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 팬데믹 지속으로 인한 경기둔화 등 이른바 3대 경제 리스크를 보고서에서 제기했습니다. 이 모두가 현실이 됨에 따라 이번에 지명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 30일 국내 경제 영향과 이에 맞춘 통화정책 방향 등을 금융통화위원, 한국은행 임직원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창용 후보자는 IMF의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낸 바 있죠.
출처 - YTN
세계경제가 격랑 속에 빠진 엄중한 시기에 윤석열과 인수위의 행동은 기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문가를 총동원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국인데 경제 문제를 선무당들에게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8일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경제1분과는 부처 업무 보고를 마친 후로도 한국은행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거나 의견 청취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물가나 가계부채 등 산적한 경제 현안엔 관심이 없는 듯 한국은행에 관련 분석 자료조차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그런데 지난 26일 윤석열 당선인은 워크숍에 참석해 김앤장 소속의 이코노미스트에게 한국 경제 전반에 관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원래 강의하기로 되어 있던 사람은 현재 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맡은 서울대 경제학과 김소영 교수였습니다만 윤석열의 요구로 강사가 바뀌었다고 하죠. 아시다시피 김앤장은 대형 로펌입니다. 국가기관은 물론 경제기구도 아닙니다. 국익을 해치는 소송도 돈만 된다면 도맡아서 하던 곳이죠. 그런데 윤석열은 한국은행을 패싱하고 본인이 임명한 경제 분야 인수위원까지 제치고는 재벌 등 권력층의 뒤처리를 도맡아 하는 김앤장 소속의 인물을 불러들여 강의를 들은 겁니다. 윤석열과 김앤장이 코드가 맞아서 그런 걸까요? 이러니 사람들이 아연실색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출처 - JTBC
대한민국의 경제를 직접 움직이고 있는 기업단체들도 제정신은 아닙니다. 지난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으로 GDP가 3조 3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윤석열에게 바쳤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부산대 김현석 교수에게 의뢰해 마련한 것이라면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집무실 이전으로 관광 수입이 매년 1조 8000억 원 발생할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공동체 협력을 촉진하는 유무형 사회적 자본이 증가해 GDP를 3조 3000억 원 끌어올릴 것이라 추정하고 있죠. 보고서를 보면 청와대 관광객이 20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합니다.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 국민일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의 충당과 계획과 관련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마당에 집무실 이전으로 관광객이 어느 정도나 올지, 유무형 사회적 자본이 어느 정도나 증가할지, 무엇을 근거로 하는 걸까요? 차기 정권에 줄 대기 위해 안면 몰수하고 손바닥 비비는 보고서라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해외 토픽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 직전 2019년 한국에 방문한 관광객이 1750만 명 정도입니다. 이때가 관광객 수가 가장 많을 때였습니다. 이런 통계만 보면 코로나 상황이 아닐 때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청와대를 방문한다고 해도 2000만 명이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 온 관광객의 필수 코스라는 경복궁조차 내국인과 해외 관광객을 합쳐 연간 500만 명 간신히 넘는 수준입니다. 삼성이 돈을 쏟아부어 만든 에버랜드도 600만 명 남짓이고요. 2000만 명이 과연 어느 정도 인원인지 알고 싶다면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와 비교해보면 됩니다.
출처 - AECOM
전 세계인이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디즈니랜드, 그중에서도 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매직킹덤은 1971년 개장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디즈니월드의 첫 테마공원입니다. 이곳의 2020년 연간 방문자가 2000만 명을 조금 넘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아에콤(AECOM) 사이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발표 자료는 2019년 방문객을 의미하니 코로나19 펜데믹 직전 그야말로 최고치에 해당하죠. 이제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청와대를 개방하면 관광객이 2000만 명이 오고 GDP가 조 단위로 오른다고요? 이걸 과연 믿을 수 있겠습니까? 명색이 경제연구원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보고서를 내놓고 부끄럽지 않습니까?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만수는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중국에서 관광객이 연 100만 명씩 올 거라고 큰소리를 쳤죠. 윤석열과 이명박이 자꾸 겹쳐 보이는 건 괜한 착각일까요?
출처 - JTBC
사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의 정책과 관련해 마이크 역할을 해온 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경련은 재벌 총수들의 이익단체로 정경유착을 위한 모임에 가깝죠. 일본에서조차 사라진 구시대의 잔재죠. 국정농단으로 회비의 77%를 내던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이후로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줄 대기 좋은 정권이 다시 들어서니 굽신거리면서 진상한 보고서가 이 모양 이 꼴이니, 앞으로 나라 살림이 참 걱정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더 고민스러운 지점은 윤석열 인수위의 정부 기관 재편 상황입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이달 중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갖고 있는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사실이 지난 29일 확인됐습니다. 정부 기관 재편 권한은 우리나라 정부에 있으므로 미국의 입장 표명은 자칫 내정 간섭으로 보일 여지가 있죠. 그런데도 미국이 이를 감수하고서 입장을 전달한 겁니다. 통상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외교부에 통상 권한을 넘겨주려는 것도 이상한데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로서 공약으로 내세우던 중국 견제와 한미동맹 강화를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 아닐까요?
출처 - 동아일보
미국은 법까지 재정하며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반중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는 중인데 미국과 협력을 더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윤석열 인수위가 정부 기관을 재편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업 87%가 통상 기능을 외교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에 둬야 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통상담당 부처 결정은 부처보다 기업 의견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통상교섭 엄무는 공무원의 노하우 축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소속 조직이 자꾸 바뀌면 협상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산업부와 외교부가 통상교섭 기능의 이관 여부를 놓고 다툼을 벌이면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논의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윤석열은 자신의 공약대로 미국과 밀착하던가 아니면 제대로 된 경제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데, 어느 쪽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능함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리서치
윤석열과 인수위의 경제에 대한 아마추어적인 대처 때문인지 그렇지 않아도 낮은 호감도가 최근 더 떨어졌습니다. 3월 마지막 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에게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32%로 더 낮아졌고 비호감이라는 응답은 62%로 대폭 높아졌습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그대로인데 반해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더 올라 50%를 넘었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더 웃긴 사실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데 윤석열에 대한 비호감도는 문재인, 이재명, 심상정과는 비교도 안 되고, 자신이 인수위원장에 앉힌 안철수보다도 높았습니다. 60대 이하에서는 윤석열과 이준석이 비호감도에서 부동의 투 톱을 차지했습니다. 이쯤 되면 대체 윤석열을 누가 뽑았고, 왜 뽑았고, 뽑은 지금은 또 왜 그렇게 싫어하고 기대도 하지 않는 건지 불가사의할 정도입니다. 이대로라면 '레임 덕'이 아니라 '취임덕'이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야 할 판입니다. 이런 기류를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읽기 시작한 건지 곧 있을 6월 지방선거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보이지 않습니다.
출처 - 경인일보
오히려 윤석열 지우기에 들어갔다고도도 보이는데요.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4명 중 1명 꼴로 문재인이 보낸 후보라는 이력을 앞세웠던 것과 대비됩니다. 취임 전부터 바닥인 지지율에다 비호감 이미지까지 더해지자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관련 이력을 숨기고 있는 걸로 풀이됩니다. 경기도 도내 144명의 예비후보 중 윤석열 캠프 이력을 기재한 후보는 13명으로 10%도 되지 않죠. 대다수는 윤석열 캠프에 참여했는데도 의도적으로 경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윤석열 이미지를 내세우는 게 당내 경선에서는 플러스일지 몰라도 본 게임인 지방선거에 돌입하면 마이너스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여기에 인수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언과 성희롱 문제까지 더해지면 적어도 박근혜 정부 당시 '윤그랩'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나 벌어진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대체 윤석열과 인수위의 망발과 무능은 어디가 끝일까요? '취임 덕'에 취해 있는 그들에게 지방선거로 철퇴를 내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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