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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거듭되는 건설 사고 솜방망이 처분, 어떻게 봐야 할까?

by 생각비행 2022. 4. 30.

건설 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 계속되나 봅니다.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게 됐죠. 서울시는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HDC현산이 요청한 대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MBC

 

지난 4월 22일 서울시는 HDC현산에 하급인 관리의무 불이행으로 내린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4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이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혐의는 처분 대상자가 요청할 경우 영업정지를 과징금 처분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마치 건설사의 황제 노역 같은 상황이죠.

 

출처 - blind hub

 

광주 건물 붕괴 사고, 총체적 난국의 인재를 보는 시각 : https://ideas0419.com/1189

 

생각비행에서 다룬 바 있는 광주 아파트 붕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죠. 철거 중이던 건물이 느닷없이 버스 정류장 쪽 도로로 붕괴하면서 버스 승객이 9명이나 숨지고 8명이 부상하는 등 무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큰 사고였습니다. 1인당 위로금이 4억이어도 모자랄 판국인데 벌금 4억으로 퉁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거듭되는 건설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넘어 건설안전특별법으로! : https://ideas0419.tistory.com/1252

 

버스 정류장 말고 신축 중이던 아파트가 붕괴한 사건도 HDC현산이었죠. 이 건 또한 서울시가 행정 처분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앞서 국토부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최고 수위 행정처분인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서울시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7명이나 사상자를 낸 사건을 과징금 4억으로 퉁쳐준 걸 보면 이 사건으로 등록말소는커녕 영업정지나 제대로 먹일지 걱정이 앞섭니다. 건설계 사고와 연관된 솜방망이 처분은 이뿐이 아닙니다. 청와대 청원까지 이뤄지며 국민의 공분을 샀던 김포 왕릉뷰 아파트 역시 사실상 철거가 불가능할 듯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것 역시 생각비행에서 다룬 바 있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가치 훼손하는 무허가 아파트 철거해야https://ideas0419.tistory.com/1223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김포 왕릉뷰 아파트는 소송 중이지만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문화재청이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소송에서 문화재청이 승소하더라도 입주가 이뤄졌다면 강제 퇴거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서 사실상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출처 - SBS

 

문화재청은 지난해 건설사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릉 근처에 허가 없이 왕릉 경관을 해치는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다며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해당명령 취소 소송에 나서면서 인천 서구청과 짬짜미 하여 공사를 서둘렀습니다.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려는 것도 이런 결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문화재청이 이 아파트 관할구청인 인천 서구청에 문화재보호법 위반 건축물에 대한 사용검사 보류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인천 서구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종합적인 검토를 한 후 사용검사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회신한 상황입니다. 해당 건축물에 대한 사용검사 및 승인은 인천 서구청의 권한이므로 소송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 한 입주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공사 중지 명령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해 1심, 2심 재판부는 건설사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아파트들을 짓고 있는 대광건영과 제이에스글로벌, 대방건설 등은 6월에서 9월까지를 입주 목표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법조계도 입주가 시작되면 아파트를 철거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송 진행 중 입주가 이뤄지면 입주민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피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건설사들의 승소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설사 문화재청이 승소해 강제로 퇴거 관련 집행을 하려 하더라도 이미 입주한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이죠. 원칙이 관철되는 사례가 있어야 건설사들도 주의를 기울일 텐데, 밀어붙이기만 하면 알아서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이건 뭐 법을 지키라는 얘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도 가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입주민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함과 동시에 잘못한 행위자도 명명백백하게 가려내 사태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만약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문화재청은 소송 결과와 별개로 유네스코에 상황을 잘 소명해 문화유산 취소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부터 수많은 건설 사고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났으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자는 것밖에 더 될까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왕릉이 한눈에 보이는 아파트라며 프리미엄을 엄청나게 붙여서 판매하고 빠질 텐데 과연 입주민들이 피해자이기만 한지도 의문입니다.

 

출처 - 쿠키뉴스

 

지난 기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건 단순히 타이틀 하나 지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태까지 쌓인 건설사의 악습에 철퇴를 내릴 명분이 있는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또 하나의 솜방망이 사례로 전락하고 말 것 같습니다. 층간소음이 나지 않는 아파트를 지을 기술은 충분한데도 무조건 싸게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파트를 부실하게 시공할 뿐 아니라 온갖 법을 어겨가며 사람이 죽고 다치는 대형 사고를 내는 건설사들을 정신 차리게 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 암담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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