윤석열 인수위가 지난 4월 15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브리핑에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이사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선언에 가장 영향을 받을 학생들은 없었죠.

출처 - 스포츠조선

 

윤석열 인수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재검토하고 체육계 현실에 반하는 일방적이고 무리한 정책으로 체육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스포츠 현장 중심 제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습니다.

 

출처 - 스포츠조선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전문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에 대해 학습권 침해라고 규정했고, 2020년 교육부는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10일, 중학교 15일, 고등학교 30일로 정해진 주중대회, 훈련참가 허용일수를 2022년 초등학교 0일, 중학교 10일, 고등학교 20일, 2023년엔 초중고 모두 주중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전면 불허하기로 했습니다. 애초 이 권고안은 체육계의 폭력과 성추행 같은 폐악을 막고, 아이들의 청소년기를 박탈해버리는 식으로 진행되어온 엘리트 체육을 생활 체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정안이었습니다. 운동부 학생들이 청소년기를 송두리째 빼앗긴 채 운동에 매몰되지 않도록 배려한 조처를 윤석열은 깡그리 무시하고 쌍팔년도 엘리트 체육 시대로 되돌리려고 합니다.

 

 

생각비행은 어린이를 위한 스포츠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각하는 스포츠 인권 교과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스포츠와 인권 전문가들은 이 책에 한국 스포츠계에 인권 신장이 필요한 이유, 특히 학생 선수들에게 학습권이 중요한 이유, 학생 선수들에게 휴식권이 필요한 이유, 폭력을 겪는 선수의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나아가 장애인과 평등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등을 담아냈습니다. 폭력과 체벌에 노출된 선수는 애초 본인이 가진 잠재력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거친 말과 폭력보다는 적절하게 동기를 부여하고 선수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진솔한 대화가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 선수들을 폐쇄적인 운동계 안에 가둬둘 게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1등을 만드는 체육계로 되돌리겠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축소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권고 이전 수준인 연간 수업일수의 3분의 1 범위인 64일로 되돌리고 종목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권고안에는 학생 선수들의 주중대회 참가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자기네 밥그릇인 전국소년체육대회 및 전국체육대회 구조 개편,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 등의 내용아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윤석열에게 쌍수를 드는 것은 자기네 밥그릇을 지키고 엘리트 체육과 등수를 볼모로 다시금 학부모와 학생선수를 쥐고 흔들 기회가 생기기 때문일 겁니다. 과거 대한체육회는 혁신위 권고안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체육인들과 소통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했다며 비판해왔는데요, 아무래도 윤석열 같은 이와 함께 엘리트 체육을 부활시킬 꿈을 키우고 있었나 봅니다. 

 

출처 - CGV아트하우스

 

<해피엔드>, <은교> 등의 영화를 만든 정지우 감독 작품 중에 <4등>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1등 지상주의에 물들어 폭력과 잘못된 관행으로 점철된 한국 엘리트 체육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긴 영화입니다. 매번 수상권에 들지 못하고 4등만 하는 아들 준호가 코치에게 폭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준호 엄마의 대사는 참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난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더라도 1등만 하면 된다는 쌍팔년도로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조금만 고민한다면 학생선수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스포츠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무시한다면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승리주의로 흐르거나, 결과를 위해 폭력을 용인하거나, 학생들이 공부할 권리를 빼앗는 일이 '성과'와 '승리'를 볼모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아이들은 오르고, 달리고, 부딪히고, 밀치고, 잡는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맛봅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자기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친구들이 스포츠를 통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스포츠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윤석열에게 '스포츠인권'의 진정한 의미를 물을 때입니다.

'공정'을 내세우던 윤석열 당선인의 첫 내각 후보자들의 면면이 화려합니다. 윤석열이 강조한 공정이란 아무래도 특별한 대접을 받아 마땅한 특권층의 권리였나 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호영은 이른바 '아빠 찬스'로 여론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전 경북대 병원장이었던 정호영은 자녀 2명의 의대 편입학과 관련된 특혜 의혹, 그리고 아들의 병역 논란에 휘말려 여론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출처 - MBC

 

2010년 11월 신검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정호영의 아들은 2015년 11월 신검을 다시 받고 4급 사회복무요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는 2019년부터 대구지방법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여 병역을 마쳤죠. 이에 대해 정호영은 아들이 대학 재학 중 척추 질환이 생겨 적법한 절차에 따라 4급을 받았다고 변명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척추 질환을 앓아 신검 결과가 바뀔 정도로 병세가 심각했을 아들이 5년간 쓴 의료비가 15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허리 쪽 질환을 경험해본 분이라면 척추 질환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그리고 신검을 받아본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등급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실 겁니다. 재검을 받아 등급이 바뀔 정도면 정말 심각한 척추 질환일 텐데, 5년간 의료비를 15만 원밖에 안 썼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더군다나 그 진단서는 정호영이 병원장으로 있던 경북대병원에서 써준 것이었습니다. 정호영의 아들은 정말로 정당한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이 된 걸까요?

 

출처 - JTBC

 

정호영의 아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을 한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정호영의 아들은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 자기기술서 경력 사항으로 학생연구원 경력을 기재했습니다. 그는 2015년 경북대 전자공학부에서 19학점의 수업을 수강하며 주당 40시간의 학생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고 합니다. 이는 최소 19시간의 학교 수업을 들어야 가능한 일이고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강도의 근무 시간을 보내야 획득할 수 있는 수준의 경력입니다. 일반 대학생으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학점은 4.23일 정도로 우수했고 장학금까지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업무 보조에 불과한 경력을 학생연구원으로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출처 - MBC

 

게다가 정호영의 아들과 딸 모두 정호영이 경북대병원 원장일 때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해당 이력은 경북대 의대 편입 서류 과정 기준에 포함된 사항입니다. 이쯤 되니 기시감이 듭니다. 최근 입학 취소 결정이 내려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의 사례가 떠오르죠. 의대라는 점에 부모 찬스의 경력 위조라는 점까지 빼다 박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호영은 어째서 압수수색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는 걸까요? 이렇게 뻔뻔한 내로남불의 장본인이 '공정'이 국시인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랍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같은 사례에는 같은 조치를 하는 것이 공정의 기초 중의 기초 아닐까요? 윤석열의 40년 지기 친구에게는 다른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요? 

 

출처 - KBS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집니다. 한국외대 총장 출신인 김인철은 총장 시절 한국외대에서 고압적이고 불통 총장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그의 인성을 폭로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김인철이 한국외대 총장으로 총학생회와 면담할 때 학생회 구성원에게 "가만히 있어!", "내가 니 친구야!" 하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습니다. 20대 젊은이들을 챙기겠다고 남녀 갈라치기 신공까지 보이던 윤석열 이 젊은이를 깔보는 꼰대를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는데, 과연 젊은이들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게다가 김인철은 총장 재직 시절 회계부정 의혹, 프로 골퍼 선수에게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 그리고 권력과 재력이 있는 좋은 집안 출신인 이른바 '금수저' 학생 파악을 위해 학부모 전수조사를 실시한 사실 등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장애인 학생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를 자신에 대한 소송 취하 문제와 연결했다는 폭로까지 나왔으니까요. 이렇게 김인철은 교육자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한 사람인데, 그를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세운 윤석열은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출처 - SBS

 

다들 아시다시피 윤석열이 지목한 인사 중 가장 논란의 대상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한동훈입니다. 대선 전부터 윤석열의 오른팔로 알려진 심복이죠. 검언유착과 고발 사주의 장본인인 만큼 정치적, 법률적 문제는 차고 넘치고 도덕성 문제도 심각합니다. 법을 수호해야 하는 검사였고, 이제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그가 사익을 위해 법을 태연히 무시한 일들이 폭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한동훈은 강남 타워팰리스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부인과 공동 소유한 서초구 삼풍아파트 전셋값을 1년 만에 5억 3000만 원이나 올렸습니다. 1년 만에 전세금을 거의 50% 가까이 올린 셈이니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임대료 인상 폭 상한 규정을 위반한 것 아닐까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힐난하던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대놓고 전세금을 쥐어짠 건물주라는 사실, 용납할 수 있습니까? 전세 난민이라 불리며 몇백만 원만 올라도 벌벌 떠는 소시민에게는 한 방에 5억 넘게 전셋값을 올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출처 - SBS

 

한동훈이 살고 있는 강남 타워팰리스는 최초 소유자가 삼성전자와 삼성SDI입니다. 한동훈은 알려진 대로 2017년 삼성전자 이재용을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한 수사 당사자입니다. 그런데 그는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던 시절 자녀 명의로 삼성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살고 있는 집의 최초 소유자가 삼성 그룹 계열사였다는 사실,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윤석열이 대선 내내 강조하던 '공정'이 의미가 있으려면 이런 의심을 살 상황은 만들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게다가 그 타워팰리스의 현 소유주는 골드만삭스 사외이사인 김모 씨입니다. 그는 한동훈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서울대 선후배 관계입니다. 한동훈이 자기와 부인 소유의 삼풍아파트 전세금을 50%나 올릴 동안 자기 집 전셋값은 불과 5%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영끌'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동안, 받을 전셋값은 있는 대로 올리고 자기 전셋값은 물가상승률이 반영조차 안 될 정도로 뭉개고 있는 상황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한동훈의 부인이 김앤장 소속 미국 변호사여서 골드만삭스를 잘 봐달라는 뜻에서 이런 혜택을 누리는 걸까요?

 

출처 - 페이스북

 

이 모든 파열음에 대해 윤석열 인수위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방어하기 급급합니다만, 윤석열 본인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적용한 잣대를 장관 후보자들에게 똑같이 들이대지 않는다는 것부터 불공정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윤석열은 대선 당시 조국 사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현 집권세력 모두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죠. 그런 그가 당선되자마자 내로남불로 일관하고 있으니 그 저열함에 혀를 내두를 뿐입니다. 이제는 윤석열이 '공정'에 관해 대답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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