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던 우리나라 미투 운동에 기름을 들이부었던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성폭행 사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여성계는 물론 사회 각계의 분노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은 14일 오전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가 부족하다며 안희정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는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오며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죗값을 치르지 않고 다시 태어나는 게 가능한가 싶습니다.


출처 - 한겨레


SNS에서 미투를 지지하던 분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셉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로 앞으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더 입을 닫게 되었다며 재판부의 선고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회 정의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입법부에 성폭력 판단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오며 위력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점에 대한 항의도 이어졌습니다.


출처 - JTBC


사법부도 이 사건이 사회의 상식으로는 성폭력 사건이 맞다고는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 더더욱 사람들이 분노하는 건데요. 재판부는 선고문에서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의 처벌 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명했는데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에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 혹은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성관계로 나아가면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 정책적 문제'라고 명시했습니다.


출처 - JTBC


이와 더불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고 있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이는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에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제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법에 의거하여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법원의 입장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이는 입법부인 국회를 압박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겠으나, 후자의 경우 저 정도까지 위력을 인지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의아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라며 피해자를 타박하고 있는 겁니다. 위력이 총칼이나 완력을 동원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사법부의 판단 기준에 따른다면 피해자가 저항하다 죽을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위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판례가 될까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출처 - 한겨레


재판에서 보인 안희정 전 지사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고 이런 지점들이 판결로 이어지지 않았나 우려스러운 대목도 보입니다. 애초 안희정 전 지사는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재판부는 피해자 김지은 씨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안희정 전 지사의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안 전 지사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인멸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했는데도 말입니다. 또한 재판부는 말을 바꾼 점도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미투 폭로 직후 안희정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적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검찰에 출석해서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의심이 간다고 선고문에 적었습니다.


출처 – JTBC


가장 문제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목은 재판부가 여전히 '피해자다움'이라는 인식에 갇혀 있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 김지은 씨가 사건 이후에도 수행비서로서 일을 계속해 나간 점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응당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정치인의 심기까지 배려해 의전하는 수행비서라는 피해자의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재판부는 정작 비정규직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겁니다. 안희전 전 지사는 무려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점쳐지던 정치인입니다. 그런 사람 앞에서 수행비서가 과연 어떻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저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걸까요?

출처 - 경향신문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구시대적인 정조 관념까지 거론하며 성적 자기 결정권의 의미를 왜곡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가 정조 운운했을 때부터 1심 판결을 짐작했다고 피해자 김지은 씨가 얘기할 정도입니다. 현재 법체계와 보수적인 사회의 성 관념 아래선 앞으로도 이런 판결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출처 – CBS 유튜브



실제로 법조인들은 안 전 지사가 2심에서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소사실 10개가 모두 무죄 판결이 났으며, 성관계는 있었지만 위력은 없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38명 대한 재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 전 지사 재판에서 드러났듯 증언만 있는 사건의 경우 현재와 같은 제반 사항 아래선 유죄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미투 운동이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이기도 하죠.


출처 - 한겨레


이번 안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로 온갖 유˙무형의 힘과 권위를 동원해 성적으로 뿐만 아니라 갖은 괴롭힘을 행사하는 상사에게 일종의 면허를 부여해버닌 꼴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적어도 '인권'이라는 게 있다면 이를 내버려둬선 안 됩니다. 안희정 1심 판결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합니다. 우선 'NO MEANS NO RULE, YES MEANS YES RULE'을 관철하도록 입법 운동을 하는 한편 여론의 인식을 보여줄 수 있는 시위가 필요합니다. 지난 4일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7만 명의 규탄시위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김지은 씨가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며 2심에서는 위력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해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미투 운동이 나아갈 길이 멉니다.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본의 지성을 상징해왔던 도쿄대학교,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아탑인 의대가 조직적으로 입시에서 성차별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일본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도쿄의대는 여성 수험생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합격자 성비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은 원래 도쿄대 의대가 우리나라로 치면 교육부인 문부과학성 재정지원사업 담당 국장의 아들을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도쿄지검이 수사를 하던 중 밝혀졌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이화여대 입시 부정 사건이 국정농단으로 비화한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국장의 청탁에 도쿄의대 이사장은 의대 관계자들에게 지시해 가산점 10점을 부여했고 국장의 아들은 16.5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도쿄대 의대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국장은 이 청탁을 하는 대가로 도쿄의대를 문부성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5년간 지원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도쿄의대 부정합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과거 수험생 리스트에 특정 기호 등으로 표기한 사실이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청탁 등을 기반으로 합격 대상자를 미리 정했다는 혐의가 짙습니다. 심지어 도쿄대에 기부한 19명의 학생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사실을 도쿄대가 공식 인정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력이 아니라 권력과 돈이 있어야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입시부정 사건입니다.


출처 SBS 유튜브


그런데 내부 조사에 따르면 도쿄 의대는 2006년 초부터 여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해왔다고 합니다. 사수 이상의 남자 지원자들의 점수도 임의로 낮췄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도쿄대 측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 여성 입학자 수를 줄이자는 암묵적인 이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성 합격자가 30%를 넘으면 안 되며 대학병원은 남성 의사가 있어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봉건적인 생각을 필요악이라 부르며 유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여학생들은 졸업 후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으니 줄여야 한다는 어이없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도쿄의대가 점수를 조작해 여학생을 대거 탈락시킨 시기는 2011년부터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직전에 20% 후반대이던 여성합격자 비율이 2010년 40%에 이를 정도가 되면서 생긴 특단의 조치(?)라고 합니다. 점수 조작이 본격화된 2017년 입시의 경우 여성 합격자 비율은 18%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22%의 여성이 자신의 실력과 무관하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은 셈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일생일대의 시험에서 말이죠. 실제 일본 여성 의사 비율은 20.3%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우리나라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OECD 여성 의사 비율 꼴지인 일본 바로 위가 우리나라이니까요. 인식 면에서 보자면 오십보백보 수준입니다만, 최근 들어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시위에 나서고 정부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조금 낫다고 할 수 있겠네요.


출처 - 연합뉴스


얼마 전 충격을 안겼던 광주 모 고교 미투 고발 사건 기억하시죠?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희롱 성추행을 고발하면서 2015~2017년에 벌어진 교사들의 지속적인 학생 대상 성 비위가 드러나 파문이 인 바 있죠. 지난주에 그 학교 이사회에서 단체 성희롱 성추행 혐의를 받은 고교 교사 16명이 모두 직위해제되었습니다. 학교 자체 전수 조사와 교육청 전수 조사에서 제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이나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 교사들은 추후 처분이 있을 때까지 교사 직위를 잃고 급여도 일부만 받게 됩니다. 전수 조사 결과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학생은 180여 명에 달했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도쿄의대의 입시 부정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채용에 있어서 여성 차별이 심각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채용과정에서 여성을 차별했다고 의심되는 금융기관 18곳에 대한 세부조사에 나서는데요, 여기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 금융사가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응시자 중 여성 비율과 최종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의 차이가 20% 이상인 사업장이 대상인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는 적용되는 감점 규정이 있는지, 업무와 관계없는 특정 사항을 평가항목에 반영했는지, 지원서에 성별을 표기하도록 한 것이 병역 확인 여부 이외의 평가에 반영됐는지 등 여성 차별 채용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9월까지 조사를 마친 뒤 위법사항이 있는 경우 사법처리를 의뢰할 전망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4급 이상 퇴직 간부들의 명단을 만들어놓고 기업과 짝지어주는 방식으로 채용을 사실상 강요한 혐의(업무방해)를 잡고 정재찬(62) 전 위원장과 김학현(61)·신영선(57) 전 부위원장을 구속했습니다. 입시와 채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자의 실력이어야 합니다. 그 외의 것들이 자꾸 끼어드는 현실을 그냥 두고볼 수만은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성별이나 인종 같은 요인일 때 우리는 그것을 차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외제차의 대명사 중 하나인 BMW가 운행 중 느닷없이 불타는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30여 건이 넘는 BMW 자동차 화재 사고가 있었지만 그동안 BMW는 원인 규명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사과도 뒤늦었으며, 리콜도 마지못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6일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고 10만 6000대의 차량을 리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에 만족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BMW 측은 기자회견에서 디젤 차량의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화재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모든 해외시장에서 똑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쓴다며 한국 BMW 모델이 다른 부품을 쓴 열화 모델이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결함 사례가 있었고 전체 화재 사고 차량 중 EGR 결함률은 한국이 0.10%, 전세계가 0.12%로 비슷하다고 밝혔죠.


출처 - 전자신문


BMW가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화재 사례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최근까지 원인 규명을 위한 실험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늑장 리콜 논란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같은 문제로 디젤차 32만 3700대를 리콜할 예정이라고 하죠. 그렇지만 우리나라 BMW 서비스의 불만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이름 있는 외제차라고 샀는데 문제가 발생했으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KBS

 

리콜 대상 차량인 520d 차주 중 한 명은 엔진이 불에 완전히 타서 화재가 주변 차량과 건물까지 옮겨붙었는데, 손해 배상을 차주가 알아서 하라는 답변이 BMW 측에서 돌아왔다고 합니다. 차주가 불을 내고 싶어서 낸 것도 아니고 불이 난 이유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인데 손해배상을 자기 보험으로 처리해야 된다니 억울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BMW 서비스센터는 가뜩이나 부족한데 이번 사태로 완전 포화 상태여서 아우성입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기업들의 악의적인 행위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경우 손실액보다 훨씬 크게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는 피해액의 최대 8배까지 배상해야 하고 유럽도 천문학적인 배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잘못에 대한 기준이 느슨하다 보니 애꿎은 소비자들만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3년 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때도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들 배상액의 10%도 안 되는 배상을 배상을 받았습니다. 게이트로까지 번진 폭스바겐 사례나 이번 BMW 사례처럼 원인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온 사건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엄히 다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처- 한국일보


제발 저린 재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적용 검토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요건을 확대할 경우 과잉 처벌의 우려가 크고 소송 남발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는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BMW 사태도 그렇고 사회 분위기가 소비자, 노동자 보호 강화로 흐르고 있는데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정책 기조를 뚜렷이 하고 있다 보니 예전처럼 큰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의 기업 규제 현실이나 법체계를 감안할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맞지 않는 옷이라는 재계의 인식을 전했습니다. 실제 입은 손해만큼 배상한다는 실손전보 원리를 채택한 우리나라 법 체계에 맞지 않고 기업의 고의적 악의적 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분과 달리 악의적인 소송을 부추기고 기업을 악덕의 온상으로 몰고 가는 풍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출처 - 매일경제


하지만 소비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한다면 대기업들이 다이어트라도 해서 옷에 몸을 맞추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피해의 최대 3배까지 손해 책임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지만, 신체에 중대한 해를 끼친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최근 BMW 사태처럼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징벌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한 자동차 리콜 제도 개선방안을 만들어 이달 중 법령 개정 등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습니다. 현행 리콜제도만으로는 사고를 방지하고 기업에 책임을 묻기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출처 – SBSCNBC 유튜브


재계의 앓는 소리는 핑계일 뿐입니다. 여태까지 권력에 붙어 로비하는 데 펑펑 썼던 돈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데 쓰면 될 문제니까요. 손해배상 폭을 훨씬 넓히거나 아예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상품을 만들 때 더 신중하게 될 테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실질적으로 두렵다면 그만큼 안전하고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출처- 경향신문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 일부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재판없이 배상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도입도 함께 도입해야 합니다. 이번 BMW 화재 사고로 인한 사회적 관심이 대기업들이 각성하고 소비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찜통이란 말로는 실제 더위를 표현하기 힘든 요즘입니다. 불가마를 방불케 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초복과 중복이 지났습니다. 대체 말복까지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싶지만 삼계탕이나 냉면 같은 먹거리를 찾아 먹는 재미가 있는 여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맘때면 해마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바로 보신탕 논쟁이죠.


출처 - 스플래시뉴스


올해는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로 유명했던 킴 베이싱어가 미국 LA 한국 영사관에서 개고기 식용 문화에 항의하는 집회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고기에 반대하는 옷을 입고 피켓을 든 킴 베이싱어가 동물보호단체 사람들과 더불어 항의 시위를 했다고 하죠.


출처 - 서울신문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날씨보다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인 토리를 등장시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끈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초복의 뙤약볕 아래에서 동물 해방 시위를 했습니다. 개 도살 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시위였죠. 개 식용 문제는 위법과 합법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남의 반려견을 훔쳐서 도살하고 잡아먹는 것은 현재 상식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만,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의 대상에 들어 있지 않지만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법 조항 자체가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으니 애매한 상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근 들어 개 식용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내에 반려견, 반려묘 등 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이에 더해 동물권을 인식하고 채식주의 같은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등 다양성이 점점 인정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과거에는 주로 외국 동물보호단체들이 개 식용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이 집회나 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반려동물로서 개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개고기에 대한 인기는 폭락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996년 설문조사에서 37%를 받아 최고의 건강식품 1위로 꼽혔던 보신탕은 2015년에 이르러 6%로 내려앉았습니다. 소, 돼지, 닭 등의 고기를 쉽게 사서 먹을 수 있는 현재로선 굳이 개고기를 찾아 먹을 이유가 줄었기 때문일 겁니다.


출처 - Pawel Kuczynski


개고기 식용 금지법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개고기 옹호론이 단순히 개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지난날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 사람들을 비난했을 때는 한국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개고기를 먹거나 안 먹거나는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라서 이를 다른 사람이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지난 5월 개고기 식용 금지법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20대에서 반대 목소리가 가장 높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먹고 싶다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막는 건 잘못됐다고 보는 젊은이가 아주 많다는 의미입니다. 본인은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개와 고양이와 흔히 먹는 소, 돼지, 닭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라는 이중잣대에 대한 불호가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편 성장이 끝난 어른이 아닌 이상 미성년자가 채식을 하는 것은 영양불균형의 위험이 큽니다. 채식주의자인 부모가 자녀들에게 채식을 강요한다면 이 역시 식습관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빼앗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은 개 식용을 옹호한다기보다 강한 개고기 반대론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출처 – MBC 유튜브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므로 이런 추세라면 보신탕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같습니다. 수요가 없는 사업이 유지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반대 급부로 동물권은 점차 신장될 조짐입니다. 어쩌면 식문화 관점에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보호하자는, 지금은 이상하게 들릴 얘기가 나오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배달의 민족

 

최근 배달의민족이 동물보호단체 회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방해했기 때문인데요, 이날 동물 보호단체 회원 7~8명은 시험 시작 직후 무대로 나와 “닭을 먹지 말라”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진실을 숨기고 ‘치믈리에’라는 이름으로 유희화하는 것에 분노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마케팅 차원에서 행사를 준비해왔던 배달의민족 운영업체인 (주)우아한형제들은 23일 입장문을 내어 "오랜 시간과 비용, 노력을 기울여 함께 준비한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고, 수백명의 참가자들에게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을 갖도록 했다"면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에게 민형사상 대응 방침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동물보호단체 '우아한 피믈리에' 활동가들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사무실 앞에서 모여 '치믈리에 자격시험' 폐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쯤 되면 '개고기만 반대하는 줄 알았더니 닭도 먹지 말라는 것인가?' 하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안이 벙벙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이란 게 대체 뭘까요? 배달의민족이 2017년 1회 행사로 진행한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1교시 필기시험과 2교시 실기시험으로 나뉩니다. 필기시험에는 마치 수능시험처럼 듣기평가 항목도 있습니다. 지난해 듣기평가 시험에서는 "다음 소리를 듣고 진짜 닭소리를 보기에서 고르시오"가 1번 문제로, "다음 멜로디를 듣고 치킨 프랜차이즈의 광고음악이 아닌 것을 보기에서 고르시오"가 2번 문제로 출제됐다고 합니다.

 

출처 -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자격시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실기시험은 치킨의 맛을 보고 치킨 브랜드와 메뉴를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됐습니다. 실기시험은 총 12개의 치킨을 후라이드 치킨 영역, 가루 치킨 영역, 양념 치킨 영역, 핫양념 치킨 영역으로 각각 3개씩 나눠 치러졌다고 합니다.

 

출처 - 배달의민족

 

2017년에 열린 첫 시험에는 추첨을 통해 선발된 500명이 참가해 119명의 치믈리에가 배출됐습니다. 치믈리에 자격증은 올해 민간 자격증으로 등록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119명의 치믈리에는 치킨과 잘 어울리는 맥주 개발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 수제 맥주 브랜드 '더부스'가 최근 내놓은 맥주 치믈리에일은 119명의 치믈리에가 치킨과 잘 어울리는 맥주 맛을 찾아낸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죠. 이 정도면 일개 기업의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출처 -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행사 반대 기습시위 사건에 대해 인터넷상에서는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더라도 기업이 주관한 행사장에 난입해 기습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의 시위였고 폭력적이지도 않았으므로 배달의민족 측의 법적 대응 방침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밥상에 오르는 동물들의 생존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동물권 보호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산낙지 식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옥외광고판을 내걸었습니다.

 

출처 - 미주중앙일보

 

 
PETA가 설치한 옥외광고에는 산낙지 사진과 함께 영어와 한글로 "저는 저예요. 고기가 아니라구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PETA 측은 산낙지 요리가 매우 잔인하며 동물에 극단적인 고통을 주는 형태라고 지적하면서 한인타운 식당들이 산낙지 등 살아 있는 해산물을 손질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트레이시 라이먼 PETA 수석 부회장은 "낙지의 다리를 잘게 잘라 음식으로 만드는 것은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PETA 측은 식당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망신을 줘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조리법이 잔인하다며 산 채로 바닷가재를 요리하는 걸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상황이기도 합니다.

출처 - 동물출제 반대축제 기획단

 

지난 7월 7일 우리나라에서는 송어나 산천어,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로 동물이 학대를 받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축제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서울혁신 파크에서 열린 ‘제1회 동물의 사육제 2018-동물축제 반대축제’(동축반축)는 지난 2013~2015년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팀이 진행한 전국 86개 동물축제 동원 동물 이용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동물축제의 현황을 살피고 올바른 동물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생각비행

 

동물축제반대축제를 기획한 정혜윤 CBS PD는 "인간의 축제가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죽음의 카니발'이 되는 셈"이라며 "동물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동물은 인간의 이익 추구, 욕구 추구, 오락 여가 선용의 수단일 뿐이어서 현재와 같은 동물축제에 반대하는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생각비행

 

생명다양성재단·시셰퍼드코리아·아름다운커피·나온버스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동물 복장을 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물 코스튬 플레이와 동물이 선거 유세를 한다는 내용의 연극, 동물 축제를 주제로 한 릴레이 토크 등이 이어졌습니다. 동물축제반대축제 행사장 곳곳에는 동물들이 인간처럼 당을 만들어 자신들을 대표로 찍어달라면서 공약을 붙여놓았습니다. 공약을 읽으면 각각의 동물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참 기발한 방법입니다.

 

이 축제를 기획한 이들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반경 2km 빙판 아래 갇힌 산천어들의 처우를 같이 고민해보자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축제로 자리 잡은 화천 산천어 축제에 동원되는 산천어는 지난해 기준으로 180톤, 76만 마리에 해당한다죠.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전국 17개 업체가 생산한 양식 산천어들은 운송 중 스트레스를 받아 토하고 기절하고 깨어나길 반복한다고 합니다. 축제가 끝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산천어는 굶어 죽거나 축제 중 생긴 상처가 곪아 폐사되고, 죽은 산천어는 어묵 공장으로 보내집니다. 동물축제반대축제 기획단은 동물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축제에서) 동물은 인간의 이익 추구, 욕구 추구, 오락, 여가 선용의 수단일 뿐인 죽음의 카니발"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제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유익한 축제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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