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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by 생각비행 2022. 4. 22.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칼을 뽑았습니다. 지난 4월 15일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겁니다. '검수완박'은 윤석열이 꺼내고 언론에서 붙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준말입니다. 검찰개혁을 폄훼하기 위해 급조한 단어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은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입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필두로 17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공동 발의자로 서명한 법안이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채택과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영장 청구 및 공소제기 및 유지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YTN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여 사건을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자기네 입맛에 맞으면 기소 요건이 되지 않아도 기어이 기소해 사건으로 만들고, 나라를 휘청이게 하는 사건일지라도 자기네 이득을 위해 기소하지 않고 조용히 묻어두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검사의 비리를 기소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7년간 검사 범죄 사건에 대한 기소율은 0.1%, 불기소율은 97.2%에 달합니다. 검사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사실상 처벌하지 않거나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엄격한 기소율의 잣대를 과연 일반 사건에 공평하게 적용했을까요? 그럴 리 없죠. 검찰이 그렇게 공평했다면 '검찰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됐을 리 만무합니다. 전체 형사사건에서 같은 기간 검찰의 기소율은 32.90%입니다. 들어온 사건의 3분의 1은 일단 기소하고 본다는 겁니다. 32.9%와 0.1%의 간극, 이 하늘과 땅 차이는 범죄자가 검사냐 아니냐, 이것뿐입니다.

 

출처 - 임은정 SNS

 

임은정 검사는 검찰의 '내로남불'과 '직권남용'에 대해 자신의 SNS에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검사들이 단지 거슬린다는 이유로 기소하고 구속시킨 걸 무용담처럼 떠들고 다닌 추악한 실태를 말입니다. 자기가 보기에 건방지다거나 자기 앞에서 골프를 쳤다고 구속시키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러라고 준 기소권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극단적으로 비대한 검찰 권력의 결과가 이런 참담한 현실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법에서 이른바 6대 범죄인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삭제한 것입니다. 검사의 직무는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수사는 제외한다'고 규정됐습니다. 다만 경찰이나 공수처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달았습니다. 기소와 수사에 대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공수처라는 권력끼리 견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처 - 리얼미터

 

검찰의 주요 권력 중 하나인 영장 청구 역시 검찰의 직접 청구가 아니라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문을 수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긴급체포의 경우 검찰에는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할 권한만 주어집니다. 그간 검찰이 독점하고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던 권력을 경찰과 나누고 검찰의 직접 수사보다 경찰을 통해 보완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바꾼 겁니다. 그런데 밥그릇을 빼앗기게 된 대검찰청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이 법안이 헌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이송이 반복되고 부실한 기소로 법원에서 무죄가 속출할 것이라며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처벌을 면해 안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사건의 장기화와 피해회복을 제대로 받지 못해 국민이 더욱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난했죠.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검찰은 왜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는 걸까요? 기소권을 자기 입맛대로 휘두르며 정치질하던 검찰은 과연 헌법을 잘 지키고 있었던 걸까요?

 

출처 -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돼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경우 3개월 후인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이 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인수위는 검찰 개혁을 폄훼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처럼 검찰이 표적에게 권력을 휘두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이번이 검찰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MBC

출처 - 시사오늘

 

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속도전식 법 개정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민변 사법센터는 지난 4월 12일 논평에서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도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들께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여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4월 13일 언론과 통화에서 "이렇게 서둘러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을 하는 것은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죠.

 

출처 - 참여연대

 

지난 4월 20일 참여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수사권 조정 이후 꾸준히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를 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해왔습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검찰권에서 수사 권한만을 분리하는 기능 분리 관점에서, 사법경찰관을 수사의 주체로 하고, 검사는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상정하고" 있다며 "검찰로부터 수사권한을 제거하면서도 사법경찰관에 집중된 권한을 통제할 장치들을 마련하지 않고, 이미 있는 적법성/적정성 통제 장치마저 약화시켜 이대로 처리될 경우 비대해진 경찰권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예상"된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권한이 강화되는 경찰수사에 대해 비례적으로 강력한 견제수단을 도입하여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검사-사법경찰관-공수처 등 수사·기소 기관 사이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협력·공조 체제의 강화, △강제수사에서 영장청구권자인 검사의 심사를 통해서, 그리고 기소를 위한 독자적인 조사권능을 통해서 경찰수사의 적법성/적정성을 통제하는 검사의 역할 강화, △더욱 비대해지는 경찰에 대해 권한의 분리·분산을 통한 견제 등의 보완이 필요하고, △법 개정 이후 세부적 시행을 위한 입법 및 이행 로드맵과 조직법적 보완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입법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출처 - 민변

 

이는 지난 4월 12일 민변 사법센터가 낸 논평과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민변은 "검경수사권조정 및 공수처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찰의 수사능력과 통제장치는 충분한지, 사건관계인들의 불만과 불평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검찰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6대 범죄를 경찰이나 공수처가 수행할 경우 수사의 공백을 채울 대안은 무엇이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지, 나아가 공수처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또 다른 전문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치열하게 논쟁 중인 법의 세세한 부분을 다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뜻에 부합하면서도 진영 논리에 빠지 말고 정말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회가 제대로 일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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