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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 전면 재검토, 윤석열에게 '스포츠인권'을 묻다

by 생각비행 2022. 4. 21.

윤석열 인수위가 지난 4월 15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브리핑에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이사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선언에 가장 영향을 받을 학생들은 없었죠.

출처 - 스포츠조선

 

윤석열 인수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재검토하고 체육계 현실에 반하는 일방적이고 무리한 정책으로 체육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스포츠 현장 중심 제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습니다.

 

출처 - 스포츠조선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전문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에 대해 학습권 침해라고 규정했고, 2020년 교육부는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10일, 중학교 15일, 고등학교 30일로 정해진 주중대회, 훈련참가 허용일수를 2022년 초등학교 0일, 중학교 10일, 고등학교 20일, 2023년엔 초중고 모두 주중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전면 불허하기로 했습니다. 애초 이 권고안은 체육계의 폭력과 성추행 같은 폐악을 막고, 아이들의 청소년기를 박탈해버리는 식으로 진행되어온 엘리트 체육을 생활 체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정안이었습니다. 운동부 학생들이 청소년기를 송두리째 빼앗긴 채 운동에 매몰되지 않도록 배려한 조처를 윤석열은 깡그리 무시하고 쌍팔년도 엘리트 체육 시대로 되돌리려고 합니다.

 

 

생각비행은 어린이를 위한 스포츠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각하는 스포츠 인권 교과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스포츠와 인권 전문가들은 이 책에 한국 스포츠계에 인권 신장이 필요한 이유, 특히 학생 선수들에게 학습권이 중요한 이유, 학생 선수들에게 휴식권이 필요한 이유, 폭력을 겪는 선수의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나아가 장애인과 평등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등을 담아냈습니다. 폭력과 체벌에 노출된 선수는 애초 본인이 가진 잠재력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거친 말과 폭력보다는 적절하게 동기를 부여하고 선수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진솔한 대화가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 선수들을 폐쇄적인 운동계 안에 가둬둘 게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1등을 만드는 체육계로 되돌리겠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축소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권고 이전 수준인 연간 수업일수의 3분의 1 범위인 64일로 되돌리고 종목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권고안에는 학생 선수들의 주중대회 참가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자기네 밥그릇인 전국소년체육대회 및 전국체육대회 구조 개편,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 등의 내용아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윤석열에게 쌍수를 드는 것은 자기네 밥그릇을 지키고 엘리트 체육과 등수를 볼모로 다시금 학부모와 학생선수를 쥐고 흔들 기회가 생기기 때문일 겁니다. 과거 대한체육회는 혁신위 권고안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체육인들과 소통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했다며 비판해왔는데요, 아무래도 윤석열 같은 이와 함께 엘리트 체육을 부활시킬 꿈을 키우고 있었나 봅니다. 

 

출처 - CGV아트하우스

 

<해피엔드>, <은교> 등의 영화를 만든 정지우 감독 작품 중에 <4등>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1등 지상주의에 물들어 폭력과 잘못된 관행으로 점철된 한국 엘리트 체육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긴 영화입니다. 매번 수상권에 들지 못하고 4등만 하는 아들 준호가 코치에게 폭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준호 엄마의 대사는 참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난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더라도 1등만 하면 된다는 쌍팔년도로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조금만 고민한다면 학생선수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스포츠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무시한다면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승리주의로 흐르거나, 결과를 위해 폭력을 용인하거나, 학생들이 공부할 권리를 빼앗는 일이 '성과'와 '승리'를 볼모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아이들은 오르고, 달리고, 부딪히고, 밀치고, 잡는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맛봅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자기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친구들이 스포츠를 통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스포츠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윤석열에게 '스포츠인권'의 진정한 의미를 물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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