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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도 넘은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by 생각비행 2022. 4. 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42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러시아군이 자행한 민간인 집단 학살로 국제사회가 경악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외곽에 있는 도시인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 학살이 영상을 비롯한 숱한 증거와 함께 폭로된 것이죠.

 

출처 - YTN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4월 3일 부차 등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 410구 이상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신들 역시 부차에서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100구 이상이 집단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고 도로에 버려진 일부 시신의 손이 등 뒤로 묶여 있는 등 교전 상황이 아니라 명백히 총살당한 모습으로 발견되는 점 등을 알리며 적어도 수백 명, 많으면 수천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학살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출처 - 뉴시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표에 의하면 부차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만행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죠.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YTN

 

부차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천 명이 죽고 고문당하고 팔다리가 잘리고 여성들이 강간당하고 어린이들이 살해됐다며 러시아의 이런 만행을 제노사이드, 그 이상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오크통과 천장에서 목이 졸리고 고문당한 채 매달린 사람들을 매일 발견한다며 이런 모습을 보고서 러시아와 협상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출처 - KBS

 

지난 5일 부차 민간인 학살 문제로 유엔에서 첫 실시간 화상 연설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 대학살을 보고하면서 국제법의 시대가 끝났는가라고 물으며 유엔을 비판했습니다. 유엔 헌장 1조 1항은 국제 평화, 안전 유지, 침략 행위 진압, 국제 분쟁 조정, 해결 등으로 설립 목적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이 모든 조항에 해당하는데도 유엔의 대응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당한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희생된 민간인 시신을 90초 분량의 영상으로 세계 각국 유엔대사들에게 보여주며 러시아군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안보리에서 퇴출해야 하며 헌장 1조조차 지키지 못하는 유엔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하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출처 - SBS

 

기자회견에서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 폭로한 이야기는 모두 가짜라며 민간인 대학살을 부정했습니다. 현장에서 이 얘기를 듣고 격앙된 기자가 사랑하는 이가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되는 걸 지켜본 여성들과 유족의 진술도 거짓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건 전쟁이고 전쟁에선 어떤 일이든 발생한다며 전쟁에서 민간인이 죽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해 현장이 크게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지자 러시아 대사는 서둘러 자리를 떴죠.

 

출처 – SBS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한 현장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바스 땅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내세워 빈축을 샀습니다. 그런데 주 유엔 중국대사는 민간인 대학살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고도 결론이 나기 전까진 사실에 근거해 비판해야 한다면서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발언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힐난을 받았습니다. 러시아는 침공한 당국이라 변명한다고 치더라도 중국은 관계국도 아니면서 명백한 대학살 사실을 두고도 러시아를 두둔했기 때문이죠.

 

출처 - 헤럴드경제

 

러시아는 부차 민간인 대학살을 모면하는 한편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로 애먼 우리나라의 노근리 양민 학살을 끌고 나와 우리나라 국민의 분노를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관영매체인 스푸트니크는 부차 학살 보도가 나오기 전 이미 우크라이나 군이 그 지역에 폭격을 가하고 러시아군 공범자 처단 작전을 수행했다며 민간인의 죽음에는 두 나라 모두가 책임이 있다면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학살을 소개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노근리 학살 미국이 자행한 씻을 수 없는 전쟁범죄입니다. 2008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클린턴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정식 사과나 보상은 거부했죠. 노근리 학살이 전쟁범죄라고 해서 러시아의 부차 민간인 학살이 전쟁범죄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죠.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이나 러시아군의 부차 민간인 학살은 똑같은 중차대한 전쟁범죄입니다. 이를 두고 양비론을 내세우며 학살이 전쟁 중 으레 벌어질 수 있는 일인 양 소개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참을 수도 없는 일이죠.

 

출처 - AFP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번 부차 민간인 학살을 전쟁범죄이자 인도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더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 주에 대러시아 추가 제재 발표를 할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범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EU 의장국인 프랑스와 G7 의장국인 독일도 지난 3일 추가 제재를 약속하고 러시아 외교관에 대한 추방 계획을 알렸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민간인 대학살 사실까지 폭로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두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러시아를 응원하는 중국의 뻔뻔함과 잘못이 명백하지만 유엔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려면 러시아가 자신의 퇴출에 찬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출처 - 로이터 / 뉴스1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영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식량과 연료 등 각종 이권으로 맞물린 나라들이 정의와 인권이라는 명분을 위해 우크라이나 편에 설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듭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 분노를, 우크라이나에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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