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주사위가 던져졌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조치했습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KBS


추미애 장관은 24일 오후 6시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장관으로 검찰총장이 총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무부는 감찰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번 징계청구 혐의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진상 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해 다른 여죄가 있는 듯 짐작하게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19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검찰청, 그러니까 윤 총장이 조사 협조를 거부하면서 방문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법무감찰규정 6조는 감찰대상자의 협조 의무를 규정하면서 감찰 불응 역시 징계 사유로 보고 있죠.

출처 - 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조처와 연관된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는 2018년 국정농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은 서울 한 주점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와 부적절하게 만났습니다. 당시 홍석현은 국정농단 태블릿 PC 보도 고소 고발 건으로 재판 중이었기에 사건 관계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만나는 건 공정성을 중대하게 위반할 수 있는 부적절한 교류였습니다. 

 

출처 - 한겨레

 

두 번째는 울산 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뒷조사를 하는 등 불법 사찰을 했다는 혐의입니다. 판사들의 주요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보고받았습니다. 판사의 개인정보와 정치적 성향을 수집,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월권 행위이며 범법 행위의 소지가 있음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추 장관의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임에 틀림없습니다. 판사 관련 정보 수집이 정상적인 검찰 업무에 속한 것이었는지, 적법한 수단과 범위 내에서 수집된 것이었는지, 이를 통해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 등이 불법 사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 번째는 채널A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및 감찰 방해 혐의입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위한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드러난 것인데요. 대검 감찰부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최측근인 한동훈을 대상으로 진상 확인을 위한 감찰에 착수하자, 정당한 이유 없이 대검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또한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채널 A 관련 한동훈 감찰을 수차례 구두보고 받았음에도 이를 반대하다 감찰에 착수하자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한동훈에 대한 감찰을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했다며 정보를 흘려 다음 날 새벽 언론에 보도되게끔 했습니다. 이는 최측근인 한동훈에 대한 신속한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채널A 사건 관련으로 한동훈과 친분관계 및 기타 특별한 관계로 수사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했음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을 강행해 수사팀과 대검 부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 문제도 있습니다.


출처 - KBS


게다가 과거 수많은 의혹을 남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해 대검 감찰부가 직접 감찰을 진행하려고 하자 사건을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고 감찰부장이 이의를 제기하자 대검 차장이 참고만 하게 민원 사본을 달라고 하여 사본을 줬더니 마치 민원 원본을 이첩하는 것처럼 감찰부장을 속이고 공문서에 대검 민원 이첩이라고 허위로 기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송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올해 초 《뉴스타파》를 통해 한 총리에게 돈을 직접 건넸다는 김모 씨와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 씨의 비망록과 녹취록을 통해 한명숙 전 총리의 9억 수수는 검찰과 자신이 만들어낸 시나리오라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 발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정황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요. 그런데도 이상할 정도로 언론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사건 역시 검찰의 아킬레스 건 중 하나임을 의심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방문조사 불응과 감찰대상자로서 협조 의무를 위반해 감찰을 사실상 방해하는 등의 이유까지 고려하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와 직무 배제를 지시한 것입니다. 이 정도의 혐의와 관련해 제식구 감싸기, 언론과의 유착, 불법 감찰, 정치 공작 등 어느 것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엄벌이 불가피한 사안들입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및 직무 정지에 대해 청와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발표 전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윤석열은 징계 및 직무배제 발표가 끝난 지 10분도 채 안 되어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즉각 반박했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며 위법, 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지금까지 파열음을 내온 검찰의 행보를 볼 때 과연 이대로 검찰개혁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건 사실입니다. 공수처법의 처리와 함께 어떤 식으로든 검찰이 개혁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검찰개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코로나19로 가장 극심한 직격탄을 입은 곳 중 하나가 여행업계와 항공업입니다. 국내 2위 항공사이던 아시아나가 계륵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할 수 있도록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두고 재벌 특혜라는 비판부터 끝없이 세금만 들어가는 아시아나를 그냥 두느니 차악인 대한항공 인수를 꾀하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결국 지난 16일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부터 경영 악화에 시달렸고 지난 연말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한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계약을 체결한 바 있죠. 그런데 2020년 들어 코로나19 위기로 항공업계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아시나아항공의 부채가 3조 원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 조건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최종 인수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채권자입니다. 아시아나항공에 엄청난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지만, 마치 밑 빠진 독처럼 지원받은 3조 3000억 이란 차입금 대부분을 소진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2조 원, 부채비율이 2200%에 달할 정도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는커녕 37년간 발목 잡혀 온 대우조선해양의 선례를 생각할 때 어떻게든 아시아나항공을 빨리 털어내고 싶었겠죠. 연달아 매각이 실패한 이후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의 악조건 속에서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을 추진한 것이겠죠. 세계적 흐름이 1국가 1국적 항공사 체제로 가고 있다면서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세계 7위권의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는 것이긴 합니다. 24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고, 국제 화물 수송량이 세계 3위, 수송 인원은 세계 10위 규모가 되니까요.


출처 - MBC


하지만 항공업계에 독과점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 과연 좋은가, 옳은 일인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항공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당장 국책은행이 나랏돈을 들여 대한항공의 몸집을 불려주는 게 맞는 일인지, 이 과정에서 특혜는 없는지 논란을 낳은 것이죠. 게다가 독점 기업이 업계를 지배할 경우 노동 인력 감축이나 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생겨 결국 직원과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내년 4월 초까지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 대한항공과 통합 작업이 본격화되면 인력 구조조정 문제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을 통합하는 게 과연 항공업계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처 - 뉴스웨이

 

게다가 인수하는 대한항공의 상황이 좋지도 않습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역시 1000%를 넘었으니까요. 자칫하면 없는 살림에 부채투성이 아시아나항공을 끌어안으려다 동반 부실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이 이 인수 건을 덥석 물은 건 이번에 대한항공을 물려받은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방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은 산업은행과 경영권 방어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죠.

 

출처 - 뉴스웨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땅콩회항으로 유명한 조현아 등 가족이 엮인 KCGI연합과 극심한 경영권 분쟁 중이었습니다. 조원태 회장 일가는 지분의 41.1%를 보유하고 있고 KCGI와 반도건설 그리고 조현아 부사장의 주주연합이 46.7%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조원태가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를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확보할 지분을 합해 지분이 50%에 근접하게 됩니다. 조현아의 주주연합을 넘어서는 지분이 되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로 인해 조원태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두 항공사의 지배권을 갖게 됩니다. 그룹 전체 경영권도 유지하게 되고요. 이 때문에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연합은 물론 일각에서 이번 M&A가 조원태에 대한 밀실 특혜로 규정하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시시저널e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8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통합이 될 때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더 많은 지분을 가진 KCGI연합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도 필요합니다.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해야 결합이 허용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회생 불가능한 회사를 살리고자 산업은행이 혈세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점도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출처 - MBC


무엇보다 조원태가 됐든 조현아가 됐든 그간 한진그룹 조씨 일가의 패악을 보아온 국민으로서는 과연 저들에게 국가 중앙 항공사의 경영을 맡겨도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습니다. 일단 산업은행은 유상증자는 하되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원태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성과 미흡 시 퇴진하기로 하는 등 경영책임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투자합의서에 윤리경영을 명문화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누구 하나 멀쩡한 사람이 없는 조씨 일가에서 또다시 갑질 논란이 발생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은 한진 일가의 갑질이 발생하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 수 있고 경영진의 윤리경영을 위해 위원회가 설치되고 조현민, 이명희 등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오너 일가는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 등에 대한 의무 조항도 명시했습니다. 이와 같이 산업은행이 내세운 7가지 의무 조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한진칼은 위약금 5000억 원을 물어야 합니다.


출처 - JTBC


코로나19로 인해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뜻이야 어쨌든 현실적으로 이번 인수는 재벌 오너 일가를 위한 특혜로 볼 여지가 농후합니다. 참여연대는 한진 총수 일가가 지배구조 개선이나 책임 경영 개혁 없이 경영권 분쟁을 일삼고 있는데 산업은행의 감시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을 지원하는 건 총수 일가의 경영권과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특혜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이지만, 긴 어둠을 뚫고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면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요. 적어도 여태까지 그래왔던 오너 리스크 가득한 독점 갑질 기업의 형태로 남지는 않길 바랍니다.

〈미녀들의 수다〉 일본 패널 출신으로 화제를 모으곤 했던 방송인 사유리가 최근 아이를 출산하고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공개되며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자발적 비혼모'이기 때문입니다. 사유리는 자신의 SNS에 지금까지 내 위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유리는 현재 일본에 있습니다.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것인데요. 이는 아이의 일본 국적을 원했다거나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비혼 상태에서 정자 기증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시술이 가능합니다. 결혼한 상태가 아니라면 모든 게 불법인 상태죠. 사유리는 인터뷰를 통해 결혼 상태와 상관없이 원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처 – MBN


우리나라에서 비혼모가 정자 기증으로 출산하는 일이 처음부터 불법이었던 건 아닙니다. 사유리 이전에 이미 허수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똑 부러지는 말솜씨와 방송 진행 능력으로 19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MC였죠. 그런 허수경은 2007년 독신 상태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을 했다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당시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 상태였던 허수경은 2008년 기증받은 정자를 통해 딸을 출산했고 딸에게 자신의 성인 ‘허’를 주었습니다. 이후 세 번째 결혼을 해 제주도에서 단란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결혼한 후에도 아이의 성은 그대로 허 씨입니다. 허수경은 공개 당시 본인을 '미스 맘'이라고 일컬었습니다. 허수경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가부장적인 인습의 탓인지 비난이 더 많았습니다. 비혼은 물론 비혼모 자체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부정적이었고, 허수경이 당당하게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에 대해 딸에 대한 아동 학대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죠.


출처 - 동아일보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허수경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허수경의 공개선언이 있은 2007년 대한산부인과학회 법제위원회는 미스맘을 허용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격론을 벌였습니다. 본인도 아닌 의사가 왜 비혼모의 존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정하는지에 대한 이상함은 둘째치고 당시에도 정자은행을 통한 임신 사례가 적지는 않았습니다. 2005년 당시에도 거의 5만여 건에 이르렀으니까요. 이 중 1.5%인 758건은 배우자가 아닌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은 사례였습니다. 이 중에 허수경과 같은 비혼모 사례가 섞여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배우자 없는 여성이 기증받은 정자로 국내에서 임신 시술을 받았다는 공식 기록은 없었습니다.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정자를 이용해 시술하면 배우자의 동의서를 받는다고 권고하고 있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복지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정자 기증으로 임신을 하려면 반드시 배우자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청했습니다. 인권보다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치관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죠. 이로써 우리 사회에서 비혼모는 불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 KBS


물론 비혼 출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현재 법적으로 독신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허용하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 일부 국가 등입니다. 아직은 불허하는 국가가 더 많습니다. 비혼 출산을 허용하면 전통적 가족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대리모 출산이 산업화할 우려가 작용하는 듯합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프랑스가 발의한 법안에는 독신 여성뿐 아니라 여성 동성애자 커플에게도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을 허용하고 의료보험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찬반 시위가 계속되어 법안의 2300군데가 수정될 정도로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이전까지는 법의 지원 대상이 남녀 커플에게만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출처 - SKT


EU 회원국 중 스웨덴, 덴마크, 스페인 등 17개국과 영국은 독신 여성 또는 동성 여성 커플에게 인공생식을 통한 출산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0개국은 그동안 금지해왔고요. 이 때문에 아이를 원하는 여성들이 다른 EU 국가로 원정 시술을 가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비용과 위험을 높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어왔습니다. 비혼모 출산을 인정하는 흐름이 생긴 건 결혼제도의 한계와 신체 자기 결정권, 그리고 성 소수자 권리와 대안 가족 인정 필요라는 측면 때문이었습니다. 프랑스는 1999년 동거, 동성 결합을 법으로 보장했고 2013년엔 동성 결혼도 합법화했습니다. 물론 이때도 반대 시위는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프랑스에서 인공 생식에 대한 찬성 여론은 60%가 넘습니다. 출산할 권리, 가족을 이룰 권리를 확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유리가 비혼 출산을 공개 선언하자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비혼모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게도 난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12년 전 허수경이 공개 선언했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죠. '정상 가족'이라는 근시안적 전통에 갇혀 가부장제를 수호하려는 발상이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12년 전과 달라진 건 우리 사회의 여론이 비혼모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정부 역시 비혼모 출산 지원 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확산할 경우 논의해보고 개선이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그나마 달라진 점입니다.


출처 - 시민건강연구소


연일 출산율 저하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면서 정작 아이를 낳고 싶다는 사람은 범법자로 만들어버리는 이율배반적인 일을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비혼과 비혼모를 인정하고, 나아가 '정상 가족'의 프레임에 갇힌 인식을 깨고 가족의 개념을 확장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11월 19일 자정을 기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코로나19 방역이 위기에 직면했으며, 국민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강원도는 1.5단계 예비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일주일 동안 수도권에서만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고령 확진자 비율, 감염재생산지수 등 몇몇 지표가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17일 자정을 기준으로 나흘 연속 200명대 신규 확진자를 기록한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국내 발생이 202명, 해외 유입이 28명이었는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137명으로 신규 확진자의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경우도 서울이나 수도권을 다녀갔다가 감염된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출처 - JTBC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 7일부터 기존 3단계를 5단계로 세분화했습니다. 지역별 하루 평균 확진자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지역별로 적용됩니다. 혼란을 막기 위해 1~5단계가 아닌 0.5 단계를 사이에 넣어 1단계, 1.5단계, 2단계, 2.5단계, 3단계로 개편했습니다.


출처 - 보건복지부


1단계는 생활방역, 1.5단계와 2단계는 지역적 유행 단계, 2.5단계와 3단계는 전국적 유행 단계에 해당합니다. 수도권에서는 1주일 평균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으면 1.5단계로 전환됩니다. 다른 지역은 30명 이상일 경우 1.5단계가 됩니다. 이번에 개편된 체계에서 1단계는 기존 기준을 완화해 PC방, 결혼식장, 학원, 영화관 등의 시설에 대한 인원 제한을 없앴습니다. 물론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관리는 의무사항입니다. 클럽 등 유흥시설과 노래방, 실내 공연장, 방문판매 홍보관, 식당, 카페, 실내 체육시설 정도를 제외하고는 일상 영업이 가능합니다. 1.5단계부터는 면적당 인원 제한을 적용하므로 좌석 띄우기가 의무화됩니다. 2단계는 지역 유행이 급속히 전파되며 전국적 확산이 개시되는 단계에 해당하므로 불필요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유흥시설은 집합 금지가 되며 노래방 등 사업장은 21시 이후 운영이 금지됩니다. 식당 또한 21시 이후로는 포장과 배달만 허용됩니다.


출처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로 세분되면서 기존 체계에 비해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의료 역량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고려해서 기준을 정했다고 밝혔는데요, 우리의 조처는 해외보다는 상당히 엄격한 편입니다. 해외에서는 주로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하여 방역 조치 단계를 조정하기 때문이죠. 유럽에서 방역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경우 10만 명당 확진자 수가 50명 이상일 때 지역에서 10명 이상 모이지 못하게 조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인구 10만 명당 0.1명 초과 시 2단계로 격상하고 0.2명 초과 시 3단계로 격상하는 수준입니다. 상당히 가혹한 조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상황을 잘 통제해온 것이겠지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이후 심리적으로 긴장이 풀어졌는지 이내 1일 확진자가 200명대까지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잘 대응하지 못하면 300~400명대로 늘어나는 건 순식간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상향 조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출처 - KBS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상황에서는 식당, 카페, 결혼식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입장 인원을 다시 제한하게 됩니다. 유치원과 초중고 등교 인원은 3분의 2 이내로 줄여야 하고, 종교 활동 인원과 스포츠 경기 관람 인원도 30%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2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영업 중단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전국 300명, 수도권 200명을 넘기게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게 되어 유흥주점 등은 문을 닫고 식당 등도 영업시간에 제한을 받게 됩니다.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좌석과 테이블 한 칸 띄우기, 테이블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 등이 다시 의무화됩니다.


출처 - KBS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되게 됨에 따라 우리의 일상은 다시 불편해지고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이 다시 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생활 속 방역에 너 나 할 것 없이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전 세계인의 본보기가 될 정도로 잘 유지해온 대한민국의 방역과 일상의 균형이 자칫 흔들릴 위험에 처했습니다. 코로나19 예방수칙과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함께 평온한 삶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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