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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세월호 참사 8주기, 그러나 요원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by 생각비행 2022. 4. 18.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습니다. 화창한 날씨였지만 슬픔만이 가득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희생자 유족은 올해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16일 "8주기에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지 않고 추모만 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울먹이던 그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또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탄압했고,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인 윤석열 정부가 이를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 학생이었던 장애진 씨는 이제 스물여섯 살로 응급구조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억식에서 그는 이제까지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한 결과인 세월호 인양, 특별법 제정, 특조위 구성, 미수습자 수습, 사참위 법 개정 가운데 정부가 주도적으로 알아서 해준 일이 무엇이냐고 정치권을 꼬집었습니다. 유가족과 국민이 사력을 다해 밥상을 차려놓으면 정치권은 숟가락을 올리기 바빴을 뿐이죠.

 

출처 - 경향신문

 

장애진 씨는 자신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쯤이면 진상 규명에 가까워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지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않은 것은 사고가 아니라고요. 장애진 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꼭 함께 해달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KBS

 

기억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정부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지금도 특조위가 활동하고 있다며 활동기한 내에 조사 결과를 잘 정리해 보고하고 피해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트위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SNS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성역 없이 밝히는 일은 아이들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고, 나라의 안전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라고 추모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특검으로 진실에 한발 다가섰지만,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면서 "진상규명과 피해지원, 제도개선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했습니다.

 

출처 - 페이스북 / 뉴데일리

 

윤석열 당선인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어린 추모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좌우와 진영을 가릴 것 없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4월 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서한을 인수위 측에 전달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번 기억식에서 강조한 것처럼 차기 윤석열 정부가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텐데요, 과연 어떨까요?

 

출처 - JTBC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유족을 모욕하고 음해하던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대표적인 타깃이 된 분이 46일간 단식투쟁을 했던 김영오 씨(유민 아빠)였습니다. 그는 작년 세월호 7주기 즈음 사람이 무서워서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감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일베, 극우단체, 기레기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자신을 조롱하는 건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같이 촛불을 들었던 시민 중에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에는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짜뉴스와 루머와 조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영오 씨는 인터뷰 당시 정권이 바뀌어 세월호 참사의 장본인들이 다시 돌아와 진상규명이 영원히 힘들어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2014년 단식투쟁을 함께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은 알겠지만 최대한 속도를 내어 판가름을 내고 규명해달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게 10년, 20년, 30년 계속되어 유족이 계속 투쟁만 하게 될까 두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출처 - 뉴시스

 

그러나 그의 염원은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특조위 2기에서 정보 요원 이름이 뭔지, 어디 사는지 다 밝혔고 심지어 국정원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사찰 당사자가 인정했는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현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 직면한 유가족 입장에서는 검찰을 지휘하던 당선인과 참사의 주역들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진상 규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출처 – 4.16재단

 

대선 결과로 정권이 곧 바뀌기 때문일까요? 세월호 참사 8주기에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며 타박하거나 세월호도 5.18처럼 우려먹을 거냐며 빈정거리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8주기 기억식에서 생존자 장애진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저도 그만하고 싶다. 항상 진상규명을 위해 힘들고 무서웠던 기억을 꺼내야만 하는데 누가 하고 싶겠나"라고 말했습니다. 7주기에 김영오 씨는 "응원은 바라지 않으니 지겹다고만 하지 말아 달라"라고 했습니다. 제발 지켜만 봐달라고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한데 추모만이라도 온전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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